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쇼박스 등 빅4 투자배급사 영화 70%가 '브로맨스'

현빈(왼쪽)과 유해진의 ‘브로맨스’를 앞세운 영화 ‘공조’는 18일 개봉 예정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는 남성 위주 상업영화로 시장이 완전히 재편된 느낌입니다.”

한 영화관계자의 한숨 섞인 전망처럼 2017년 충무로의 키워드는 ‘브로맨스’다. 남자배우들을 앞세운 상업영화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시장을 다 가져갈 태세다. 멜로나 로맨틱코미디 등 사랑이야기는 전멸 수준.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성의 시장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충무로는 정반대의 시장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당장은 관객 입맛에 맞을 지 모르나 시장의 다양성 추구나 새로운 영화 개발을 등한시하다 장기적으로 전체 영화시장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남남 케미’ 습격시대

충무로 4대 영화투자배급사(일명 ‘빅4’)인 CJ엔터테인먼트(CJ)와 롯데엔터테인먼트(롯데), 쇼박스, NEW가 공개한 올해 한국영화 라인업은 남자의, 남자를 위한, 남자에 의한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CJ는 올해 개봉할 영화 11편 중 8편을 남자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롯데는 5편 모두 ‘브로맨스’ 영화다. 쇼박스도 6편 중 5편이, NEW는 9편 중 6편에 남자를 주연으로 앞세웠다. 빅4가 올해 극장가에 내놓을 총 31편 중 70% 이상이 ‘남남 케미’에 기댄 영화다.

주요 작품만 살펴봐도 충무로의 ‘남성 편애’가 드러난다. 남성 중심의 역사물이나 범죄스릴러, 코믹액션 등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충무로를 주도해온 흥행 코드가 올해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2014년에는 ‘명량’(1,760만명)과 ‘해적: 바다로 간 산적’(860만) 등이 흥행을 주도했고, 2015년에는 ‘베테랑’(1,340만), ‘내부자들’(670만), ‘사도’(620만), ‘검은 사제들’(540만) 등이 관객의 환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검사외전’(970만)과 ‘밀정’(750만), ‘인천상륙작전’(700만), ‘럭키’(690만) 등이 남성 강세 현상을 이었다.

18일 개봉 예정인 영화 ‘더킹’은 조인성(왼쪽)과 정우성(가운데)의 동반 출연을 가장 큰 마케팅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NEW 제공

CJ는 현빈과 유해진이 주연한 ‘공조’,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중기 황정민 소지섭 등이 출연한 ‘군함도’, 이병헌 김윤석의 ‘남한산성’, 강동원 김의성 주연의 ‘골든슬럼버’(가제), 설경구 임시완의 ‘불한당’, 류승룡 장동건의 ‘7년의 밤’, 김윤석 하정우 강동원 주연의 ‘1987’ 등을 올해 간판으로 내걸고 있다. 롯데는 이성민 조진웅의 ‘보안관’과 ‘해빙’(조진웅 김대명), ‘청년경찰’(박서준 강하늘), ‘신과 함께’(하정우 차태현), ‘7호실’(신하균 도경수)로 진용을 꾸렸다. 쇼박스는 ‘살인자의 기억법’(설경구 김남길), ‘더 프리즌’(한석규 김래원), ‘특별시민’(최민식 곽도원), ‘택시 운전사’(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꾼(현빈 유지태) 등이 올해 스크린을 장식한다. NEW는 ‘더킹’(조인성 정우성), ‘루시드 드림’(설경구 고수), ‘원라인’(임시완 진구), ‘강철비’(정우성 곽도원) 등으로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주요 영화투자배급사들이 지난 3년간 관객을 끌어 모은 ‘돈벌이용’ 영화의 흐름을 읽은 것”이라며 “시장논리로만 영화를 만들려는 시도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4대 투자배급사의 2017년 ‘브로맨스’ 한국영화

다양성 필요할 때 획일성 짙어져

빅4가 준비 중인 영화들은 겉은 화려하나 실험정신이 돋보이지는 않는다.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나 ‘그날의 분위기’ ‘남과 여’ ‘좋아해줘’ ‘굿바이 싱글’ ‘로봇, 소리’ ‘4등’ ‘아가씨’ 등 개성 넘치는 소재를 내세웠던 작품들이 극장을 찾았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획일성은 도드라진다. 빅4는 “다양한 해외영화 수입을 통해 관객들에게 균형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려 한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돈 안 되는 영화는 만들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영화계 안팎의 비판을 불식시키기는 어렵다.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과 소재 고갈에 따른 피로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검사외전’과 ‘가려진 시간’ ‘마스터’에 출연했던 강동원은 ‘골든슬럼버’와 ‘1987’로 올해 관객과 만난다. 정우성과 곽도원 하정우 조진웅 설경구 임시완 등도 출연작이 올해 두 편 이상이다. 남자배우들끼리 호흡을 맞춘 엇비슷한 영화들이라 배우들의 이미지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석규(왼쪽)와 김래원은 교도소에서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 ‘더 프리즌’의 주인공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다. 쇼박스 제공
올 상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군함도’의 류승완(가운데) 감독과 배우 송중기(오른쪽부터) 소지섭 김수안 이정현 황정민 이경영이 촬영을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계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군함도’는 제작비 200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이 1,000만명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작이다. ‘신과 함께’는 1, 2편 제작비가 300억원이다. 제작비가 많으니 개봉 뒤 마케팅에도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독립영화제작사나 작가주의적 성향이 강한 감독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자본이 대형화되면서 주요 영화제작사와 투자배급사들이 흥행코드에 맞는 안전한 선택을 하게 돼 있다”며 “올해 개봉작들은 그 상업적인 틀이 완성된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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