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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ㆍ로비 의혹 못 밝힌 검찰… 미완의 롯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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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ㆍ로비 의혹 못 밝힌 검찰… 미완의 롯데 수사

입력
2016.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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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원대 범죄 혐의

총수 일가 5명 일괄 기소

구속은 1명으로 수사 마무리

“그룹 차원 횡령ㆍ배임ㆍ탈세” 불구

제2 롯데월드 로비 의혹 등은

건드리지도 못한 채 종결

지난 6월 10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한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가 19일 신격호(94) 총괄회장 등 총수 일가 5명 등 24명을 기소하면서 마무리됐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신 총괄회장 등의 2,000억원대 범죄 혐의를 밝히고 그룹 차원의 횡령ㆍ배임ㆍ탈세 혐의를 적발했다고 자평했지만,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나 제2롯데월드 정ㆍ관계 인허가 로비 의혹 등은 수사에 착수조차 하지 못해 저조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이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74) 롯데재단 이사장,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57)씨 등 총수 일가 5명에게 적용한 범죄 혐의 액수는 총 2,791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구속영장이 기각된 신 회장에게는 1,753억원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2005~2016년 신 전 부회장과 서미경씨 모녀에게 508억원의 급여를 부당 지급하고 롯데시네마 매점 독점 운영권을 주도록 지시해 778억원의 이익을 안겨준 혐의, 롯데피에스넷의 부실 경영을 감추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해 47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장녀 신영자 이사장과 서씨 모녀에게 편법 증여해 1,156억원의 증여세를 내지 않도록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005~2015년 그룹 계열사 7,8곳에 등기이사로 등재만 해 놓고 급여 391억원를 받아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횡령ㆍ배임 등 그룹 차원의 경영 비리를 주도한 혐의로 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을 지낸 채정병(65) 롯데카드 대표, 황각규(61) 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66)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등 롯데그룹 핵심 임원들도 재판에 넘겼다. 7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채널 재승인 관련 로비를 주도한 의심을 받고 있는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 270억원대 세금 환급 소송사기 및 원재료 수입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 ‘끼워넣기’ 의혹을 받고 있는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도 법정에 서게 됐다.

1700억원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홍인기 기자
1700억원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홍인기 기자

검찰은 신 전 부회장이 롯데쇼핑의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 인수 관련 허위 재무제표 고시 혐의로 신 회장을 고발한 사건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유기개발 등 4개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하지 않은 혐의로 신 총괄회장을 고발한 사건은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 경영권 승계 구도의 틀 내에서 벌어진 회사 자금 빼먹기, 계열사 불법 지원, 조세포탈 등 총체적 비리를 파악하고 총수 일가 모두를 재판에 넘겼다”며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심각한 수준의 기업 사유화 폐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ㆍ첨단범죄수사1부ㆍ방위사업수사부 등 3개 특수부의 정예 검사 20여명이 투입된 수사결과 치고는 초라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수사 초기 검찰이 구상했던 로비 수사는 대부분 시작도 못했다. 롯데그룹 수사가 본격화하자 검찰 안팎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 제2롯데월드 건축 인ㆍ허가와 관련한 롯데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과 신 회장의 신병 확보 실패 등으로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

정운호(51ㆍ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군납 브로커 한모(58ㆍ구속기소)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구속된 신영자 이사장 이외에 구속된 총수 일가가 없고, 롯데그룹 본체 수사만으로 구속된 사람이 기준(70ㆍ구속기소) 전 롯데물산 사장밖에 없다는 점도 ‘소리만 요란한 수사’였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조직적 증거인멸과 총수 일가를 보호하기 위한 측근들의 과도한 충섬심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이를 돌파하지 못한 검찰의 수사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매우 높다. 수사팀 관계자는 “핵심인사의 신병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로비 수사는 순조로울 수가 없다”며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총수 일가의 비리를 밝히고 단죄하는 것도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후 입장문을 통해 “오랫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향후 재판 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며 “롯데가 사회와 국가경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성찰하고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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