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피요르에서 기차를 놓친 적이 있어요. 터널 안 사고로 버스는 20여분을 움직이지 못했고, 역에 도착했을 때는 기차가 떠난 지 10분이 지나 있었어요. 야간기차를 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지요. 밤 11시 쯤 기차역 밖으로 잠시 나갔을 때 만난 풍경은 언제까지나 잊지 못할 거예요. 겹겹의 푸른빛이 드리운 하늘과, 창백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흰 달! 서늘하게 깊은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알게 되었지요.

울라브 하우게는 피요르의 울빅 마을에서 1908년 태어나 1994년까지 살았어요. 1천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곳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다지요. ‘어떤 병증도 없이 단지 열흘 동안 먹지 않는 옛날 방식’으로 숨을 거두었다고 하지요. 원예학교에서 공부해 과수원 농부로 평생 일하면서 시를 썼어요. 그의 시는 피요르에서 만났던 백야의 푸른빛 속 형형했던 달빛과 꼭 닮아 있어요.

다만 대낮에 당신의 정원을 보여 달라는 주문은 당신이 가꾸는 평소의 뜰을 보여 달라는 것이지요. 당신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보여 달라는 것이지요. 자연스러움은 꾸미지 않은 상태, 즉 굳이 애쓰지 않아도 이미 그의 모습이지요. 자연스러운 자세는 굳어 있지 않은 유연함이지요.

환한 대낮에 자신의 뜰을, 자신의 민낯을 보여줄 수 있다면 호밀을 밟지도 않으며 경비견도 굳은 주먹도 가져오지 않을 사람이지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이러한 경이로움으로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일 테니까요.

이원 시인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