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황영식 주필 등 참석한 제7차 한일언론인 심포지엄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현대한국연구센터장이 24일 도쿄의 게이오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한일언론인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외교안보자문그룹에서 핵심역할을 한 최종건 연세대 교수가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언론인 심포지엄에서 새 정부의 위안부합의 재검토를 시사하는 언급을 해 주목된다. 최 교수는 “합의가 특정 정권의 매우 편협하게 해석된 국익을 위해 만들어졌다면 이것 역시 한국과 일본의 미래지향적 관계에 좋지 않다”며 향후 대일정책 방향성과 관련, 본격적인 합의 재평가 수순을 시사했다.

최 교수는 이날 사단법인 한일미래포럼(대표 추규호 전 주영국대사)과 일본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현대한국연구센터(센터장 니시노 준야 교수)가 주최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일한국대사관이 후원해 도쿄의 게이오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한일언론인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최 교수는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한반도안보신성장추진단장을 맡는 등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수립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그는 “200만 시민이 참여한 촛불시위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며 새정부의 성격을 일본이 이해할 것을 주문했다.

최 교수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안보자산은 피플파워”라며 “한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위안부합의를 수정 보완해야 할 책임이 한일 양국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합의, 재개정이란 용어보다 수정 보완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양 국민과 정부가 동의하도록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일본과의 ‘관계 보통화’가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날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와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양국 언론인들은 위안부합의 등 한일간 현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과 함께 다양한 관계개선 해법을 제안했다. 황영식 한국일보 주필은 과거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을 거론하며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직접화법에 의한 사죄 등 위안부합의 실효성을 높일 추가적 노력을 언급하면서도 합의를 독립적으로 다룰 경우 해결전망이 불투명해진다며 ‘조용한 접근’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사문제 일괄정리를 겨냥한 제2의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이 필요하다”며 “문 정부가 집권당의 정치적 계보나 국민지지도에 비춰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극심한 일자리문제 해결방안으로 20년 전 ‘한일대학생교류’같은 대졸자 취업교류 검토”를 주문했다.

황영식(가운데) 한국일보 주필이 24일 일본 도쿄의 게이오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한일언론인 심포지엄에서 '한일관계 신정부 과거사 도돌이표를 넘어서야'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도요우라 준이치 요미우리신문 국제부차장. 도쿄=박석원특파원

그러나 일본 전문가들은 상반된 인식을 드러냈다. 도요우라 준이치 요미우리신문 국제부차장은 “위안부합의를 한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이 국민전체로 퍼져 다른 의견이 무시당한다”고 말했다. 북한문제에 관해선 “한국은 군사경계선에 배치된 북한 고사포로 서울이 ‘인질’로 잡혀있지만 북핵ㆍ미사일을 새로운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일본은 트럼프 정부의 군사공격이나 한반도 유사시 시나리오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사와다 가쓰미 마이니치신문 논설위원은 “한미일 입장에서 북한위협은 동상이몽”이라며 일본이 인정해야 할 ‘불편한 진실’로 “한국의 대일의존도가 1980년대 후반이후 극적으로 줄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한국의 ‘올바름’이 국제표준을 의미하지 않으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선우정 조선일보 사회부장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한일군사정보협정(GISOMIA)에 대해 “전범국 자위대의 실체를 인정하고 우리 관할권내 자위대 진출을 용인한다고 비판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오는 11월 기한이 끝나는 이 협정을 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본이 독도문제를 자위권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어 무력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규선 동아일보 고문은 양국정부를 향해 “비공개 물밑접촉을 꾸준히 해 (위안부합의 이견 등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을 것” 등을 제안한 뒤 “한국은 공개검증으로 전 정권 공무원을 망신줘선 안 되며, 일본은 재협상에 응하든 안 하든 돈을 줬으니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북한 변수를 군사대국화나 평화헌법 개정의 국제사회 무마용으로 사용하지 말라”(한상덕 KBS 보도국앵커), “양국의 역사ㆍ문화가 다르다고 인정해 전면적 갈등구조를 막아야 한다”(조용래 국민일보 편집인), “사태가 꼬인 결정적 지점(위안부합의)으로 뒷걸음질할 필요가 있다”(정남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코다 데쓰야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위안부 문제가 국가위신의 상징이 돼가고 있다”며 “(합의 파기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불명예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데이시 타다시 NHK해설위원은 “초고령사회와 빈부격차 확대, 세계화의 그늘, 언론 불신풍조 등 양국 공통의 관심과제를 주목하자”고 주장했다. 이준규 주일 한국대사가 이날 행사에 앞서 축사를 했고, 일본내 한반도 연구 대부격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가 참석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이준규(가운데) 주일한국대사가 24일 일본 도쿄의 게이오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한일언론인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오른쪽은 추규호 전 주영대사. 이번 행사는 (사)한일미래포럼(대표 추규호)과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현대한국연구센터(센터장 니시노 준야 교수)가 주최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일한국대사관 후원으로 열렸다. 도쿄=박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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