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소다]<34>19대 대선과 홍준표 후보의 혐오발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부산 중구 비프광장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청년 일자리 절벽시대가 된 것은 정치권의 기업 옥죄기와 강성 귀족노조 때문”(4월 9일), “(나는)세월호 사건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해난사고라고 했다”(4월 16일), “설거지를 (남자가)어떻게... 하늘이 정해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 된다”, “(성소수자라는 용어가 있다는 질문에)난 거 싫어요”(4월 18일), “동성애 반대한다고 하셨죠?”(4월 25일),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한다”, “동성애는 하늘의 뜻에 반하니 때문에 법적으로 금지가 아니라 엄벌을 해야한다”, “집권하면 민주노총 버릇을 고쳐 놓겠다”(4월 27일), “부모님 상도 3년이 지나면 탈상을 하는데 아직도 세월호 뱃지를 달고 억울한 죽음을 대선에 이용하는 사람들의 작태...”(4월 29일)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나왔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발언들은 여러모로 기억할만하다. ‘돼지발정제’ 논란으로 대표되는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등장한 과거 행적을 논외로 하더라도, 지난 한 달 동안 쏟아졌던 홍 후보의 발언들은 이념을 떠나 상식과 최소한의 인권수준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막말’이라고 불린 홍 후보의 발언은 매번 도마에 올랐다.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그의 후보자격 미달을 비판하며 후보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 창궐’, ‘동성애 엄벌해야’ 등 성소수자에 대한 홍 후보의 혐오발언을 비판하는 성명들도 이어졌다.

하지만 발언 수위가 강해질수록 홍 후보의 지지자들은 ‘홍카콜라’, ‘스트롱맨’이라며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홍 후보의 혐오 발언이 혐오를 매개로 자신의 지지자들의 단합을 촉구하고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막말'이라 비판받는 홍준표 후보의 발언은 그의 지지자들에게 콜라와도 같은 시원함을 안겨준다. 자유한국당에서 제작한 홍 후보 관련 영상에서 그의 별명인 '홍카콜라(홍준표+코카콜라)'가 등장하는모습. 자유한국당 유튜브 캡쳐
“검사 출신인 홍준표도 하는데…” 혐오표현 확산

이런 모습은 한국 선거판에 ‘혐오 조장’이 공식 전략으로 등장했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홍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기업인이 아닌 검사 출신의 한국의 엘리트 계층”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검사라는 자신의 경력을 쌓은 법조인으로써 해서는 안 되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2위 다툼을 벌이는 대선후보가 공개적으로 혐오발언을 반복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마음속의 혐오’를 드러내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평소에 갖고 있던 혐오의 마음을 ‘윤리적이지 못하다’, ‘적절치 못하다’라는 생각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길 꺼리던 사람들도 홍 후보의 혐오발언을 들으며 엉뚱하게 고무되는 것이 크게 위험하다”며 “홍 후보는 혐오발언을 통해 자신의 지지층을 결속하면서도 혐오표현이 사회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며 사회에 혐오가 확산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역시 지난달 26일 낸 성명에서 “(“동성애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등)이러한 표현이 아무런 제재 없이 사회에 유통된다는 것은 인권과 헌법 정신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나아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의 미국 사회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처럼 대선 후보들의 이러한 표현이 사회 전반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과 차별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5일 오후 고양시 일산동구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2017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왼쪽부터),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성애 엄벌? 차별금지법 있었다면 처벌 대상

그러나 홍 후보의 혐오 발언들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 공직선거법상 차별ㆍ혐오발언을 제재할 근거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2015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에서는 후보자나 후보자의 가족 등에 대해 지역 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했을 때 처벌받도록 하고 있으나(공직선거법 제110조) 후보자의 혐오ㆍ차별 발언을 규제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홍 교수는 “홍 후보의 발언 중 ’동성애는 엄벌해야 한다’는 발언은 서구 극우주의자들도 쉽게 하지 않는 충격적인 발언”이라며 “이 정도 혐오발언은 공직선거법에서 제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정치판이 홍 후보의 막말을 용인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 대표는 “‘설거지’ 발언에 대한 비판과 관련, 홍 후보가 “세게 말하느라 그랬다”고 변명하거나 야권에서조차도 ‘스트롱맨’이라는 홍 후보의 별명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 등은 남성지배적 정치 문화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며 “이런 발언에 침묵하는 한 혐오발언은 제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홍 후보의 혐오발언 상당부분은 처벌 대상”이라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한 토론회에서는 차별적ㆍ반인권적 발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동성애 합법화’와 같은 질문이 나왔을 때 사회자가 ‘그러한 차별발언, 반인권 발언은 중단해달라’고 말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윤한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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