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인 파면 절차나 소추에 의한 해임이 불가능한 고위 공직자를 국회에서 소추하여 해임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며, 헌법재판소에서는 6인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 심판을 결정한다.

한자어 ‘彈劾’은 중국에서 근대 이전까지는 감찰 직무를 맡은 관리가 다른 죄 지은 관리를 처벌하는 것을 가리켰다. 19세기 들어서 서구의 주권 재민 및 삼권 분립 등이 소개된 이후에서야, 의회에 의해서 고위층 관리, 심지어 총통 등까지도 처벌하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

영어로 탄핵을 뜻하는 impeachment의 동사형은 impeach이고 이것의 라틴어 어원 impedicare다. impedicare는 애초에 발에 족쇄 등을 채우는 것을 의미했는데, 16세기 중반 이후부터 죄를 저지른 공직자를 기소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이렇게 된 것은 동사 impedicare가 다른 동사 impetere(공격하다, 기소하다)와 혼동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자어 탄(彈)의 갑골문 형태는 활시위에 동그란 물체가 놓인 모습을 하고 있다. 한자어 탄의 오른쪽 부분인 단(單)은 그것 자체로 원래 갑골문에서는 성을 공격할 때 쓰이는 무기를 뜻하는 모양이었는데, 이후에 무기란 뜻이 소실되자, 활(弓)이란 의미 성분이 추가되어서 탄환(彈)이라는 새로운 글자가 만들어지고, 창(戈)이 추가되어서 전쟁(戰)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이후로 彈은 ‘폭탄’에도 쓰이고 ‘규탄’에도 쓰이게 되었다.

한자어 핵(劾)의 원형은 해(亥)다. 亥의 갑골문 형태는 사람의 머리 부분에 옆으로 그어진 지사문자의 부호가 덧붙여진 모양을 하고 있었다. 원래 머리는 크고 몸과 다리는 짧은 아이들을 가리키는 글자였다. 또한 그런 아이들이 발음을 잘 못하는 상황, 혹은 그런 아이들이 웃거나 기침하는 상황을 뜻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亥의 원 뜻이 소멸되면서 이 글자는 12지의 마지막을 가리키는 글자로 변하게 되었다. 그러자, 다른 의미 성분들, 한편으로는 원래 뜻을 보존하기 위해서, 아이(子)를 붙여서 어린아이 해(孩)를, 또 입(口)을 붙여서 기침 해(咳)를 만들어 낸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형태와 의미를 분화시키기 위해서, 나무(木)를 붙여서 씨 있는 과일 핵(核)을, 또 칼(刀)을 붙여서 새길 각(刻)을, 힘(力)을 붙여서 꾸짖을 핵(劾)을 새로 만들어 낸 것이다.

劾에는 다소간에 亥의 원 뜻이 숨어 있기도 하다. 즉 劾은 여러 사람들이 죄 지은 관리를 강력하게 꾸짖는다는 것을 뜻하는데, 강력하게 꾸짖는 양식 내지는 방법으로 죄 지은 관리에게 침을 뱉는다(咳)는 역사적 관례가 숨어 있다고 해석된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근대적인 사상과 제도가 정착되기 이전의 전근대 사회에서 소위 군주를 탄핵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중국 고대 역사책 ‘한서’를 보면 “군주를 탄핵하는 일은 엄청난 불경죄(劾大不敬)”라는 표현이 보인다. 심지어 군주와는 다른 의견을 표명하는 일조차 엄청난 불경죄여서 반대 의견을 내놓을 때에는, 지부상소(持斧上疏)라고 해서 “내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 도끼로 나의 목을 치라”고 해야만 했다.

지금은 대다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고 있다. 근대적인 사고 방식과 정치 감각에서 말한다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 그리고 또 자신의 범죄에 대해서 제대로 반성하지 않은 채 계속 자행해 온 여러 언행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엄청난 불경죄라고 할 수 있다.

서구 근대 정치 혁명의 여러 형태를 보면 이러한 상황에서 타협적으로 명예혁명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고 끝내 저항하는 봉건 군주를 단두대로 보낸 경우도 있다. 단두대란 일종의 기계장치로 진화한 도끼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단두대로 가기 직전에서야 박근혜는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제 소위 ‘명예로운 퇴진’이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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