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난민천국' 섬 지방선거서 反난민 후보 당선

유럽서 난민 가장 많이 수용한 伊
“더 이상은...” 구조선 거부 입장
NGO가 브로커와 결탁 논란에
스페인도 정착 대책 골머리
지중해를 건너려다 실패한 아프리카 출신 불법 이민자 60여명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동쪽으로 60킬로미터 떨어진 구아라불리 근처 해역에서 구조된 후 부둣가에 앉아 있다. AFP 연합뉴스

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항해 결속력을 강화한 유럽연합(EU) 내에서 난민 문제가 다시 갈등의 도화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넘어오는 난민의 수가 급증하자 이탈리아에서 반이민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유럽 각국이 뾰족한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본국보다 튀니지에 더 가까워 한때 ‘난민 천국’이라 불렸던 이탈리아 최남단 섬 람페두사가 반이민주의 확산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전체인구 6,000명 남짓인 작은 섬마을에 난민을 적극 수용한 지우시 니콜리니 전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3위에 그치며 참패했다. 무소속인 살바토레 마르텔로 신임 시장은 “난민 구조를 거부하겠다는 게 아니라 단지 지역주민의 삶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좋은 일 하자는 사람도 난민이 옆집에 정착하면 변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약 8만여명이 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4% 증가했다. 여기에 프랑스ㆍ오스트리아 등 이웃 국가가 국경을 걸어 잠그는 추세라 현재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대부분이 이탈리아에 정착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탈리아는 EU에 “더 이상 난민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이탈리아 반이민 정서의 주 표적은 난민 자체보다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 구출에 나선 국제 비정부기구(NGO) 쪽이다. 이탈리아 검찰에서도 “NGO가 불법 밀입국 알선업자와 결탁해 이민자를 지중해로 보낸 다음 구조받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급기야 ‘행동하는 반이민 단체’도 생겼다. 2002년 프랑스에서 등장한 반이민ㆍ반무슬림 청년집단 ‘아이덴티태리언(유럽 정체성 지상주의)’이 이탈리아에서도 반향을 얻기 시작한 것. 이들은 지난달 난민 구출에 참여하는 국경없는의사회 배의 출항을 막으려다 실패했지만 온라인으로는 후원금 약 7만유로(9,200만원)를 모금했다.

EU는 이탈리아 민심을 달래기 위해 애쓰고 있다. 4일에는 구조작업에 참여하는 NGO가 지켜야 할 규정 강화에 합의했고 6일에는 EU 28개국 내무장관이 이민 대책사업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다른 EU 국가 항구도 열어달라”는 요청은 스페인ㆍ벨기에ㆍ네덜란드 등의 반대로 수용되지 않았다. 추가조치의 실효성도 의심을 받고 있다. 에우제니오 암브로시 IOM 유럽지부장은 “밀입국 알선이 NGO 활동 때문에 증가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유럽 국가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스페인은 모로코와 스페인 사이에 있는 알보란해가 새로운 난민 유입 경로로 떠오르면서 골치를 앓고 있다. 2016년 동안 알보란해로 건너 온 난민 수는 8,100명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6,400여명이 구조됐다. 프랑스에서는 7일 파리 북부 포르트드라샤펠의 거리를 전전하던 난민 2,000여명이 한꺼번에 임시 난민캠프로 수송됐다. 그러나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파리를 떠난 난민이 일거리와 인도적 지원을 찾아 다시 파리로 오는 일이 반복된다”며 “정부는 정기적으로 난민을 치울 뿐 이들을 정착시킬 장기 대책이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보수 주간지 내셔널리뷰는 “에마뉘엘 마크롱의 프랑스 대통령 당선으로 유럽은 브렉시트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올여름 ‘제2 유럽 난민위기’가 이 결속의 진정한 시험대로 작용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독일ㆍ오스트리아 총선과 내년 이탈리아 총선이 새로운 반이민ㆍ반유럽 유행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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