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매일신보 옳은 설명 고르기
“‘시일야방성대곡 게재’도 정답”
수능 이의신청 100건 훌쩍 넘어
21일까지 받아 28일 최종 발표
올해 처음 수능 필수과목이 된 한국사 14번 문제가 복수 정답 처리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사는 절대평가에 따른 등급만 산출하고 입시에 거의 반영하지 않는 대학이 많지만, 첫 시험부터 오류를 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수능 이의신청은 100건을 훌쩍 넘었다.
1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수능 이의신청 게시판에 올라온 170여건 중에, ‘구한말 대한매일신보를 옳게 설명한 보기를 고르는’ 한국사 14번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평가원은 보기 1번 ‘국채보상운동을 지원하였다’가 정답이라고 했지만, 이의신청 게시판엔 보기 5번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논한 시일야방성대곡을 게재하였다’ 역시 정답이라고 반박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해당 반박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성민 종로학원 한국사 강사는 “시일야방성대곡은 황성신문에 처음 실렸지만 1주일 뒤 대한매일신보도 기사화했다”고 주장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국사편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대한매일신보가 ‘일부’ 게재했고 대한매일신보 영자 판도 1905년 11월 27일에 해당 내용을 번역해 ‘일부’ 실었다”고 덧붙였다. 일부 게재이긴 하지만 보기에 전부 또는 일부라고 구별하지 않은 만큼, 정답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한국사 14번과 관련된 문제 제기를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후 정해진 이의신청 심사 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심사해 최종 정답을 발표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어 문제 중엔 음절의 종성과 관련된 음운 변동 현상을 묻는 12번도 복수 정답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 올라왔다. 음절의 종성에 마찰음, 파찰음이 오거나 파열음 중 거센소리나 된소리가 오면 모두 파열음의 예사소리로 교체되기 때문에 보기 1번 ‘꽂힌[꼬친]’도 정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문규 경북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1번 보기는 ‘교체’가 아니라 ‘축약’으로 가르친다”라며 “정답은 보기 5번 ‘읊고[읍꼬]’가 맞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1일 오후 6시까지 이의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28일 오후 5시 최종 정답을 홈페이지에 발표한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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