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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삼성 커넥션 시작은 ‘빗나간 모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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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삼성 커넥션 시작은 ‘빗나간 모정’이었다?

입력
2017.01.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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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첫 금전 지원 요구한 시점은

당시 고3이던 정유라 임신 상태

‘승마’ 특정은 배후에 崔 정황

측근 “주변 시선에 양육 힘들어

獨 이민 정착금 마련 의도” 진술

특검, 崔 사적 동기가 주원인일

가능성 짙어지자 허탈 분위기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수사에서 핵심 고리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와 삼성그룹 간 ‘검은 거래’는 그 뿌리를 추적해 보면 고교생 신분이던 최씨 딸 정유라(21)씨의 임신, 그리고 최씨의 빗나간 모정(母情)에서 싹텄다고 볼 만하다. 당초 알려진 대로 승마훈련 지원 명목이라기보다, 갓 스무살 나이에 엄마가 된 정씨의 독일 정착금 마련 용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3일 박영수(65) 특별검사팀과 삼성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씨 측이 박 대통령을 앞세워 삼성에 ‘금전적 지원’을 요구한 최초 시점은 2014년 9월 15일이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박 대통령은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돼 달라.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승마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좋은 말도 사 주고, 훈련비도 지원해 달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목하진 않았으나, 비인기종목 중에서도 승마를 콕 집어서 말하게 된 배경에는 최씨가 있었을 것으로 특검팀은 의심하고 있다. 당시 청담고 3학년생이었던 정씨는 이미 뱃속에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이듬해 3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승마협회 회장에 오르긴 했지만, ‘승마훈련 지원’이 실행되지 않자 삼성에 대한 박 대통령, 사실상 최씨 측의 압박은 더욱 노골화됐다. 박 대통령은 2015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승마훈련 지원이 소홀한 것 같다. 좀더 신경 써달라”고 다그쳤다. 이보다 8일 전인 7월 17일, 국민연금공단의 찬성표 행사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된 삼성에 박 대통령은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삼성 후계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까지 던졌다.

삼성은 부랴부랴 ‘밀린 일 처리’에 나섰다. 독대 당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7월 22~25일)에 참석 중이던 박상진 사장은 즉각 상경해 김종(56ㆍ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만난 뒤 7월 27일 독일로 향했다. 원래 예정됐던 영국 출장 계획에 독일 일정을 급히 끼워 넣었다. 현지에서 최씨 측근인 박원오(66) 전 승마협회 전무 등을 만난 그는 한 달 후인 8월 26일, 삼성전자 명의로 최씨의 독일 법인인 코레스포츠와 220억원대 지원계약(실제 집행액수는 80여억원)을 체결했다. 승마훈련 지원 명목이었음에도 승마협회를 거치지 않은 채 최씨 측과 직거래를 한 ‘수상한’ 계약이었다.

박 대통령의 ‘2차 요구’에 앞서 정씨는 2015년 5월 8일 제주도에서 출산을 했다. 이보다 몇 달 전인 2015년 1월 15일 정씨가 최씨에게 쓴 자필편지에 “엄마가 영주권 얻어서 간다면”이라는 문구가 나오고, 최씨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도 “독일로 이주하려 했다”고 말하는 등 최씨가 삼성과 계약을 추진하며 독일 이민을 시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검팀은 박 전 전무 등으로부터 “최씨는 주변 시선 때문에 어린 딸이 한국에서는 아이를 기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독일 정착금 마련을 위해 삼성에서 돈을 받아낸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라는 희대의 스캔들이 오로지 이런 이유로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수사를 진행할수록 최씨 측의 ‘사적 동기’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이 파악되고 있어 특검팀도 허탈해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62)씨는 2014년 말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출석하면서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그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불장난’은 자신의 딸이 저질렀던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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