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여러분이 받아 보시기 전에 쓰이는 글이라는 것쯤은 여러분도 아시겠지요? 저는 이 글을 어제 썼고 그래서 누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이 될지 모르고 쓰지만 이 글을 읽으실 때면 여러분은 새로운 대통령이 누구인지 아시겠지요.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 때문에 어떤 분들은 마치 자기가 승리한 것인 양 기뻐하고, 희망으로 벅차시겠지만, 또 어떤 분들은 너무도 분노하고, 실망하여 우리나라는 이제 망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저는 너무 실망하여 절망에까지 이르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한 사람에게 너무 크나큰 희망을 가지신 것 때문에 나중에 너무 큰 절망에 빠지지 마시라고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망과 절망은 한 인간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믿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한 사람이 우리를 구원할 거라는 기대와 믿음이 어떻게 깨어지고 배신을 당했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짙은 어둠을 우리에게 선사했는지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제는 그들이 우리의 빛이 되어주기를 바라지 말고, 우리가 빛을 밝혀야 합니다. 그것이 촛불이고, 그것이 작년 우리가 경험한 촛불 바람이지요. 우리는 큰 빛을 선사하기를 바란 그 한 사람이 외려 우리에게 선사한 그 어둠을 우리의 촛불로 밝혔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부러워하는 정말로 소중한 우리의 과거 경험이고, 과거 경험일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산이요 힘입니다. 작년보다 더 과거에는 우리도 촛불 하나 밝혀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 짙은 어둠을 밝히기에는 촛불 하나는 너무 약하고 초라하고, 광풍에 촛불 하나는 너무 위태롭고 쉽게 꺼져버리고 말 것 같았고, 그야말로 풍전등화 같았지요.

실제로 촛불을 우습게 보는 무도한 권력자는 광풍으로 촛불을 끄려 하고, 촛불 하나는 아무 힘이 없다고 위협을 합니다. 매카시즘은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촛불을 우습게 보는 무도한 권력자가 있는 나라에서는 어디서나 광풍이 됩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압니다. 그 위협과 그 광풍도 촛불의 힘을 경험한 사람들, 그래서 그 힘을 알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촛불의 바람이 매카시즘 광풍을 잠재웁니다. 과거의 우리는 촛불 하나 가지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자기의 촛불 하나를 꺼버렸지만 이제 이 힘을 아는 우리는 어둠을 탓하기보다는 촛불 하나를 밝힐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어둠 때문에 나의 촛불까지 꺼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나의 촛불을 보고 다른 사람도 촛불을 밝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둠이 빛의 반대라고 생각하지만 어둠의 반대는 밝음이지 빛이 아닙니다. 어둠과 밝음은 상태일 뿐입니다. 곧 빛이 없는 상태가 어둠이고, 빛이 있는 상태가 밝음입니다. 빛만이 실제(Reality)이기에 빛이 없으면 어둠이고, 빛이 있으면 어둠은 자동적으로 사라지는 것이며, 그래서 어둠은 없어질 수 없는 실제가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가 촛불을 끄지 않으면, 그래서 촛불을 밝히면 어둠은 점차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촛불을 밝히되 다른 사람에 기대어 밝히려 하지 말고 나의 촛불을 밝히도록 합시다. 그러나 나의 촛불은 교만함의 표출이 아니고 사랑의 촛불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우리 공동체를 사랑하고, 우리나라를 사랑한다면 희망을 자체 발광할 것입니다. 의사가 포기하라고 해도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고, 절망은 더더욱 할 수 없듯이 어둠을 미워하고, 어둡게 하는 사람에게 분노하기보다는 나의 인생을 더 사랑하고, 우리 공동체를 더 사랑할 때 우리는 결코 그리고 절대로 어둠에 빠져들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촛불 하나를 밝힐 것입니다.

김찬선 신부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