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신주쿠의 밤거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렇게 긴 화환 행렬을 처음 보았다. 도쿄 최대의 환락가인 가부키초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화환은 빽빽하게 몇 블록을 지나는 내내 꼬불꼬불 이어졌다. 이렇게까지 축하해야 할 일이 무얼까. 가부키초에서 오후 다섯 시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다. 캄캄해진 무렵에는 하도 시끄러워 별로 내다보질 않았고 아침이 되어서야 동네를 나서면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넥타이를 맨 채 쓰러진 이들이 골목마다 두엇씩 있었고 아직 덜 취한 남자 접대부들은 출근길 사람들을 보며 장난을 걸었다. 딱 보기에도 야쿠자일 것 같은 덩치들이 드문드문 문 닫은 술집 앞을 서성였고 너무 요란해서 하나도 예쁘지 않은 화장이 번진 여자들이 기지개를 켜는 아침이었다. 그런 골목에서 화환 행렬이라니. 화환뿐 아니라 꽃다발을 든 남자들도 여럿이었다. 분명 대단한 날인 모양이었다. 아파트로 돌아와 친구에게 물었다. 나는 일본어를 할 줄 몰랐다. “그 화환들은 다 뭐야? 왜 사람들이 다들 꽃을 들고 선 거야?” 유학생 친구가 웃었다. “가부키초 인기쟁이 아가씨의 생일날이래.” 나는 입을 쩍 벌렸다. 그러니까 이 동네 환락가에서 잘 나가는 여자 접대부의 생일이라서 단골손님들이 축하의 마음을 담아 보낸 꽃 더미였던 거다. 사진집 ‘신주쿠 미아’로 도몬켄 사진상을 받은 사진작가 양승우는 신주쿠 가부키초 풍경 속 야쿠자와 노숙자, 그리고 만취객들을 찍어왔다. 그의 사진집 ‘청춘길일’이 어제 집에 도착했다. 사진집을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겨봐야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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