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 ‘군자’에 빗댄 매미
시끄러운 소리에 민원까지
최근 농촌보다 도심에 많은 건
도심 가로수 등 살기에 적합
새-말벌 등 포식자 적기 때문
2013년 8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단지 나무에 말매미 성충이 붙어 있다. 말매미는 우리나라 매미 중 가장 크다. 국립생태원 제공

무더운 오후 한적한 공원에서 매미의 합창 소리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에 자리잡고 ‘치이이-’ 우는 말매미 소리를 들으면 비로소 여름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동 틀 무렵 온 동네 매미들이 아파트 방충망에 붙어 ‘맴-맴-’ 우는 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여름이라 느낄 수 있는 반가운 시끄러움 아닐까요.

옛 선인들은 매미를 ‘군자(君子)’에 빗대 시와 문구를 즐겨 쓰곤 했습니다. 매미가 나무 수액만을 먹으며 남을 해치지 않고 오랜 기간 땅 속에서 인내하고 나와 짧은 생을 마치는 모습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임금님이 쓰셨던 ‘익선관’도 이러한 의미를 담아 매미 날개 모습을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에서 들리는 매미 소리는 소음이 돼 버렸습니다. 최근에는 도심에서 매미 우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자기 힘들다는 민원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말 도심에서 매미가 더 많아지고 소리가 더 커진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매미의 소리를 반가워하는 여유가 사라진 걸까요.

플라타너스ㆍ벚나무 좋아하는 도심의 ‘강남매미’

“1980년대만 해도 이렇게 매미가 많지 않았는데 말이야…”

서울 시내 아파트나 공원에서 매미 연구를 하다 보면, 어르신들이 심심치 않게 다가와 말을 겁니다. 요즘에 왜 이렇게 매미가 많은지 모르겠다면서요.

실제로 매미는 농촌에 비해 도심 지역에서 더 많이 출현합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심과 수도권에 서식하는 말매미의 개체 수는 경기도 교외 지역의 9.5배에 달합니다. 도심의 참매미 수도 교외의 2.5배라고 하네요.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일본의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1970~1980년대를 거치면서 오사카 도심에서 매미의 출현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급격한 도시화를 겪으면서 말매미와 같은 무리(속)인 곰매미의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한 공원에서 1976년부터 2011년까지 약 36년 동안 매년 매미의 발생량을 본 결과, 1983년 이후부터 매미의 발생량이 급격하게 높아진 상태라고 합니다.

왜 하필 도심지역에 매미가 더 많은 걸까요? 여기에는 세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도심지역의 온도, 습도, 빛과 같은 요인이 매미가 살기에 적합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 가설은 도심지역엔 포식자가 적어 매미의 밀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매미의 포식자는 주로 새ㆍ말벌인데, 도심에 서식하는 새의 종류는 매우 한정적이며 그 수도 농촌지역보다 적습니다. 반대로 매미 밀도가 증가하면서 포식자의 밀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데요, 최근 도시에서 말벌이 증가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지막 가설은 도심 녹지가 매미가 선호하는 서식처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도권 지역이 대부분 도심지로 발달하게 되면서, 근린공원이나 도심 숲 같은 인위적인 녹지 공간의 조성도 급격하게 증가하게 됐습니다. 도심에 조성된 숲이나 가로수는 주로 매미가 좋아하는 플라타너스, 벚나무 등입니다. 기후조건과 생태계, 이 세 가지의 조건이 맞물려 매미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큰 소리, 다함께 울어대는 건
암컷 마음 얻기 위한 것이기도
포식자 위협 위한 것이기도
‘반가운 시끄러움’이라 즐기며
좁디 좁은 도심 땅에서
인간-생물 공존할 수 있길
매미의 노래는 북소리

노린재목(Hemiptera) 매미과(Cicadidae)에 속하는 매미는 우리나라에 약 13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 개체군의 밀도가 비교적 높고 도심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매미 종은 말매미와 참매미, 쓰름매미, 애매미, 유지매미, 털매미 등 6종입니다.

매미과는 수컷 배마디 가장자리에 ‘진동막 덮개’가 붙어있는 매미아과(Cicadidinae)와 진동막덮개가 없는 좀매미아과(Tibicininae)로 나뉘는데 여름에 자주 보이는 매미는 매미아과 매미입니다. 진동막 덮개 때문에 노래 소리도 아주 크죠.

그렇다면 매미들은 어떤 방식으로 소리를 낼까요. 동물들은 어떤 악기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노래할 수 있습니다. 몸을 부르르 떨어서 진동음을 내거나 마찰음을 내기 위해 긁기도 합니다. 온 몸을 두드려서 충격음을 발생시키고 근육의 이완-수축 과정에서 소리를 내거나 공기로 호흡하면서 소리음을 내기도 합니다.

매미가 내는 소리는 북소리의 원리와 같습니다. 북을 치면 팽팽한 가죽 피막이 진동해 소리를 채우는데 매미의 배에 있는 하얀 갈빗대처럼 생긴 진동막이 이 역할을 합니다. 진동막에 연결된 발음근육이 길게 당겨졌다 놓아지면 막이 떨리면서 소리가 나게 되죠.

소리의 크기는 몸집이 결정합니다. 북 내부가 텅 비어있듯 매미의 배에도 텅 빈 공간인 ‘공명실’이 있습니다. 매미의 진동막에서 생긴 떨림을 더 큰 소리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죠. 북이 클수록 소리가 더 크게 나는 것처럼 내부 공간이 많을수록 그 안에서 더 많은 공기가 움직여 큰 소리로 울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매미 중에서는 말매미의 몸집이 가장 커 그 소리도 가장 강하다고 하네요.

2013년 8월 서울 마포구의 아파트단지 나무에 붙어있는 참매미. 중부지방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매미가 바로 참매미다. 국립생태원 제공
낮에 ‘치이이-’ 우는 말매미, 새벽에 ‘맴-맴-’ 우는 참매미

매미의 종류는 소리로도 구분이 가능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맴-맴-’ 소리를 내는 주인공은 참매미이고 리듬감 없는 ‘치이이-’ 소리가 점점 강해진다면 말매미가 노래하는 것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말매미와 참매미는 노래도 가장 열심히 합니다. 매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많은 매미가 동시에 지속적으로 노래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매미의 노래는 합창이라고 부릅니다.

노래를 하는 매미는 수컷입니다. 이들의 합창은 짝짓기를 하기 위한 경쟁이죠. 이웃에 있는 경쟁자보다 더 크게 노래를 불러야만 암컷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매미가 합창을 하면 포식자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많은 수의 매미가 울면 그만큼 한 마리가 위협을 받을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죠. 서로 소리를 내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이들의 행동이 마치 우리의 삶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참매미와 말매미는 신기하게도 서로 다른 시간에 합창을 합니다. 말매미는 무더운 낮에 노래하기를 좋아하고 참매미는 주로 온도가 낮은 이른 아침에 울죠. 매미의 종에 따라 선호하는 온도가 극명히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참매미는 기온이 27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합창을 할 확률이 떨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반면 말매미는 27도 이상으로 올라가야 합창을 시작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말매미는 주로 낮에, 참매미는 아침이나 밤에 노래를 하는 것입니다.

2016년 8월 전북 전주시의 한 공원에서 말매미의 약충이 탈피를 하기 위해 나무를 오르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여름을 알려주는 ‘알람시계’ 매미

매미는 여름을 알려주는 정확한 알람시계 역할을 합니다. 겨우내 토양 밑에 웅크린 매미 유충은 나무뿌리 수액을 통해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애벌레의 마지막인 종령 단계에서 매미의 약충은 토양 지표면 근처까지 올라와 여름철의 온도와 강수량 등 기상 변화를 알고 땅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생태적 특성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기후변화’와 ‘매미’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2016년 8월 18일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발견된 매미 구멍. 국립생태원 제공

매미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매미가 땅 밖으로 나올 때 생긴 구멍은 토양에 공기와 물이 잘 순환하게 해 식물 뿌리의 생장과 양분 흡수를 도와줍니다. 죽은 매미의 사체와 허물은 다시 토양으로 재 흡수돼 유기물 역할을 하고 개미나 말벌, 조류 등 다양한 포식자들의 배를 불릴 수 있습니다. 우리 사람의 미래식량으로서도 ‘매미’가 중요한 식량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도심의 매미 연구를 시작하면서 생긴 가장 큰 고민은 “도심에서 매미를 줄여야 하는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매미는 물리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 많은 매미를 일시적으로 줄인다고 해도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또 다른 환경 문제에 봉착하게 되겠죠.

인간과 매미가 잘 공존할 수 있도록 도심 서식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매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와 교육,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좁디 좁은 도심 땅에서는 인간과 생물이 모두가 평등하게 살지는 못하겠지만, 그들만의 기회와 삶을 인정해주며 공정하게 사는 것이 인간과 매미가 공존할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소서팔사(消暑八事ㆍ한 여름(7월)에 더위를 식히는 8가지 방법)’라는 시에서 더위를 식히는 방법 중 하나로 ‘동림천선(東林聽蟬ㆍ동쪽 숲에서 매미 소리 듣기)’를 제안했습니다. 아마도 저 시 속의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를 선호하고 숲에서도 잘 사는 참매미가 아니었을까요. 이번 여름, 정약용 선생님의 시처럼 숲이 있는 공원을 거닐며 ‘맴-맴-’우는 참매미의 합창 소리를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강재연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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