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월세' 계약 양측 말 엇갈려

깔세 계약ㆍ무단 직거래 부분도
“알고 계약했다” “뒤늦게 알았다”
대검 감찰본부에 석명 제대로 안돼
게티이미지뱅크.

A 지청장이 시행업체 대표 K(64)씨를 통해 서울 용산구 Y주상복합아파트에 2015년 6월부터 2년간 시세의 절반 값에 살게 된 계약 과정에는 여러 석연찮은 대목들이 보인다. 두 사람 얘기가 엇갈리는 지점도 더러 있는 등 거래 관계가 모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검사장 승진 대상인 A 지청장에 대해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검사장 부적격’ 의견을 낸 데에는 석명(釋明)이 제대로 안 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우선 ‘누가 집 문제를 처음 꺼냈는지’부터 양측의 말이 엇갈린다. A 지청장은 “재건축 문제로 새 거처를 구해야 할 때인 2015년 초 K씨가 먼저 ‘시행한 아파트가 비어있다. 사업이 어려우니 이사 와달라’고 몇 번 도움을 구했다”고 말했다. 반면, K씨는 “검사 부인이 먼저 ‘2년이면 된다. 전세 얻을 만한 집이 없냐’는 식으로 얘기를 꺼냈다”고 주장했다.

검사 가족이 시행업자에게 보증금 5,000만원을 주고 매달 200만원씩 제하는 2년 ‘깔세 계약’의 산정 내막을 두고도 주장들이 갈렸다. A 지청장은 “집 주인(K씨)이 직원들과 상의한 뒤 제시한 금액”으로 합리적인 가격이라 했으나 정작 K씨는 “월 200만원에 깔세를 준다니 직원들이 다 반대했었다. 내가 억지 좀 썼다”고 말했다. 자신이 내는 이자율을 고려해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월세를 받았다고 K씨는 주장했다. 외국인 등 일부가 이용하는 당시 이 아파트 동일 평형 시세는 깔세로 연 6,000만원, 2년에 1억2,000만원이다. A지청장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가격에 살고 있는지 보여준다.

계약 시기를 두고서도 서로 엇갈린다. A 지청장은 “K씨 요구로 입주 전 보증금을 줬는데 이미 썼다고 해 할 수 없이 입주 뒤 아내가 월세 계약서 작성에 응했다”고 했다. 깔세로 살지 사전에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K씨는 “집 구한다고 할 때부터 미분양 건 58평형만 남았는데 전세는 줄 수 없다고 했고 지청장 부인도 이를 알았다”고 했다. 당시 부도로 인해 문제가 많던 이 아파트에는 대출 해준 은행 채권단이 대주단을 꾸린 상태여서 빚을 진 시행업자 K씨가 수억원의 전세를 비롯해 어떤 계약도 임의로 맺을 수 없다. K씨가 허가 없이 몰래 월세계약을 맺은 것이다. A 지청장은 입주 뒤에도 무단 임대 사실을 몰랐고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하나 K씨 얘기는 또 다르다. K씨는 “입주 일주일도 안돼 관리회사에 들켰고 A지청장 부인에게 양해를 구해 이 집에 공매(公賣)가 들어왔을 때 집을 비워준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채권단에 써줬다”고 말했다.

특약 가운데 ‘K씨 요구 시 A지청장 쪽이 집을 산다’는 조건을 두고선 A지청장은 “재건축이 끝난 제 아파트로 돌아갈 저희 집에 불리한 사항”이라고 특혜 입주를 부인하지만 업계는 달리 본다. 추후 분양도 헐값에 받으려 한 것이라는 의심이다. 특약에도 ‘우선적으로 할인 분양에 참여할 기회를 주겠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에서 사실상 유일한 개발투자지역이 그 일대여서 이 아파트는 최상의 투자처로 평가 받는다”며 “자기 소유 재건축 아파트가 있다고 해서 내키지 않는 물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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