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에 유리할 거란 예상 깨고 첫판 완패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커제(柯潔) 9단이 23일 중국 저장(浙江) 성 자싱(嘉興) 시 우전(烏鎭)에서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시간이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이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벌인 '제2차 세기의 대국' 첫판에서 고개를 숙였다.

커제 9단은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의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3번기 1국에서 알파고에 흑 1집반패했다.

커제가 마지막까지 돌을 던지지 않고 알파고는 여유를 부렸기에 1집 반 차이이지 바둑 내용은 알파고가 한 번도 우위를 놓치지 않은 완승이었다.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이다.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꺾으며 바둑과 과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세돌 9단에 승리한 이후 알파고는 정상의 바둑 기사로 인정받았다. 한국기원은 알파고에 명예 9단증을 수여하며 그 실력을 인정했다.

알파고는 더 성장했다. 2016년 말∼2017년 초 인터넷에서 한·중·일 최정상 프로기사들과 60전 전승을 거두며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자랑했다.

이런 점을 고려했는지 이번 대국은 1년 전보다 인간 기사를 더 배려한 환경을 제공했다.

먼저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5차례 대국했지만, 커제 9단과는 3판만 둔다.

제한시간은 이세돌 9단 때는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씩이었는데, 커제 9단은 각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를 받는다.

그만큼 커제 9단은 더 깊이, 많이 생각한 후에 바둑을 둘 수 있다.

조혜연 9단은 "지난 대국 때보다는 제한시간이 길어서 커제 9단이 유리하기는 할 것"이라며 "알파고는 시간과 관계없이 판단이나 수 읽기에 걸리는 시간이 거의 일정하다. 반면 사람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한시간 3시간이면 인간을 배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커제 9단은 이번 대국에서 13분 17초만 남긴 반면, 알파고는 1시간 29분 6초를 남겼다.

또 커제 9단은 알파고가 강하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대국에 임했다. 작년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커제 9단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커제 9단은 초반에 3·3에 두는 등 실리를 추구하는 나름의 전력을 들고 나왔지만, 알파고를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

바둑 국가대표 코치인 이영구 9단은 "알파고 상대로는 제한시간은 의미 없다"며 "컴퓨터와 바둑 두다가 불리하다는 느낌이 들면 더 자기의 바둑을 두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상대가 워낙 강하다 보니 넉넉한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심리적 여유도 없는 모습이다.

이 9단은 "이번 대국을 보며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알파고에는 커제 9단도 안 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알파고가 인간 기사들에게 60연승을 거둘 때 인터넷 대국은 1분 이내 속기전이었다.

이 때문에 인간이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한 채 알파고를 상대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알파고의 계산 능력은 이미 인간의 사고 시간을 초월해 있었다.

AI바둑 대표인 김찬우 6단은 "알파고는 인터넷 속기전 때 이미 안정화돼 있었다. 프로그램 시스템이 최적화된 것"이라며 "지금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파고와 인간에게 제한시간을 차별적으로 제공했을 경우의 희망은 있다.

조혜연 9단은 "커제 9단도 여러 가지를 시험해보는 것 같다"며 "알파고에 20분만 주고 인간은 1시간 등 더 긴 시간을 주면서 여러 시험을 해보게 하면 알파고 공략법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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