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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낄] 다이어트의 적, 식욕 “장내 세균에 문제 있을 때 생긴다”

입력
2017.04.1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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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건강한 음식' '건강한 생활습관' '건강한 운동' 등 건강하게 살기 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기준을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인가.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는 인간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가라는 진화의학 관점에서 출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쏟아지는 '건강한 음식' '건강한 생활습관' '건강한 운동' 등 건강하게 살기 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기준을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인가.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는 인간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가라는 진화의학 관점에서 출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별명이 ‘빵순이’다. 밥과 면이 메뉴에 있으면 늘 면을 고를 정도로 실은 밀가루 마니아다. 밀가루 음식은 행복을 준다. 과하게 먹을 경우 아토피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만 빼면. 신은 나에게 왜 아토피를 주셨나, 먹을 때마다 고민하는 나에게 들려온 희소식이 있으니, 아토피가 있는 사람은 후에 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단다.

아토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인간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독성 물질을 피하기 위한 생존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어떤 독성을 해결할 능력이 없을 때 아토피와 같은 증상을 나타내면 그 음식을 먹지 않게 되지만,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모든 음식을 잘 먹을 수 있다고 생각(혹은 착각)하며 계속 먹게 되기 때문이다. 읽고 보니 어쨌든 밀가루는 끊어야겠다.

진화의학자인 권용철 박사의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는 인간이 어떻게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해 왔는지를 바탕으로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우리의 유전자는 변하지 않지만 음식, 환경, 스트레스 등에 영향을 받아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책의 골자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유전자는 원시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반면 현대화 된 생활방식에 의해 비롯되는 건강문제가 만만치 않다. 책 전체에 걸쳐 등장하는 이야기가 장내세균이다. 현대의 항생제로 인해 우리 몸에 필요한 세균들까지 모조리 사라져 면역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토피다.

또다른 재미있는 구절은 “식욕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장내세균 불균형의 문제”라는 시각이다. 피르미쿠테스라는 세균은 숙주의 호르몬을 조절해 에너지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도록 조장한다. 대뇌에 특정 물질을 분비해 저혈당 상태라고 생각하게 만든 뒤 당분섭취를 유도하는 미생물도 있다. 그러니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데 식욕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면 너무 좌절하지 말고 장 속의 세균들을 살펴보자.

비슷한 얘기는 ‘탄수화물’ 관련 부분에도 나온다. 탄수화물은 사실 허기져서가 아니라 추가적인 만족감을 위해 먹는 것이다. 탄수화물은 체내에 흡수되면 포도당으로 바뀌고 대뇌에서 만족 중추를 자극한다. 삼겹살을 배불리 먹은 후 된장찌개나 냉면을 먹는 이유는 탄수화물 공급이 완전하지 않아 대뇌 만족 중추 자극이 일어나지 않은 탓이다. 우리는 탄수화물을 조심해야 한다. 탄수화물은 도파민에 의해 일어나는 일반적인 중독에 버금가는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밀가루를 먹고 싶다는 생각은 장내세균 혹은 탄수화물 중독 증세 때문일지 모른다. 저자의 다이어트 조언을 더 소개하자면 ‘물만 먹어도 살 찌는 사람’은 차가운 음료를 많이 먹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찬 음식은 저체온증을 유발하고 체온유지를 위해 몸은 지방을 축적한다.

결국 사람마다 건강관리 방법이 다르다는 결론에 이를 것 같지만 모두에게 통용되는 이야기도 있다. 노화를 막고 암 발병을 줄이기 위해선 “적게 먹고 일찍 자라”는 조언이다. 손상된 유전자를 수리하는 ‘시르투인’의 생산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배고픈 상태에서 잠을 자야 한다. 반면 한꺼번에 운동을 몰아서 하면 과도한 활성산소가 발생해 오히려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어쩌란 말인가!’라고 외치고 싶어질 수도 있다. 사실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부터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쓴 이유는 “건강에 대한 확장된 안목을 갖고 올바른 정보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갖게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라고.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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