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5인, 동물정책 공약 비교

주요 대선후보 5인은 저마다 동물 대통령을 자처하며 동물 정책을 내놓았다. 연합뉴스, 안사모, 바른정당, 정의당 제공

제 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동물 복지에 얼마나 관심이 많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일보는 11일부터 20일까지 동물 복지를 전문으로 다루는 서국화 변호사,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자문을 받아 각 대선 후보들에게 동물 보호 정책 관련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았다. 이들의 공약은 곧 차기 정권의 동물 보호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질의서는 ▦행정조직과 동물보호법 ▦농장동물 ▦반려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 등 5개 항목에 걸쳐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안들에 맞춰 질문 내용을 담았다. 각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동물 관련 보호법을 강화하고,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동물 보호를 위해 힘쓰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모든 유력 대선 후보가 처음으로 동물 정책을 내놓은 점이 의미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정책들이 구체적 수치나 방법, 목표를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홍ㆍ심 “헌법 개정해 동물권 인정”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동물에 대한 법적 지위다. 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해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해도 재물손괴죄를 적용해 최고 3년 이하 징역, 700만원 이하 벌금형에 그쳤다. 경제적 가치로만 보상을 하다 보니 처벌 수준이 낮았던 것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헌법이나 민법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헌법과 민법 반영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동물복지종합계획을 내실화 하겠다”고 답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헌법 개정 시 동물에 대한 생명 가치를 인정하고 동물복지권을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헌법에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유보적이지만 실질적 동물보호를 위해 민법에 동물이 생명이라는 점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법적 지위 부여에 유보적이지만 동물을 학대 하지 않도록 국민 의식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과 동물학대범 대상 치료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하고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민법을 개정하겠다”고 답했다.

안ㆍ유ㆍ심 “감금틀 사육 폐지 찬성”

대통령 직속 동물복지위원회 신설이나 동물 담당 부처 이관 요구와 관련해선 문 후보가 유일하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동물보호 전담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동안 동물 정책들은 여러 부처에 산재돼 있어 정책 혼선을 야기했다. 특히 축산 농가의 진흥을 다루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 복지까지 다루는 게 맞냐는 지적이 꾸준히 일었다. 홍 후보는 굳이 대통령 직속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지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현재 농식품부 산하 동물복지위원회 기능을 향상시키겠다고 답했으며 유 후보는 유보 입장이다. 심 후보는 육상·해양·반려동물 등을 통합 관리하는 환경부 산하 동물보호국 설치를 제안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배터리 케이지, 감금틀 사육방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안 후보, 유 후보, 심 후보가 찬성 입장이다. 문 후보는 감금틀을 이용한 공장식 사육방식에 대해 “관련 단체들과 긴밀하게 논의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홍 후보는 “사육방식을 보완해 관련 부처가 기준을 마련하고 지자체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생매장 금지와 비인도적 살처분에 대해서는 5명 후보 모두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동물복지인증농장 확대에 대해 유 후보는 지원규모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보 입장을 보였다. 서 변호사는 “감금틀 금지, 생매장 개선에 대한 의견이 제시된 것은 의미 있다”며 “하지만 개선 필요, 개선 검토 등 추상적 내용보다 실행을 염두에 둔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개식용 금지에 대해 단계적 폐지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코사모 카페 홈페이지 캡처
문ㆍ홍 "유기동물 5년 후까지 5만 마리로"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문 후보와 홍 후보는 연간 10만마리에 이르는 유기동물을 2022년까지 5만마리로 줄이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문 후보는 유기동물 입양가정에 건강검진, 중성화수술, 예방접종 등을 지원하고 지자체별로 반려동물지원센터(가칭)를 설치해 전문 인력들이 반려동물의 행동교정 등을 돕는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또 동물의료협동조합 등 민간 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홍 후보는 반려동물에 내장형 인식표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유 후보는 유기동물을 안락사 시키기 전에 기다리는 기간을 늘려 분양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심 후보는 반려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참여형 동물의료보험 도입과 공공동물화장장 설립, 내장형 인식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들을 열악한 환경에서 번식시키는 ‘강아지 공장’ 문제로 불거진 동물 판매업에 대해서는 후보별로 의견이 갈렸다. 문 후보는 답변을 하지 않았고 홍 후보는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반려동물생산업 사육관리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반려동물 이력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는 동물생산업 사육관리 기준 설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동물보호법에 동물 사육시 지켜야 할 관련 법령을 법제화 하는 등 동물 판매업자의 교육의무를 부여하고 경매장 전수조사를 통해 동물판매업의 현황과 유통 통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 2월 일본 다이지에서 수입한 큰돌고래 한 마리가 울산시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에 도착한 지 4일만에 폐사해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
심 "고래류 전시ㆍ사육 금지"

식용개 금지에 대해선 후보들 모두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의견을 나타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개 식용 금지를 위한 단계적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답했다. 유 후보도 “개 농장의 불법 운영을 근절해 식용 문화를 단계적으로 전환, 금지하겠다”는 의견이다.

홍 후보와 심 후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홍 후보는 국민의 점진적 의식 개선과 개 식용 농장에 대한 위생 기준 강화를, 심 후보는 밀집형 형태의 개농장 관리와 축소 방안을 제시했다.

동물 대체 실험 도입에 대해서는 5명의 후보들 모두 찬성했다. 문 후보는 대체시험법이 가능한 분야에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홍 후보는 대체 실험 강구하는 곳에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고, 심 후보는 19세 미만 학생들의 학교 동물 실험을 금지하고 정부가 정보통신(IT)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시 동물 관련, 문 후보는 수족관이나 돌고래 전시행위는 야생동물의 재활 치료 회복과정에서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홍 후보는 고래류 포획과 사육에 대해 점진적 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멸종위기종 이용과 사육 금지에 찬성하지만 돌고래 쇼와 수족관 폐지에 대해 유보적이다. 유 후보는 멸종위기종 이용과 사육금지, 돌고래쇼와 수족관 폐지 모두 유보 입장을 나타냈다. 심 후보는 동물원, 수족관법을 전면 개정해 고래류 등 해양포유류 전시와 사육을 금지하는 가장 강력한 내용의 야생동물 보호 공약을 제시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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