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는 살아 있는 개의 도축과 판매를 5월말까지 금지키로 약속한 성남 모란시장 개고기 도축·판매업소들이 여전히 불법 도축을 시행하고 있다며 한 도축장에서 개가 도축된 사진을 공개했다. 케어 제공

지난 6일 동물권단체 케어는 경기 성남 모란시장 내 개 도축·판매업소 20여곳 가운데 13곳이 살아 있는 개를 여전히 불법 도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케어가 지난 5월말과 6월말 두 차례에 걸쳐 자체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건데요. 이날은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전국 개농장 운영자와 개고기 판매상들로 구성된 한국육견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한 날이기도 합니다.

지난 3월 경기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는 살아있는 개 보관함과 불법도축시설 철거 등 환경개선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업무협약을 맺고, 22개 업소 중 대부분이 살아 있는 개 보관함과 불법시설물을 철거한 바 있습니다. 시는 영업손실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철거한 자리에 임시 판매시설 등을 설치하고, 자진 철거업소의 폐기물 처리 비용과 시설 개선 등을 지원하기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케어에 따르면 개장 철거 업소의 대부분이 개장을 업소 내부로 옮기거나 나무판자로 막아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 채 여전히 살아있는 개들을 도살하고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개들이 보는 앞에서 개를 도살하는 등 현행 동물보호법 위반행위도 여전했다고 하는데요.

개고기 판매 업자들이 협약을 깨면서까지 영업을 계속하는 데에는 협약으로 인한 실익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업주 A씨는 “성남시 협약 이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합니다. 또 일부 과격한 상인들은 고기 판매 없이 현재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며 경기도가 개가 아니라 염소나 닭 도축용으로 제공하기로 한 이동식 동물 도축차량이 들어오면 차량에서 개 도살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현재 개 도살 방식이 협약 이전 보다 잔인하고 비인도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육견협회 회원들도 6일 “식용견과 애완견을 따로 분리해야 한다”며 “개가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비위생적 도축 등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개를 가축 중 하나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식용개 농장 개들이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 제공

일각에서는 차라리 개를 가축에 포함시켜 합법화를 하면 위생적인 고기를 먹을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닭과 돼지 등 농장동물의 사육환경을 보면 식용개 사육을 합법화한다고 해서 위생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실제 닭과 돼지는 밀집사육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된 채 사육되고 있고, 이는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개고기 합법화를 하면 개사육은 오히려 지금보다도 대량 사육 방식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식용개 농장에서 개들이 먹는 잔반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명보영 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 수의사는 최근 기고에서 “식용개들은 현재 여러 사람의 타액이 섞인 음식물 찌꺼기, 도계장, 생선가공공장 등 폐기물과 섞인 잔반을 먹고 있는데 사육하는 개들의 건강뿐 아니라 이를 섭취할 경우 알 수 없는 병원균을 섭취하게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잔반이 아니라 사료를 먹여서 사육하는 것은 사육비용 측면에서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충분한 운동이 필요하고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개의 특성상 대량 사육과 인도적 도축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개 식용을 합법화하려면 개의 사육과 도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미 개고기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 비난을 감수하며 합법화를 위해 세금을 들여 연구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개 식용을 합법화 하기 위해선 개를 반려동물이 아닌 가축으로 포함시켜야 하지만 개는 이미 가축보다는 반려동물에 가깝다는 건 반려인 1,000만 시대에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개농장에서 식용으로 키워지는 개와 집에서 살고 있는 반려견은 다를까요. 품종, 크기에 따라서 용도를 구분하고 있는 건 사람입니다. 실제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돼 입양된 도사견들이 반려견으로서 잘 살고 있는 사례도 많습니다. 더욱이 개농장에는 혼종견, 도사견뿐 아니라 시베리안허스키, 진돗개, 시츄 등 반려견으로 키우고 있는 개들도 사육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식용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왜 소나 돼지는 먹고 개는 안되냐고 반문합니다. 임순례 감독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모든 동물이 귀중한 생명이지만 인간과 개의 유대감과 친밀성은 다른 동물보다 크다”며 “다른 동물들을 마음껏 먹자는 게 아니라 개라도 먹지 말자는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식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개식용업자, 시민들 간 개식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모란시장 철거의 경우 시도는 좋았지만 제대로 된 정책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개고기 수요가 줄어들지 않으면 궁극적인 문제 해결은 어렵습니다.

동물단체는 오늘 오후와 내일 대규모 개식용 반대 행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개농장 가상현실(VR)체험, 페이스 페인팅 등으로 일반인들이 참여해 개식용 산업 실태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입니다.

해마다 복날이 되면 뜨거워지는 개고기 논쟁이 이번을 기회로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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