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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역사상 가장 결정적인 장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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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역사상 가장 결정적인 장면 ‘5’

입력
2017.04.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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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런던마라톤에서 할리드 하누치(맨 앞)가 스퍼트를 내며 경쟁자를 따돌리고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 홈페이지
2002 런던마라톤에서 할리드 하누치(맨 앞)가 스퍼트를 내며 경쟁자를 따돌리고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 홈페이지

육상 팬들에게 봄은 곧 마라톤의 계절이 왔음을 의미한다. 제 121회 보스턴마라톤대회가 열흘 앞으로,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올 시즌 첫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는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육상전문매체 스파이크스는 지난달 30일 마라톤 역사상 가장 결정적인 장면 다섯 경기를 소개했다. ☞관련기사

5위 : 1985 런던마라톤, 적수가 없던 잉그리드

당시 29세의 크리스티안센 잉그리드(60ㆍ노르웨이)는 장거리 종목의 ‘전설’이었다. 이미 1984 런던마라톤의 디펜딩챔피언이었고 이후에도 장거리 종목을 하나하나 제패했다. 그녀는 5,000m(14분 37.33초)와 1만m(30분 13.74초)에서 세계 기록을 보유한 상태로 이듬해 1985 런던마라톤에 출전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잉그리드에게는 적수가 없었다. BBC에서 해설을 맡은 조안 베누아는 잉그리드의 마지막 스퍼트를 보고 “여자 마라톤 최고의 장면”이라고 극찬했다. 이 대회에서 2시간 21분 06초의 기록을 세운 잉그리드는 이후 런던 마라톤에서 두 번 더 우승했고, 이 기록은 이후 13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

4위 : 2014년 보스턴 마라톤, 멥의 ‘치유의 마라톤’

2013년 보스턴마라톤 폭탄테러 이후 치러진 2014년 대회는 경건하고 엄숙하게 열렸다. 미국의 마라토너 멥 케플리지기(42)는 상처받은 대회와 미국인들에게 치유의 희망을 전하고자 출전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멥에게 의문을 품었다. 그는 이미 골반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1985년 이래 30년 동안 미국 선수의 보스턴마라톤 우승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멥은 라이벌 데니스 키메토(32ㆍ케냐)를 30km 지점에서 일찌감치 따돌려 2시간 8분 37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당시 39세 멥은 보스턴 마라톤 최고령 우승자로 등극했다.

멥은 결승선 통과 뒤 눈물을 흘리며 “일 년 전 악몽이 내 레이스로 잊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CBS의 해설위원 브라이언 레비스는 “저주받은 마라톤이 치유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현장을 중계했다.

3위 : 2003 런던마라톤, 래드클리프 세상을 흔들다

파울라 래드클리프(43ㆍ영국)는 런던마라톤 6개월 전 2002 시카고마라톤에서 이미 2시간 17분 18초, 여자마라톤 세계최고기록을 세웠다. 런던 하프마라톤에서도 68분 2초로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2003년 런던마라톤에 출전한 그녀에게 사람들은 “오버 페이스를 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래드클리프가 결승선에 다다랐을 때 중계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관계자는 “조금만 더 빨리 달리면 2시간 16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귀띔했다. 스퍼트를 낸 래드클리프가 트랙으로 들어오자 중계관계자는 “세계기록을 박살내고 있다”고 소리쳤다. 그녀는 2시간 15분 25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전 보다 2분을 더 앞당긴 기록이다.

래드클리프의 코치 데이비드 베드포스는 “이 기록은 앞으로 수년간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래드클리프는 생각했다. “내년에는 더 빨리 달릴 거야.”

안타깝게 그녀의 다짐은 부상으로 좌절됐다. 그러나 래드클리프가 이 대회에서 세운 여자마라톤 세계최고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2위 : 1982 보스턴마라톤, 백주의 결투

알베르토 살리자르(미국ㆍ58)는 보스턴마라톤 출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2시간 10분 안에 들어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많은 사람들이 데뷔 2년 차 신참 육상선수의 허풍이라고 살리자르의 말을 한 귀로 흘려 들었다. 그러나 살리자르는 2시간 9분 40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약속을 지켰다.

우승까지는 난관이 많았다. 출전 일주일 전 당한 햄스트링 부상과 라이벌 딕 비어즐리(56ㆍ미국)보다도 더 강력한 변수는 날씨였다. 1982년 4월의 보스턴은 예년과 다르게 이상 고온을 기록하고 있었다. 당시 해설자는 “비어즐리의 얼굴이 ‘말린 토마토’처럼 익어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보스턴에서 4차례 우승한 베테랑 빌 로저스(미국)는 25km를 지난 지점에서 레이스를 포기했다. 경기는 살리자르와 비어즐리 두 사람의 대결이 됐다. 이 ‘뜨거운’ 결투의 우승자는 2초 차이로 살리자르에게 돌아갔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응급요원이 급히 투입됐고 살리자르는 곧장 보스턴 병원의 응급실로 실려 갔다. 살리자르는 손실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기 위해 무려 6리터의 정맥주사를 맞아야 했다.

1위 : 2002 런던마라톤, 궁극의 레이스

2002 런던마라톤은 당대 최고의 마라토너 폴 터갓(47ㆍ케냐),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43ㆍ에티오피아), 할리드 하누치(43ㆍ미국)의 동시 출전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그 중 할리드 하누치는 3년 전 1999 시카고마라톤에서 인간이 절대 넘어설 수 없는 ‘마의 장벽’이라 여겨진 2시간 6분대의 벽을 최초로 넘어서며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결국 하누치의 전설은 런던까지 이어졌다.

마라톤에서 가장 긴장된 순간은 선수들이 서로의 스퍼트를 기다리는 시점이다. 게브르셀라시에가 먼저 레이스에서 탈락한 뒤 나머지 레이스는 타갓과 하누치의 대결로 압축됐다. 약 1.5km를 앞둔 지점에서 하누치가 어깨 너머로 타갓의 위치를 힐끔 확인한 뒤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다.

결국 하누치는 타갓에 10초, 게브르셀라시에를 1분 앞선 2시간 5분 38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세 사람이 동일 라인에서 서로의 스퍼트를 기다리는 긴장된 순간은 마라톤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으로 기록됐다. 당시 BBC에서 해설을 맡은 브랜든 포스터는 “전 세계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며 흥분했다.

오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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