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소다]<27> 근절되지 않는 동남아 섹스 관광

성매매 관광을 목적으로 필리핀에 입국했다가 3일 새벽 인신매매혐의로 체포된 9명의 한국 남성들의 사건을 다룬 지역 뉴스 페이지. 세부 데일리 뉴스 캡쳐

필리핀으로 성매매 관광을 떠난 충남 보령의 공기업 직원과 사업가 등 한국 남성 9명이 지난 3일 필리핀 세부의 한 빌라에서 인신 매매 혐의로 체포됐다. 40~50대의 이들은 세부 지역에서 19~21세 현지 여성과 함께 동행하면서 성관계까지 갖는 일명 ‘에스코트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세부 데일리 뉴스는 이들의 체포 소식을 전하며 9명의 실명을 밝혔고, 6일에는 이들이 조사받는 장면까지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됐다. (기사 바로가기 )

한국 남성 관광객들의 해외 성매매 관광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달 24일에도 부산에서 필리핀 성매매 관광을 골프 여행상품으로 위장시켜 인터넷 카페 회원들에게 판매한 브로커 2명과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직원 등이 포함된 성매수남 45명 등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필리핀 등 많은 동남아 국가에서 성매매가 불법이지만, 해외 성매매 관광은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3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동남 아시아 아동 성매매 관광의 현황과 대책' 에 따르면 한국의 40~50대 장년층들은 여행사의 단체 관광을 통해 현지 가이드가 연결하는 유흥업소를 통해 성매수를 하는 경향이 있고, 20~30대 젊은 층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현지의 잘 짜여진 성매매 관광상품을 선택해 개별 혹은 소그룹으로 여행을 가는 경향이 높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동남아 현지에서 한국인들은 어린 여성을 선호하고 폭력적이며 성적 요구가 많은 성 매수자로 인식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필리핀에서 성매매는 “인신매매”로 취급, 불법이며 위험함’이라는 제목으로 2011년 게재된 성매매 관련 주의사항. 하지만 필리핀 성매매 관광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 캡쳐
2012년 미 국무부 보고서 “한국, 세계 6위 아동 성매매 송출 국가”

해외 성매매 관광의 경우, 자연스럽게 아동 성매매로 이어지기는 한다. 여기서 아동은 18세 미만 미성년자를 지칭한다. 유니세프는 전세계에서 200만명의 아동이 성매매 관광으로 성착취를 당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 지역에서만 10만명의 아동이 성착취를 당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2012년 발간한 인신매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6위의 아동 성매매 관광 송출 국가다. 그리스, 나이지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에 이어 한국이 여섯번째로 전세계로 아동 성매매를 하는 관광객을 많이 보낸다는 것이다.

한국 관광객의 아동 성매매는 소아성애적 기호 때문이라기보다는 구매할 수 있는 아동이 있고, 이런 행위가 용인되는 상황에서 아동의 성을 구매하는 이른바 상황적(situational) 구매자인 경우가 많다는 게 엑팟(End Child Prostitution Child Pornography & Trafficking of Children for Sexual Purpose, ECPAT) 등 국제 아동 성매매 관광 근절 단체들의 분석이다.

구글에서 '필리핀 섹스 관광'으로 검색했을 때 나타나는 이미지들.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섹스 관광 정보와 후기 등에 쉽게 접근할수 있다. 구글 캡쳐

미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선 한국인 남성을 9년 연속 동남아 지역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요 고객으로 지목하고 있다. 인신매매 보고서는 2000년 제정된 ‘인신매매피해자 보호법(TVPA: Trafficking VictimsProtection Act)’에 따라 미 국무부에서 전세계와 협력, 작성되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인신매매와 성매매 등의 종식을 위해 전세계와 협력하고 필요한 조치를 고무시키는 것을 목표로 전 세계 국가들을 4단계로 분류한다. 한국은 2002년 이후 지금까지 1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해외 아동 성매매에 있어서는 동남아 아동 성 착취의 주범국으로 비판 받고 있다.

“한국 정부, 아동 성매매 범죄 처벌 안 해… 관광수요 줄이려는 의지 없어”

2008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 남성은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군도 국가들에서 자행되는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요한 고객집단을 구성하고 있다.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아동 성매매 관광을 떠나는 한국인 남성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지난해 발간된 2016년 보고서까지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관련 보고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2010년 보고서에서는 ‘한국인 남성들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제도에서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요 수요자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해외 아동 성매매 관광에 나섰던 한국인을 단 한 명도 처벌한 적이 없고 이런 관광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2013년 보고서에서는 ‘한국인 남성들이 동남아 국가들에서 아동 성매매 관광에 참여한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6년간 이러한 범죄에 대한 어떤 기소나 유죄판결은 없었다’며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2014년 보고서에선 ‘한국 남성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에서 아동 성매매 관광에 참여한다’로 꼬집었다. 2015년에는 아동 성매매 관광 국가에서 몽골이 추가되면서 ‘한국 남성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에서 아동 성매매 관광에 참여한다’고 게시돼 있다.

지난해 6월 발간된 2016년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 보고서는 아동 성매매 관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 남성들은 주로 여행사의 골프 투어 상품이나 출장으로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군도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요 수요자로 남아있다”며 “한국 정부는 해외 성매매 관광에 참여한 15명의 한국인에게 여권 발급을 거부했지만, 이들을 기소하거나 유죄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에서 지난해 6월 발간한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 남성들의 동남아 아동 성매수를 지적한 내용. 미 국무부 홈페이지

한국 관광객들의 아동 성매매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제기되자 2013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대책안으로 정부에 아동 성매매 관광에 대한 강력한 공공 캠페인, 아동 성매매 관광 수요를 줄이기 위한 여행사와의 협력, 아동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권고했지만 성매매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는 사례는 드물다.

지난 3일 필리핀 세부에서 인신 매매 혐의로 체포된 9명의 남성에 대해서 충남경찰청은 이들이 귀국하면 성매매 혐의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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