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유아교육 공약 분석

단설 유치원 신설 이상적이지만
부지 확보 어렵고 비용 많이 들어
사립, 공공형 전환은 매우 제한적
“병설이 한정된 재원 효율적 사용
학교 유휴교실 찾기도 쉽진 않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 자제' 발언 논란을 계기로 국공립 유치원 확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선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학부모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방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확대 방식을 두고 여전히 교육현장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막대한 재원, 사립유치원들의 반발 등 현실 여건이 공약 이행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16일 각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후보들은 국공립 유치원을 이용하는 유아의 비율을 40~70%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작년 4월 기준으로 우리니라 국공립 유치원 이용률이 2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8.6%)에 한참 못 미치는 기형적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부 방식은 다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경우 국공립 이용률 목표는 40%로 동일하지만 문 후보는 사립유치원의 공공형 전환, 안 후보는 병설유치원 확충에 방점을 찍고 있다. 공공형 유치원은 사립유치원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 학비는 낮추고 교육의 질은 높인다는 것으로, 서울시에서 전국 처음으로 지난달부터 2곳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어린이집을 포함해 국공립 이용률을 70%까지 높이는 것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병설뿐 아니라 단설 유치원 180개 신설을 각각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쟁점은 ▦단설 신설 ▦병설 확충 ▦사립의 공공형 전환 중 어떤 방식이 현실적인가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모든 시설이 유아에게 적합하도록 별도의 건물에 지어진 단설 유치원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안 후보가 지난 11일 사립유치원 행사 발언이 논란이 되자 “병설유치원이 아니라 대형 단설유치원 설립을 자제하겠다는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한 것을 두고 인터넷 상에서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불만들이 지속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비용이다. 단설이 필요한 곳은 유아가 적은 농어촌이 아니라 대도시다. 대도시는 국공립 이용률이 서울 17.0% 부산 13.4% 등 전국 평균보다도 한참 낮다. 그런데 땅값이 비싼 대도시에 대형 단설을 지을 경우 부지 확보가 어렵고 최소 1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단설유치원 100곳만 새로 지어도 1조원 넘는 돈이 필요하다.

사립유치원의 공공형 전환은 재정 부담이 적은 방안이긴 하지만, 이를 통한 국공립 확충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부지와 시설이 개인 소유인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은 유치원이 ‘자기 재산’이라는 인식이 커 운영이 아주 어려운 기관이 아닌 이상 정부의 간섭을 받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현실적 대안으로 병설 확충을 꼽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직과 교수는 “병설이 단설보다 시설 등에서 미흡한 측면은 있지만,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인 사용 측면에서는 병설 확충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 맞다”며 “병설을 늘려 국공립 수혜 폭을 넓히는 동시에 택지개발지구나 초등학교가 없는 지역에 단설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병설이 부모들의 요구에 딱 맞아떨어지는 국공립 확충 방식은 아니지만, 가장 저항이 적고 실현 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병설 확충 역시 후보들의 공약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안 후보의 경우 6,000학급 확충을 내세우고 있는데, 국공립 확충이 절실한 유아가 많은 지역일 경우 학교 교실 역시 포화 상태에서 유휴교실을 찾기 쉽지 않을 거라는 진단이 나온다. 또 건물 신축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해도 인건비 등의 비용 부담은 병설과 단설이 다를 수 없다. “결국엔 사립유치원들의 저항에 밀려 허울 뿐인 공약에 그치고 마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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