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5고개’ 정화활동 나선 자전거 동호인들

지난 12일 경기 양평 중미산 인근에서 '동부5고개' 정화활동을 마친 참가자들이 수거한 쓰레기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양평=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지난 12일 오전 새벽 물안개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경기 양평 양수역 1번 출구 앞으로 자전거가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쌀쌀한 늦가을 아침이었지만 역 앞은 20여명의 ‘라이더’들로 활기가 가득했다. 이날 이곳에 자전거가 모인 이유는 여가를 즐기거나 운동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자전거 타고 이동하며 도로 주변을 청소하는 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다.

“아프니까 청소하자”며 로드 바이크 동호회 ‘팀 청혜안’이 ‘#동부5고개의눈물’을 주제로 기획한 이번 행사는 자전거 동호인이 자주 찾는 경로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자전거를 타고 돌며 치우는 활동이다. 행사는 동호인 사이에서 ‘동부5고개’로 알려진 경기 양평군과 가평군 일대 고개 5곳을 지나며 진행됐다. 이곳은 차량 통행량이 적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돼 많은 자전거 동호인이 찾는 곳이다. ‘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이 다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자전거족’ 사이에서 유명한 코스다.

동부5고개 정화활동에 참가한 자전거 동호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이곳은 차량 통행이 많지 않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돼 수도권 동호인 사이에서 인기 있는 코스로 꼽힌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행사를 기획한 이석휘 청혜안 팀장은 “자전거 통행이 많은 곳이 쓰레기로 지저분하면 자전거 동호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난다”며 “정화활동이 자전거 동호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참가자 20명은 양수역 앞에서 쓰레기 수거용 비닐 봉투와 자전거용 가방을 받고 조를 나눠 정화활동을 벌였다. 평소 같으면 앞으로 달리는 데만 신경을 집중했겠지만 이번은 달랐다. 주변을 천천히 둘러 보며 주워야 할 쓰레기를 살폈다. 오물이 보이면 멈춰서 가방에 주워 담았다. 수거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자전거 정비, 유통업체인 ‘벨로라떼’, ‘알피엠스포츠’의 차량이 자전거 행렬의 뒤를 따랐다. 차량은 자전거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왔고 필요할 때마다 멈춰 자전거가 모은 쓰레기를 합쳐 담았다.

경기 양평 프린스틴밸리 인근에서 자전거 동호인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쓰레기를 줍고 있는 동호인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와 오물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자전거 동호인에게 쉼터 역할을 하는 고개 정상 부근은 각종 운동보충제, 과자 봉지, 과일 껍질, 담배꽁초 등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자전거 이용자뿐 아니라 오토바이, 차량 운전자가 버린 쓰레기도 많았다.

쓰레기와 오물을 모은 봉투는 금방 차올랐다. 자전거 행렬의 뒤를 따르던 차량의 트렁크도 쓰레기로 금세 가득 찼다. 이날 수거한 쓰레기는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5개를 가득 채웠다.

경기 양평 프리스틴밸리 인근에서 참가자들이 정화활동 사이사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며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활동에 참여한 김보미(35)씨는 “올해 다섯 차례 이곳을 돌았는데 더럽다고만 느꼈지 치우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며 “행사 참여 계기로 다음 번에 이곳을 지날 때 뿌듯한 마음일 것 같다”고 말했다. 6년째 자전거를 타고 있는 서정의(46)씨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버리는 쓰레기는 크기가 작고 가벼운 것이 대부분”이라며 “작은 봉투를 휴대해 담아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중미산 정산 인근 마지막 고개에서 참가자에게 컵라면과 커피 등 간식을 제공하던 이규원 벨로라떼 대표는 “동호인들이 이러려고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닐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자괴감이 들지 않게 봉사활동을 할 때 사은품 등 다양한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 양평 중미산 인근에서 정화활동을 마친 참가자들이 수거한 쓰레기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양평=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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