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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승리, 유럽 극우파에 집권 희망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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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승리, 유럽 극우파에 집권 희망 선물

입력
2016.11.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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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포퓰리즘 쓰나미’

反이민ㆍ反이슬람 극우 정당들

트럼프 백악관 입성 일제히 환영

“미국 움직임, 유럽도 이어질 것”

정책 홍보하며 ‘트럼프 물타기’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현지 교민들을 만나 인사를 건네고 있다. AFP 연합뉴스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현지 교민들을 만나 인사를 건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이 결정되면서 세계 주요국의 포퓰리즘 정당들이 일제히 환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반세계화ㆍ반이민ㆍ반이슬람 등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전략이 세계 정치의 중심 미국에서 적중함에 따라 중우(衆愚)정치와 포퓰리즘이 민주주의 존속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당선으로 유럽 주류 정치계가 ‘포퓰리즘 쓰나미’에 휩쓸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약 5년간 대규모 난민 유입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해 동력을 얻은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미 대선을 기점으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기회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 선거를 앞둔 네덜란드와 프랑스, 독일에서는 각국 내 자유당(PVV), 국민전선(FN),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원내 제2,3당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주류 정당들의 자리가 위협 받고 있다.

이민과 안보 등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유럽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은 선거 직후 쾌재를 부르고 있다. 프랑스 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9일 연설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온 세상이 아니라 한 세상의 끝일 뿐”라며 “미 대선은 자유와 주권을 가진 국민의 승리로 해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도 “정치는 절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일어난 움직임은 유럽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변화를 예고했다.

유럽 포퓰리즘 정당들은 동시에 자신들의 정책을 적극 홍보하며 ‘트럼프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 주자인 그리스 극우정당 황금새벽당(XA)은 유튜브 영상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당선은 불법 이민에 대항한 승리”라며 “세계화에 반대하고 깨끗한 민족국가를 선호하는 유권자들이 이겼다”고 밝혔다.

포퓰리즘 돌풍은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대선에서 마약과의 전쟁 등 포퓰리즘 전략으로 대승을 거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에 러브콜을 보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 중인 그는 현지 교민과의 회동 자리에서 “트럼프에게 축복을 보낸다”며 “트럼프가 승리했으니 더이상 미국과 다투고 싶지 않다”며 적극적인 우호 제스처를 취했다.

전세계적인 포퓰리즘 유행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백인 저소득층이 트럼프의 당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에 따라 ‘성장 절벽’에 다다른 지구촌과 포퓰리즘 득세를 연관시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포퓰리즘 유행을 전적으로 경제 침체 탓으로 돌리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포퓰리스트 반란 제대로 읽기’라는 칼럼에서 “한때 사회에서 우월한 영역을 점하던 집단이 그들의 위치를 위협하는 가치 변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포퓰리즘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고의 경제 성장을 구가하던 폴란드가 포퓰리즘 정권을 선출하고 반대로 침체기의 캐나다에선 대중 영합주의가 맥을 못 추린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적 불안정보다는 문화적 반발을 주 요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트럼프 정부의 등장으로 전세계 포퓰리즘 정당들은 집권 가능성이라는 최대 자산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정치분석가인 카스 뮈더 미국 조지아대 교수는 “트럼프의 승리는 유럽 극우정당들에 성공담을 선물했다”며 “포퓰리즘 정당은 이제 ‘우리에게 던지는 표가 쓰레기통으로 가는 게 아니니 지지하라’고 피력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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