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A의 오래된 남자친구는 네덜란드인이다. 유학 중 만난 그들은 내가 알기로 십오년 이상 연애를 했다. 그녀는 남자친구로부터 프러포즈를 네 번 받았고 네 번 모두 수락했고 네 번 모두 결혼식을 앞두고 취소했다. 그 중 두 번은 네덜란드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고 두 번은 서울에서 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녀는 나에게 두 번이나 네덜란드 행 비행기표를 선물했고 두 번 다 환불했다. 또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엔 진짜야. 결혼하기로 했어.”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됐고. 어디서 할 건데?” 네덜란드란다. “또 비행기표 사줄 거야?” “물론이지.” “안 믿을 거야!” 투덜대는 나에게 A가 가만가만 말했다. “아기를 가졌거든. 이젠 무를 수도 없어.” 꺄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한국말을 배우기 귀찮아하는 남자친구가 미워서 결혼을 취소한 적도 있었고, 술만 먹으면 자꾸 남자친구의 팔뚝을 깨무는 버릇 때문에 결혼을 취소당한 적도 있었던 그들이었다. 이제 A의 남자친구는 한국말을 아주 유창하게 잘 하고 A도 남자친구의 팔뚝을 깨물지는 않는다. 배가 많이 나왔음에도 A는 몸에 착 달라붙는 웨딩드레스를 구해 두었단다. 얼마 전 보내온 사진 속 그녀는 바짝 깎은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아담한 결혼식장에 선 그녀는 얼마나 귀여울까. 아쉽지만 나는 그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다. 어린 아기를 두고 먼 데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그녀가 초대하는 한국인 친구는 오로지 나뿐인데 무척이나 아쉽다. 이번엔 정말로 결혼식을 하게 될 텐데. 똑같은 남자와 다섯 번째 결혼식장을 예약하는 여자도 세상엔 그리 흔치 않은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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