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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14번 오류 가능성… 무결점 수능 1년 만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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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14번 오류 가능성… 무결점 수능 1년 만에 위기

입력
2016.11.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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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ㆍ검토기간 등 촉박 영향

복수정답 논란이 일고 있는 2017학년도 수능 한국사 14번 문제
복수정답 논란이 일고 있는 2017학년도 수능 한국사 14번 문제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14번 문항의 오류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강조해온 ‘무결점 수능’이 1년 만에 깨질 위기에 놓였다. 수능 출제 오류는 왜 반복되는 걸까.

수능 오류는 2014학년도부터 논란이 됐다. ‘EU의 총 생산량이 NAFTA의 총생산량보다 많다’는 세계지리 8번 문제의 보기가 틀렸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평가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험생들이 정부 상대 소송에 나섰고, 승소하자 1년 후에야 오류를 인정하고 전원 정답처리 했다. 2015학년에는 영어 25번 문제와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서 오류가 발생, 모두 복수 정답을 인정해줬다.

2년 연속 출제 오류가 발생하자 교육부는 ‘수능 출제오류 개선방안’을 발표, 지난해 검토위원장 직을 신설하고 출제 기간과 인원도 늘렸다. 지난해에는 오류가 한 건도 없는 ‘무결점 수능’을 달성했다. 올해 역시 정진갑(58ㆍ계명대 화학과 교수) 출제위원장이 17일 시험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류 없는 문항 출제를 최우선으로 했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그러나 한국사 14번 문항의 복수 정답 인정 가능성이 점쳐지면서(본보 19일자 10면) 체면을 구겼다. 최종 정답은 28일 오후 5시 발표된다.

실제 수능 출제에 참여해본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출제 기간과 인원으로는 오류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교수와 교사로 구성된 500여명의 출제위원이 외부와 격리돼 문제를 만드는 기간은 총 34일이지만, 문제지 인쇄와 배포 등을 뺀 실제 출제기간은 보름 남짓이다. 출제위원들이 1인당 3~5개 정도의 문제를 내고 검토위원들이 두 차례에 걸쳐 문제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위원들은 보름 동안 거의 매일 밤을 샐 정도로 시간이 빠듯하다고 한다.

또 검토 과정에서 문제가 빠지면 급히 새 문제를 만들어야 해 시간은 더 촉박할 수밖에 없다. 수능과 모의평가시험의 출제위원으로 여러 번 참여했던 한 교사는 “예컨대 역사는 시대별 전공자를 다 출제자로 데려올 수 없다 보니 특정 시대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고, 검토할 시간도 매우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한국사 14번도 자료를 해석하고 추론하는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교과서 암기로만 풀 수 있는 단순한 형식이라 급조된 문제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출제위원들이 격리된 합숙장소에 들고 갈 수 있는 자료의 양이 한정적이고, 인터넷 검색 역시 보안요원의 감시하에 제한적으로만 할 수 있어 자신의 전공분야 외에는 깊이 있게 검토하기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 교수와 교사간 ‘기 싸움’이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능 출제 검토위원이었던 한 교사는 “교수가 낸 문제에 대해 교사가 질의 등을 하면 ‘감히 내 문제에 토를 달아’라고 불쾌해하는 경우도 있어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간 다양하게 물어보고 의심해 보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자료: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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