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바둑기사 커제 9단이 23일 중국 우전에서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구글 제공

세계 최강 바둑기사도 인공지능(AI)에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바둑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柯潔ㆍ20) 9단과의 1국에서 완승을 거뒀다. 적어도 바둑에서는 인간이 AI의 적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또 한번 입증됐다.

23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 3번기 1국에서 알파고는 커제 9단에게 289수 만에 백 한집 반 차로 이겼다.

결과적으로 큰 차이는 아니지만 4시간 23분간의 대국을 완전히 지배한 것은 알파고였다. 흑돌을 잡은 커제 9단은 대국 초반 평소 스타일과 다른 극단적인 실리 추구 포석으로 맞섰지만 공격다운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1년 2개월간의 업그레이드를 거치고 돌아온 알파고는 흑돌을 무리하게 공략하지 않으면서도 요소요소 허점을 찌르며 어느 순간 우위를 점하는 안정적인 행마를 이어갔다. 백돌을 두텁게 쌓아가던 알파고는 커제 9단의 97번째 수를 막아내며 승기를 굳혔다. 지난해 3월 ‘구글 챌린지 매치’에서 이세돌(34) 9단과 겨뤘을 때 선보인 변칙적이고 기발한 수는 줄어들었지만 안정감은 한층 더해졌다는 것이 바둑계의 평가다.

최연소로 세계 메이저대회 3관왕에 오른 ‘인간계 최고수’ 커제 9단은 대국 내내 여러 번 자세를 고쳐 앉으며 초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도 초읽기를 거의 쓰지 않는 커제 9단이지만 알파고 앞에서는 장고를 거듭해 착점이 점점 더 지연됐다.

반면 알파고는 빠르게 돌을 놓으며 커제 9단을 압박했다. 알파고는 주어진 3시간 중 1시간 29분 6초를 남겨두고도 여유 있게 승리했다. 바둑TV 중계를 맡은 목진석 한국기원 대표팀 감독은 “알파고는 아주 빠르게 착수를 하면서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국 이후 커제 9단은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알파고에 졌지만 화는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현재 알파고는 약점이 보이지 않고 바둑에 대한 이해나 판단력은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남은 두 번의 대국은 앞으로 내가 얻기 어려운 소중한 기회라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사비스 CEO는 “오늘 대국은 매우 훌륭했고 승부를 가른 차이는 매우 적었다”며 “알파고가 한계를 노출할지 다음 대국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커제 9단과 알파고의 2국은 25일, 3국은 서밋 마지막 날인 27일 펼쳐진다. 우승상금은 150만 달러(약 17억원)지만 커제 9단은 패배해도 3국을 치르는 조건으로 30만 달러(약 3억4000만원)를 받는다. 또 26일에는 중국의 구리 9단과 롄샤오 8단이 팀을 이뤄 탁구의 복식처럼 알파고를 상대하고, 같은 날 오후엔 세계대회 우승자 5명이 한 팀이 돼 알파고와 맞붙는다. 하지만 인간이 승전고를 울릴 확률은 낮게 점쳐져 이세돌 9단의 1승이 인간의 마지막 승리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9단은 지난해 5국에서 알파고에 4승 1패를 거뒀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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