이재용 재판에 증인 출석

선임행정관으로 일한 검사 증언
이재용 측 “증거능력 확인해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4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본인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내용이 담긴 청와대 캐비닛 문건 작성자인 현직 검사가 법정에 나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2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ㆍ현직 임원 5명에 대한 뇌물 혐의 공판에는 2014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이영상 대검 범죄정보1과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 검사는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하면서 경영권 승계 문제가 현안이 되던 상황이라 우 전 수석 지시를 받고 이 부회장 승계 문제 위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 관련 최종 보고서에 대해 “우 전 수석이 최종적으로 기조를 결정하고 승인한 게 맞느냐”는 특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검사는 삼성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 관련 내용과 지주회사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서도 알아봤다고 증언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에는 ‘국민연금 의결권 조사’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 ‘지주회사제도 개선 보고서’ 등이 포함돼 있다.

법정에서 공개된 이 검사 자필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를 도울 수 있는 정부 방안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경제민주화 법안 및 규제개혁’ ‘국민연금 지분’ ‘재계 주요 파트너로 인정해주는 모습’ ‘해외 순방 시 사절단에 포함’ 등의 내용이다. 특검은 이 문건과 메모가 2014년 7~9월에 작성됐다는 점을 들어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2014년 9월 1차 독대를 하기 직전 삼성 현안을 챙기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승계 작업 초기부터 정부 차원의 지원 방침을 세우고 대가를 모색한 정황이라는 취지다.

이 부회장 측은 이에 대해 “특검이 제시한 메모의 원본이 있는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되는지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며 문건의 증거능력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문건 작성 지시의 ‘윗선’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검사는 우 전 수석에게 지시를 받고 문건을 작성해 보고한 건 맞지만 박 전 대통령이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보고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 전 수석이 대통령 등에게 보고했는지는 제가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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