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특별한 전시회를 하나 열었다.

SNS를 비롯해 주변에 ‘소리’를 냈지만 아쉽게도 대중의 관심 밖에서 조용히 치러지는 중이다. 온 국민이 분노와 허탈감에 빠진 현 상황 속에서 광장을 향한 시선을 이 자리로 향해달라고 부탁하기도 쉽지는 않았다. 1970~80년대 ‘조작간첩단’ 사건 고문피해자들의 자전적 치유행위를 담아 ‘기억이 치유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전시는 사진전의 형식을 띨 뿐, 예술작품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참여자로 하여금 스스로 내면의 상처를 보듬어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치유과정 중 하나에 해당하기에 이 전시의 성격을 ‘치유사진전’이라고 명명하고자 했다. 이 용어는 아직까지 심리치료의 한 분야인 사진치료 자체가 일반화되지 않은 생소한 영역인 만큼 일부러 하나의 규정화를 이루기 위해 택한 것이었다.

‘치유사진전’이라는 용어는 지난 2014년 5월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기억의 회복-오월광주 치유사진전’을 열 때 처음 썼다. 그 해 들어 서울에서 시작해 대구, 부산을 거치는 순회전시를 기획하면서, 전시장을 찾는 관객들이 단순히 사진 이미지에만 국한해 바라보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직접 생각해 낸 것이다. 그 전해부터 1980년 5ㆍ18 당시 고문이나 수형생활을 당했던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면서 고민이 있었다. 피해 당사자들이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내적 상처와 대면하면서 힘겹게 자기치유의 시간을 가져왔고 더불어 피해사건 이전의 ‘원존재’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공개적인 자리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여긴 탓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그 안에서 자기를 잃으려 하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전시회를 그 형식적 대안으로 삼은 것도 피해자들 스스로 자신의 삶이 대중으로부터 외면되지 않음을 확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치유사진전이라는 명명이 꼭 필요했던 이유 역시 결국 사진작품을 보는 전시가 아닌 피해자들이 어떻게 자신을 회복해 가는지를 일반 대중과 함께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전시가 열리는 장소는 공교롭게도 현재 뒤집어진 나라꼴을 성토하고 같은 의지를 교감하길 원하는 이들이 모이는 해방구와도 같은 곳이다. 그럼에도 이 치유사진전을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이 드문 탓에 자꾸 아쉬움이 일렁인다. 국가폭력의 억압 아래 인간으로서의 지위와 존엄성을 박탈당한 채 소중한 삶의 일부를 잃은 이들이 엄청난 용기를 낸 자리가 홍보부족이나 현재의 얼토당토않은 정국 아래 지난 과거의 일로 다시 잊히게 될까 봐 안타깝기도 하다. 혹여 찾아준다면 얼기설기 임시 거치대 전면에 걸린 수백여 점의 사진과 글들 모두 ‘치유행위’와 회복의 ‘정점’으로 삼아 살펴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다.

‘국가폭력 고문피해자 자기회복 치유사진전-기억이 치유를 만나다’는 서울 충정로역 9번 출구 앞 일명 ‘벙커 1’ 건물 1층에서 일요일을 제외한 이달 29일까지 열린다. 올해 봄부터 강광보 김순자 김태룡 이사영 이옥분 정숙항 최양준씨 등 참여자 7명은 5ㆍ18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내적 상처 그리고 본래의 꿈 많던 원존재로서의 자신과 마주하는 사진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정체성 회복의 시간을 조금씩 이루어 왔다. 간첩으로 조작되어 참담할 정도로 고문과 구타를 받아야 했고 수십여 년의 수형생활까지 버텨야 했던 그들의 용기는 무척이나 높고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기 위해 고통스런 기억과 마주한 것이 아니라 고통스런 기억과 맞서 원래 아름다웠던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 카메라를 든 그들에게 큰 박수를 드린다.

임종진 달팽이사진골방대표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