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1일 체포해 오늘 영장 청구
하도급업체서 5억 이상 수수
2009년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캐나다로 도피해 잠적했던 이창하(60)씨의 친형 이모씨가 최근 현지에서 붙잡혀 7년 만에 국내로 압송됐다. 검찰은 3일 그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 1일 캐나다에서 국내로 입국한 이씨를 체포했다. 이씨는 2009년 5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비리 수사착수 직전 캐나다로 돌연 출국했다. 당시 검찰은 2006~2009년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를 지낸 이창하씨가 하청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는 과정에서 그의 형 이씨 또한 다른 대우조선해양건설 임원과 공모해 별도로 수억 원을 챙긴 정황을 포착했다. 그러나 그가 해외로 도피함에 따라 기소중지하고, 이창하씨 등 대우조선해양 임원 5명만 기소했다.
수년간 캐나다에서 잠적생활을 하던 이씨는 지난해 2월 밴쿠버에서 폭행시비가 붙어 경찰에 붙잡혔고, 조사과정에서 비자 허위신고 사실이 드러나 같은 해 12월 추방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1월 자진귀국 의사를 밝혀 캐나다 당국이 잠깐 구금을 풀어준 사이 도주했고 다시 종적을 감췄다. 그러다 9개월 만인 지난달 현지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캐나다 이민국에 붙잡혀 지난 1일 국내로 압송돼 입국 즉시 체포됐다.
검찰은 이씨가 동생의 위세를 등에 업고 사실상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대우조선해양건설 하도급 업체들로부터 5억원 이상의 거액을 뜯어낸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대체로 범행을 시인하면서 “받은 돈은 개인적으로 썼고, 캐나다에선 동생이 송금해 준 돈으로 생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검찰 안팎에선 이씨의 신병이 확보되면, 남상태(66ㆍ구속기소)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비자금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가 남 전 사장의 실질적인 비자금 조성책이라는 소문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그와 남 전 사장의 연결고리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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