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 라제기의 영화담담] 김의성이 말하는 '나의 인생, 나의 연기'

배우 김의성이 페이스북 라이브방송 '오동진 라제기의 영화담담'에 출연해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재명 인턴기자

영화 ‘부산행’으로 ‘국민밉상’이라는, 누구나 내키지 않을 별명을 얻었다. 한 때 주연으로 활약했으나 이제는 영화의 재미를 북돋아주는 역할. 야비하거나 졸렬하거나 음흉한 역은 그의 전담이 되다시피 했다. 미움을 받아 마땅한 인물들을 주로 연기했는데 그를 향한 관객들의 사랑은 뜨겁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여느 중년 남자들과 다르다”며 젊은 세대의 환대를 받는다. 해고 노동자 돕기와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기부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5년 사이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조연급 배우로 급부상한 김의성이 페이스북 한국일보 영화전문 채널 ‘영화, 좋아’의 라이브 방송 ‘오동진 라제기의 영화담담’에 20일 오후 출연해 자신의 굴곡 많은 연기 인생을 들려줬다. 오동진 영화평론가와 라제기 한국일보 엔터테인먼트팀장의 질문 외에도 네티즌들이 실시간 댓글로 그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다.

-최근 영화 출연작이 많다.

“5년 동안 30편 정도 된다. 작은 영화도 했고, 잠깐 출연한 작품도 있다. 올해는 ‘부산행’ 1편 뿐이었다. 11월엔 홍상수 감독의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이 개봉한다. 그리고 내년 1월엔 (‘관상’의) 한재림 감독의 ‘더 킹’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한재림 감독의 ‘관상’에서 한명회를 연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게 됐다.

“사실 얼굴이 나오는 장면은 두 개 밖에 없다. 대부분 얼굴이 가려졌다. 심지어 탈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다 연기했다. 찍을 때 얼굴 나오면 ‘오, 얼굴 나왔어 NG’라는 말을 들었다.”

-얼굴이 각도가 약간 삐딱하게 나오는데, 고증을 바탕으로 했나.

“시나리오에 그렇게 써있었다. 인물의 이름이 삐딱한 사내였다. 그 인물이 나중에 한명회라는 것도 시나리오 읽으면서 중간에 알게 돼서 나도 놀랬다.”

-연극적인 발성으로 연기한 듯했다.

“모든 대사들은 후시녹음으로 작업했다. 원래는 평소 생활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톤으로 했는데 촬영 뒤 보니 조금 더 장르적인 목소리가 어울릴 것 같았다. 한 감독과 의논해서 낮고 어두운 목소리로 녹음을 다시 했다.”

-세 가지 키워드로 질문해보겠다. 우선 ‘명존세’(명치를 매우 세게 때린다는 비속어)다. ‘부산행’이 1,200만 관객을 넘으면 마동석에게 명존세를 당하겠다고 했는데 1,200만 관객을 넘을 조짐이 보이니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지 말라고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명존세를 알고 한 말이었나.

“맞다. 사실은 명존세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나는 ‘프로 네티즌’이라 알고 있었고 모르는 척 했을 뿐이죠. 모두 나한테 다 낚인 거다(웃음).”

-‘부산행’에서 김의성이 맡은 악역이 없었으면 영화적 입체감이 훨씬 줄었을 거라 생각한다. 대중들이 그 역할을 싫어하는 거지, 김의성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고 본다.

“나를 싫어하는 분도 있긴 하지만… 보통 배우를 미워하는 건 아침드라마 같은 데서 아줌마들이 보고 그렇게 이야기하시는데, 영화에서는 이런 일이 많지 않다. 그렇게 반응해주시는 건 나로써는 기쁜 일이다. 그만큼 재미있게 보셨고 인물에 감정이입 하셨다는 거니까.”

-실제로 맞거나 그런 적은 없나.

“그래도 어떻게 맨 정신에 모르는 사람을 때리겠나(웃음). 때리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김의성(오른쪽)은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홍 감독과 인연을 맺는다.
“홍상수 감독 영화 최다 출연자 되고 싶다”

-두 번째 키워드는 홍상수다. 홍 감독의 장편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의 주인공이었다.

“그때 정말 젊었는데, 딱 20년 전이다. 5년 전에 그 영화를 다시 봤다. 그때 봐도 너무 좋더라. 현대적이고 낡지 않는 영화구나 생각했다.”

-연기 복귀작이 홍 감독의 ‘북촌방향’(2015)이다. ‘왜 영화 출연시켜준다는 약속을 안 지켜?’라는 식의 대사가 있었다.

“감독과는 전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데 그렇게 대사를 쓰셨다. 그 다음 장면에서 다른 출연자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할 때 ‘그 사람 베트남 가서 망했어, 살 엄청 쪄서 돌아왔는데 많이 망가졌어’ 하는데, 그게 정말 다 내 이야기다. (촬영 날)아침에 시나리오 보면서 ‘감독님이 왜 그렇게 날 가혹하게 대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웃기고 기가 막혀서 열심히 대사를 외웠다.”

-실제 에피소드를 영화 속에서 차용한 줄 알았다. 그 장면이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줬다. 김의성의 과거를 스스럼 없이 보여주는 것이어서.

“내가 홍 감독님에게 평생 한 번도 말씀 드린 적이 없는데,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끝내고 평생 홍상수의 배우로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 경험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2,3번째 영화에 안 써줘서 혼자 속상했었는데, 그 속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 원망을 잘 표현했더라. 나는 겉으로 표현한 적이 없는데.”

-‘북촌방향’ 전까지 홍 감독 영화들이 좀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는 항상 좋았다. ‘북촌방향’이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고 내겐 복귀작이다. 사실 복귀작이라기보다 내가 연기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만 재미있게 놀자, 라고 생각으로 참여했던 작품이다. 촬영할 때 홍 감독님이 ‘너 같은 스타일에 남자배우가 별로 없으니까 배우 하면 어쩜 먹고 살수 있지 않을까’ 격려 해줬다. 그 말씀이 크게 힘이 됐다. 다시 배우를 하게 된 큰 계기 중 하나였다. ‘북촌방향’ 출연 즈음엔 연기를 다시 하겠다는 생각을 아예 안하고 있었다. 연기를 그만뒀던 10년 전 상태랑 똑같았다.”

-김의성에겐 트위터란?

“양날의 칼? 항상 헛발질 하기 쉬운 곳이다. 나도 여러 번 실수도 했다. 내가 사람들과 가까워지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여러분들에게 질타도 받는 곳이다.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도구다. 트위터 팔로워는 한 3~4만명 정도 된다.”

-자신의 글이 리트윗 되면 영향력이 있을 텐데.

“요즘은 가능한 자제 하려고 했는데 요새 세상이 복잡하고 답답하고 신경 쓰이는 일들이 많아서 가끔씩 툭툭 또 내뱉고 있다. (최근 올린 글은?)#그런데 최순실은?”

-‘북촌방향’ 이후 꾸준히 홍 감독과 작업을 해왔다.

“맞다. 홍 감독님 작업실에 가보면 배우들 사진이 붙어있고 사진마다 바를 정자가 써있다. 내가 아마 횟수로는 두 번째로 많이 출연했다. (다른 배우들을)많이 따라잡았다. 생애 최다 출연자가 되는 게 목표다. 이선균씨가 선두고, 아마 내가 2위권을 아슬아슬하게 달리고 있을 것이다. 김상경씨는 이제 지는 해다(웃음). 다시 떠오르는 해 김의성!”

배우 김의성. 최재명 인턴기자
“베트남에서 8년 드라마 제작… 고생 많이 하고 망했다”

-세 번째 키워드는 베트남이다.

“배우 그만두고 베트남에서 8년 정도 일했다. 왔다 갔다 하기도 했고, 3년 정도 아예 살기도 했다. 베트남 드라마를 제작했다. 너무 고생도 많이 하고, 한때 성공도 했지만 사실 망해서 돌아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관했던 (패션잡지)마리 끌레르의 파티에서, 아시아의 젊은 스타상을 받았던 베트남 가수 겸 배우가 있었다. 그 친구한테 ‘내가 베트남에서 어떤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베트남 드라마 수준을 바꿔놓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말을 하더라. 그래서 아 내 노력이 완전히 헛되지 않았구나, 좀 뭉클했다.”

-베트남에서 드라마 문화를 바꿨는데 경제적으로는 왜 어려웠나.

“일은 되게 잘했는데 사업적으로 어두웠다. 재미있는 일을 어떻게 돈으로 연결시키느냐에 대해 어두웠고 (사업)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 했다.”

-어려웠다니 어느 정도 심각했나.

“바로 ‘북촌방향’ 찍던 무렵인 5년 전에는 정말 지하철 요금 없어서 걸어 다녔다. 물론 뒤져보면 돈이야 있었겠지만… 매일 한 15㎞씩 걸어 다녔다. 정서적으로도 많이 좌절했던 시기다.”

-그런 경험이 쌓여 연기자로서의 투혼 같은 게 생기나.

“안 생긴다. 생긴다면 멋있는 이야기 거리가 되겠지만, 그냥 힘들었다.”

-길게 보면 약이 된 시간이었나?

“그렇다. 어떤 경험이든 그런 정서적인 자극은 나중에 연기하는 데 다 자산이 된다. 10년 넘게 쉬었지만 다시 연기를 하니까, 조금 늘어있더라. 그 사이 한 번도 안 했는데. 그냥 옛날보다 더 잘 하더라. 살아가는 게 바로 연기 공부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이고 운동의 차원에서 연기를 시작했는데 ‘남영동 1985’에서 독재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받아들이긴 힘들지 않았나.

“배우는 그냥 역할이 주어지면 그 역할을 내 안에서 닮은 부분을 찾아서 하는 거다. 그 사람들의 삶이나 생각이나 편린들이 묻어있으니까 힌트를 얻어서 하는 거다.”

-중간관리자 악역을 많이 한다. ‘오피스’에선 부장이다. 위에 눌리고, 밑에 치이는 생활형 악역이 많다.

“그렇다. 그런 것들이 인생을 지내오면서 여러 가지 편린들을 다 모아서 내재된 자신의 에너지로 발전시키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사실 한국 사회 40~50대 남자가 대부분 생활형 악역의 삶을 살고 있지 않나. 현실적으로. 그래서 그런 연기가 실제로 내 세대를 많이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회장님 역할이나 로맨스물에 대한 욕심은 없나.

“복귀한 다음에 멜로 영화는 한 번도 없었다. 어떤 역할을 연기한다기보다 여자배우랑 연기하고 싶다. 같이 대사를 나누고 일이 일어나고… 꼭 로맨스가 아니더라도. 그냥 여자배우하고 이야기라도 좀(웃음). 한국 영화의 문제점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자배우만 많고 여자배우의 역할이 너무 적다. 영화 한 편에 한 20%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맨날 남자들끼리 이야기하고 서로 때리는 것만 다룬다. 난 중년의 사랑 이야기도 좋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랑 이야기도 좋다. 회장 역할도 굉장히 하고 싶다. 이번에 드라마 ‘W’에서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냥 회장실에서 양복입고 호통치면서, ‘일을 이렇게 하면 어떡해!’하고 서류 던지고, 그런 거 하면서 돈 벌고 싶은 마음이 있다.”

-소수의견 역할도 인상적이었다. 국가를 위해선 사건 조작이라도 해야 한다는 비뚤어진 신념을 지닌 검사였다.

“마지막 장면 대사는 아직도 기억한다. ‘누군가는 국가를 위해 봉사를 하고 누군가는 국가를 위해서 희생을 한다. 그 사람은 국가를 위해서 희생한 거고 난 국가를 위해서 봉사를 한 거다…’ 항상 자랑하지만 그 대사는 내가 썼다. 내가 평생 배우하면서 뱉었던 대사 중에 제일 좋은 대사였다. 그 마지막 장면이 너무 좋았고, 윤계상씨랑 아주 재미있게 찍었다. 영화는 안타깝게도 많은 분들이 못 보셔서 아쉽다.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니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

김의성은 영화 '관상'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널리 알린다.
“연기 다시 하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연기 재개한 이야기를 2분3초만에 말한다면.

“그냥 살다 보면 뭔가 머리 속에서 혹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때가 있는 것 같다. 다시 해야겠다라는 그런 목소리가 들렸고, 그때 마침 내가 정신적으로 잘 열려 있는 상태라서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심했고, 그 다음에는 일을 하건 하지 않건, 나는 배우가 됐다는 생각으로 살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마음 속에서) 말을 해도 못 듣는 수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니까 항상 정신을 맑게 유지하면서 자기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시간들, 힘들 때일수록 필요하지 않나라고 내 경험을 통해 생각하게 됐다.”

-10년의 공백이 없었다면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35세부터 45세가지 연기를 안했다. 남자배우로 따지면 황금 같은 시기, 꽃 같은 시기라 후회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다. 그 좋은 시기를 놓치고 나이 다 들어서 연기를 다시 시작했다. 만약 연기를 계속 했으면 더 나은 위치에 있는 배우가 돼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많은 커리어를 가진 배우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행복할까? 라고 생각하면 물음표가 많이 붙는다. 10년의 기간에 예전에는 못 느꼈던 연기에 대한 배고픔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지금 내가 연기하고 연기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을 강하게 느끼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후회는 없다.”

-정치사회적 발언을 많이 한다. 평상시에 어떤 모임에 나가거나 정치적 행동을 하는가.

“나는 완전히 혼자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블랙리스트에 없다. 한 번도 서명을 안 했거든(웃음). 우리나라에서는 배우나 우리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정당활동 자체가 너무 색깔을 가지고 바라보는 경우들이 많다. 사실 정당활동은 민주사회 시민으로 바람직한 활동 중 하나잖나. 나는 어느 당을 지지하는 것을 말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잘못된 것처럼 보여지고 있다. 오히려 내가 특별히 강력하게 지지하는 정당이 없기도 하다. 어느 정당을 지지한다기보다 각각의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만약 미국인이라면 이번 미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을까? 힐러리냐 샌더스냐 트럼프냐.

“나는 미국도 트럼프가 한 번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만 당할 순 없으니까(웃음). 한 번 좀 당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요즘 사랑을 하는 것 같던데.

”여자친구 만난 지 벌써 5년 넘었다. 사랑이라기보다 강력한 의리다. 여자친구와 아주 편하게 정말 잘 지내고 있다. 여자친구랑 같이 산다. 연애시작한 지 얼마 안되서부터 꾸준히 같이 살고 있다. 같이 생활하는 게 너무 좋다.”

-연기에 대한 평가도 해주나.

“쓸 데 없는 소리 되게 많이 한다. 오빠가 제일 잘생겼어 같은.”

김의성은 영화 '남영동 1985'에서 고문 경찰로 등장한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정말 연기하고 싶었는데…”

-연기하고 싶은 외국배우가 있다면.

“너무 많다. 국내에도 연기해보지 못한 배우들이 많다. 다 남자만 떠오른다. 잭 니콜슨 같은 분도 보고 싶고. 내가 제일 연기를 같이 하고 싶은 분은 연기를 지금 할 수 없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그렇다. 그는 나이도 나랑 비슷하고, 뭐랄까 이상한 이야긴데 한 10년 전부터 이 배우와 뭔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연기하는 걸 보면서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2년 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너무 크게 충격을 받았다.”

-몰입도가 강한 배우를 좋아하는가.

“내가 바라는 거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나도 그러고 싶은 건데, 내가 깊이 몰입해서 연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배역에서)헤어나오지 못한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그래서 강하게 자신을 캐릭터 안으로 몰아붙이는 걸 닮고 싶다. 이번에 ‘W’하면서 그런 게 생겨서 많이 힘들었다.”

-연기는 어떻게 배웠나.

”정통으로 연기 공부를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고 대학교 서클 활동하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운이 좋아서 쉽게 업계에 진출을 했다. 그러다 실력이 달려서 그만뒀다.”

-정통의 길을 걷지 않더라도 김의성 같은 연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나.

“경험해보니까 연기자가 되는 건 쉽다. 내가 연기를 하면 되니까. 그런데 직업배우가 되는 건 어렵더라. 연기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확률은 너무 낮다. 정말 많은 배우들이 연기만으로 먹고 살지 못하고 있다. 젊은 배우 지망생들에게 열심히 해라, 끝까지 꿈을 쫓아봐라라고 쉽게 말씀 드리기는 굉장히 어렵다. 현실을 뻔히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어렵지만, 그래도 연기자로 산다는 건 되게 멋진 일이다. 젊은 시절에 조금 더 스스로를 밀어붙이면서 더 노력해보면, 혹시 안되더라도 다른 삶을 살더라도 분명히 그 시간은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 정도로 이야기하겠다.”

-연기 참 잘 한다 생각이 드는 젊은 배우가 있다면.

“젊은 배우들 굉장히 연기 잘한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도 정말 잘하는 거 같다. 어제 짧은 웹드라마에 우정 출연했는데, 도경수씨와 같이 연기했는데 눈이 주는 힘이나 이런 게 엄청 나더라. 그래서 좋은 후배들이 많구나 생각했다. 아이돌 출신은 어떻고 연극했던 사람들은 뭘 잘해 이런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젊으면 서투르고, 나이 먹으면 잘한다는 것도 꼭 맞는 것 같지 않다.”

-연기 활동 지칠 때 꺼내보는 영화가 있나.

“영화를 다시 자꾸 보는 편은 아니다. 나는 항상 1980년대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들, '프리티 우먼' '빅' 같은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관객을 즐겁게 해주고 관객이 원하는 걸 아낌없이 다 주는 그런 영화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그런 영화들은 관객이랑 안 싸우잖나. 기회가 있으면 그런 영화를 넋 놓고 본다. 지금 대부분의 영화들이 관객과 머리 싸움을 하고, 더 강한 자극을 주려고 노력한다. 무섭지? 하는 거 같고. 피나오지? 하고.”

-배우 김의성과 자연인 김의성 사이에서 고민은 없는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 같은데 나는 허공에다가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놓고 그 사람이 싹 되는 식의 연기를 잘 못한다. 내 안에서 찾아내는 편이에요. ‘부산행’을 예로 들면, (내가 연기한)용석이 판단이 빠르고 바닥에서부터 올라 온 입지전적인 인물이고, 모든 판단이 자기를 위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내 안에, 우리 안에도 그런 면이 다 있다. 어떨 때는 너그럽게 살다가 어떨 때는 이기적으로 살고. 그런 면들을 잘 찾아내서 그 면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연기한다. 나 자신의 안으로 더 들어가는 방향으로 연기를 해서 캐릭터와 내가 충돌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요즘 읽는 책은.

“책을 거의 못 읽고 있다. 지금은 '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라는 장르소설을 읽고 있다. 굉장히 재미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부분 까지만 읽었다.”

배우 김의성. 최재명 인턴기자
“킬러 김의성 곧 보실 수도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연기를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로 계속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드는 생각은, 다시 복귀한 지 얼마 안 되서 누구에게 모범이 될 기회가 없었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들고 삶의 여유도 찾고 배우로서의 경력도 쌓으면, 후배들에게 뭔가 아 저렇게 살아도 나쁘지 않다, 라는 존경이 아닌 신뢰나 사랑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그리고 배우로서 살아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후배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나이 먹은 배우로 잘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배우들에게 물질적 풍요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출연료는 내가 쌀을 사는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가능한 많이 받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많이 주는 건 나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돈을 많이 벌면 좋은 점이, 작품을 급히 고르지 않아도 된다. 더 하고 싶은 작품들을 차근차근 기다릴 수 있고. 배우로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것은 더 좋은 작품을 선택하고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돈에)쫓겨서 선택하면 점점 더 안 좋은 선택을 해서 계속 밀려갈 수도 있다. 가능한 씀씀이는 줄이고, 적은 돈으로도 버틸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놓고, 잘 벌면서 차근차근 활동하고 싶다. 배우들은 퇴직금도 없지만 정년도 없다.”

-언제까지 연기하겠다는 목표 나이가 있나.

“경제활동 수단으로서의 연기는 60세 정도 까지? 그래도 한 10년 안 남았다. 그 뒤로는 즐기기 위한, 정말 즐기기 위한 연기를 하고 싶다. 나머지는 연기와 관련된 다른 일, 후배들을 관련한, 영화계와 관련한 일들을 하면서 연기는 즐겁게 하고 싶다.”

-출연료를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은.

“영화 중에서는 ‘부산행’이 제일 많이 받았다. 다음 작품은 조금 더 받을 예정이다(웃음). 인센티브 계약은 영화 한 편에 배우 1~2명이 할까 말까 한다. 나같이 미미한 배우는 인센티브가 아직 없다. 언젠가 (인센티브 계약을)해보면 좋겠다고 생각은 한다(웃음). 일단 아직 ‘부산행’과 관련된 수익금 정산이 안 됐다. 나는 투자사와 제작사의 아량과 배려를 기다리고는 있다.”

-감독님으로 불리고 싶은 마음은 없는가.

“연출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사적인 영화 15분짜리 정도, 나 혼자 보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하지만 남의 돈으로 영화를 만드는 건 무섭다고 생각한다. 자기 돈으로 영화 만드는 건 자살행위고, 남의 돈으로 영화 만들 때도 정말 신중해야 한다.“

-직관보다는 이성으로 연기하는 배우인가.

“맞다. 사실 그렇다. 직관과 마음으로 하고 싶은데, 그쪽은 많이 약하다. 그래서 가능한 한 생각 많이 하고 이성으로 연기한다. 직관으로 연기하는 배우들 너무 부럽다. 하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또 있는 거다.”

-마음 속의 장르는 멜로인가.

“마음 속의 장르는 하드고어다. 아직 하지는 않았는데 극단적인 영화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서로 극단으로 가는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다.”

-킬러 역할도 어울릴 듯하다.

“어쩌면 곧 보실 수도 있다.”

대담=오동진 영화평론가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정리=정우진 인턴기자(연세대 사회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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