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환 특파원의 U.S. 스토리]

미 수도권 포토맥강 수계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물치를 퇴치하기 위한 낚시 대회 홍보사진.
워싱턴 흐르는 포토맥강에 서식
원산지 韓ㆍ中… 2002년 발견 땐
“프랑켄슈타인이 나왔다” 아우성
美 물고기 포식하며 생태계 교란
앙숙 메릴랜드ㆍ버지니아주 협력
낚시대회 개최 등 퇴치작전 나서

서울 한복판을 한강이 흐르듯 미국 수도 워싱턴DC에는 포토맥강이 있다. 이 강은 워싱턴을 가로지르지만, 워싱턴을 둘러싼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의 경계이기도 하다. 서로 붙어있는 주이면서도 버지니아와 메릴랜드는 많이 다르다. 남북전쟁 당시 북군과 남군으로 갈렸던 메릴랜드와 버지니아는 지금도 ‘민주당의 아성(牙城)’(메릴랜드)과 ‘보수성향이 강한 경합주’(버지니아)로 분류된다. 심지어 두 주를 오가는 교통량 폭주로 새로운 교량이 필요한데도 서로 돈을 적게 내려고 다투는 바람에 포토맥강의 다리(10개)는 한강(33개ㆍ철교 포함)의 3분의1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10년 전부터 메릴랜드ㆍ버지니아가 포토맥강을 둘러싸고 전적으로 협력하는 분야가 생겼다. 바로 한국과 중국이 원산지인 가물치 퇴치다. 영어로는 ‘뱀 대가리’로 번역되는 ‘스네이크 헤드’(Snakehead)로 불리는 가물치를 포토맥강에서 몰아내기 위해 두 주는 워싱턴DC 및 연방정부가 참여하는 ‘가물치 태스크포스’(Northern Snakehead Taskforce)를 꾸려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미 동부의 가물치 분포도. 워싱턴 주변 포토맥강 수계의 가물치 빈도수가 극히 높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북쪽으로는 뉴욕, 남쪽으로는 버지니아 주 남부까지 확산됐음을 보여준다.

미국 연방정부와 수도권 주정부가 가물치와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한국에서 미국산 물고기 배스 퇴치작전을 벌이는 것과 똑같다. 배스가 우리 토종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어 수중 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꼽히는 것처럼, 가물치는 포토맥강에서 미국의 토종 어류인 배스를 마구 잡아먹고 있다. 메릴랜드 주정부 ‘천연자원국’(Natural Resource Department)의 조셉 러브 박사는 “최고 18파운드(8.16㎏)까지도 자라는 가물치의 평균 무게는 10~12파운드(4.5~5.4㎏)로 3, 4파운드에 불과한 배스의 3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잡힌 가물치의 배를 가르면 소화되지 않은 배스가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 넘어 지구 반대편 미국 포토맥강 주변에 가물치가 등장한 것은 2002년이 처음이다. 메릴랜드 주도 애나폴리스 서쪽 크로프톤 연못에서 다 자란 가물치 4마리, 새끼 1,000여 마리가 발견됐다. 가물치를 처음 본 당시 미국인들은 “괴물(프랑켄슈타인) 물고기가 등장했다”고 아우성쳤다. 지역 언론의 호들갑 속에 당국은 물속에 사는 식물과 물고기에 치명적인 화학물질 ‘로테온’을 연못에 살포됐다. 가물치 퇴치를 위해 ‘죽음의 연못’을 만드는 작전이 전개된 것이다. 미 당국 조사에서 가물치는 한 여성이 방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여성은 “몸이 아파 보신용으로 뉴욕에서 구입했으나, 병이 낫는 바람에 연못에 풀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잠잠하던 가물치는 2004년 무렵부터 포토맥강 도처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미 당국의 유전학적 분석에 따르면 포토맥강 상류인 아나코스티아 강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이제는 북쪽으로는 뉴저지와 뉴욕까지, 남쪽으로는 버지니아 주 남부까지 확산됐다. 특히 워싱턴 주변 포토맥강 수계 120마일(200㎞) 이내에는 가물치 빈도수가 매우 높다.

포획되는 가물치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픽.

미 전문가들도 2004년 이후 퍼진 가물치의 정확한 유입 경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 당국은 “2000년 이전에는 식용목적으로 가물치 수입이 허용된 적이 있는데, 이 때 유입된 개체가 종교적 차원의 방생이나 상인들의 취급 부주의로 유출된 것 같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물치의 생명력을 급속 확산의 원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물치가 어류로서는 드물게 부성애를 발휘해 알과 치어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특이한 호흡기 구조 때문에 피부가 마르지 않으면 공기 호흡으로 물 밖에서 며칠을 버틸 수 있는 능력에 경악하고 있다. 러브 박사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기 호흡이 가능하기 때문에 땅 위에서도 짧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물고기이며, 가물치가 냉장고에서 3일간 생존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날카로운 이빨과 흉측한 생김새 때문에 사람을 공격한다는 소문도 있으나, 그렇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쯤 되자, 한국의 배스 작전보다 더욱 정교하고 강력한 가물치 퇴치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우선 미 연방정부의 ‘어류ㆍ야생동물관리국’(Fish and Wildlife Service)은 포토맥강 일원에서 가물치를 포획한 후 인식표를 붙여 놓아주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포획된 가물치의 인식표를 통해 이동경로와 습성을 파악하고 효율적 퇴치에 필요한 정보를 축적하려는 것이다.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정부는 물리적 퇴치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가물치 고기의 육질이 부드럽고 맛도 좋아 식용에 적합하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있다. 실제로 볼티모어 등 메릴랜드의 주요 도시에서는 가물치를 재료로 하는 레스토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 정부 차원의 가물치 낚시 대회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메릴랜드 주는 대회 우승자의 이름을 주 정부 공식 기록에 남기는 등 낚시꾼들의 경쟁심리를 제고하고 있다.

가물치 낚시대회에 수상자들이 주최측으로부터 입상 상품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 potomacsnakehead.com

가물치를 살려두거나 다시 놓아주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가물치에는 포획 수량 제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버지니아 주의 경우 포획 즉시 죽여야 하며, 살아있는 가물치를 보관하다가 적발되면 ‘3급 경범죄’로 처벌된다. 버지니아 주 ‘오락ㆍ낚시국’(Department of Game and Inland Fisheries)의 존 오덴커크는 “가물치 소지에 대한 처벌을 마약류와 같은 수준인 2급 경범죄(1,000달러 이하 벌금ㆍ6개월 징역)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 가물치의 미국 상륙은 완성 단계다. 포토맥강 수계 전역에서 안정적 서식처를 구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릴랜드 주에 따르면 ‘가물치 낚시 대회’의 시간당 포획 수가 2010년에는 2마리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15마리로 7배나 증가하는 등 개체수가 크게 늘어난 상태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가물치 개체수가 배스를 능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가물치를 미국 생태계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가물치 때문에 배스가 멸종되는 최악 상황대신 생태계 균형이 이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상륙한 배스가 토종 물고기만 먹어 치우는 것과 달리 가물치는 배스 이외에도 무척추동물과 작은 포유류 등을 먹이로 삼고 있어 미국 생태계에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1800년대 유입된 배스가 미국에서 토종 대접을 받는 일이 가물치에게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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