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이라 부르는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이제 22일 남았다. 각 정당과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들이 무대에 섰고 오늘부터 본격적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대통령 궐위라는 초유의 상황이라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해외에서는 21일 간의 짧은 등록기간(임기만료 선거에서는 91일)에 29만 여명의 유권자가 등록해 지난 18대 대선 때의 22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처럼 국내외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으로서의 긴장감도 여느 선거 때와 다르다. 투표와 개표를 비롯한 선거과정에 시비가 없도록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 참여를 보장해야 함은 물론이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있는 성숙된 시민의식에 걸맞게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이 철저히 검증되고 그 결과가 왜곡되지 않고 투표에 반영될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선거환경을 조성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개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정치사의 변곡점에서 이번 대선은 오늘의 시대정신이 어떤 모습으로 새로운 헌법에 담길지를 결정하는 정초(定礎) 선거의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기에 무거운 사명감을 갖게 된다.

선거는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기능과 함께 사회통합의 기능도 갖는다. 지난 겨울 서로 다른 민심의 광장에 서있던 국민의 갈등을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봉합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선거 본연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네거티브와 같은 구태 선거문화를 답습한다면 선거 이후의 갈등과 분열은 언제라도 재현될 수 있다. 이것이 이번 선거의 방점을 정책선거에 두는 이유다.

그렇다면 정책선거로 가는 길은 무엇일까. 한 송이 아름다운 장미를 떠올리며 선거를 바라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아름다움’을 뜻하는 영어 ‘뷰티(Beauty)’의 어원은 라틴어 ‘Bene’에서 유래한다. 본래 ‘바르다’라는 의미를 가진 Beauty는 옳음(眞), 선함(善), 아름다움(美)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선거가 아름답기 위해서는 우선 선거과정이 정책경쟁에 입각한 선의의 대결이라야 한다. 정당과 후보자는 실현 가능하되 시행 과정에서 갈등의 소지가 없는 참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언론과 유권자는 진실의 탈을 쓴 가짜 뉴스ㆍ가짜 공약ㆍ가짜 여론조사라는 가시를 냉철히 가려야 한다. 바야흐로 스마트한 유권자가 스마트한 선거를 만드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선거과정이 진실되고 정의롭다면 선거 뒤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국민 화합의 장이 펼쳐질 것이다. 당선자에 대한 축하, 낙선자에 대한 위로가 공존하는 토양 위에 희망의 정치에 대한 국민의 의사가 새로운 민주질서로 자리잡아 갈 것이고, 바로 그곳이 이번 대선의 종착지가 될 것이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지만 그 꽃은 선거가 끝난 곳에 새로운 얼굴의 민주주의로 피어남을 우리는 지난 세월을 통해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쓰레기더미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이 낫다.” 1951년 영국 더 타임즈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 반세기가 지난 오늘, 우리는 ‘한국형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찬란한 장미를 싹 틔웠고 민주주의 이행국가(개발도상국)에 이를 전수하고 있는 선거 모범국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후폭풍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제 세계의 시선은 대한민국에 향해 있다. 국민의 현명한 판단으로 선거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아닌, 화합과 통합의 과정임을 세계인에게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헌정사에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이번 대선이 정책선거로 기록된다면 따뜻한 봄날에 장미꽃이 만발한 대한민국의 벨에포크(Belle Epoque), 즉 ‘아름다운 시절’도 머잖아 찾아오리라 믿는다.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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