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2~8일 러시아 중국 라오스 순방을 앞두고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고 한다.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을 위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이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중국 항저우(杭州),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개최지인 라오스 비엔티안 방문 일정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블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의가 잡혀 있고, 항저우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회담이 조율 중에 있다. 라오스에서는 11월 미국 대선 전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함께 참석하는 마지막 다자회의라는 점에서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부터 라오스까지 일정이 모두 겹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어떤 형식이든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순방은 동북아 주변 4강 정상들과의 연쇄접촉이 이뤄지는 만큼 격변에 휩싸여 있는 우리 외교ㆍ안보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특히 시 주석과의 회담까지 성사된다면 중ㆍ러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사드 배치결정에 대해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된다.

사드 문제로 북한 핵ㆍ미사일 위기가 미국과 중ㆍ러의 전략적 패권경쟁으로 변질돼 대북공조 균열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외교 공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고립된 러시아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아시아의 책임 있는 이해당사국으로의 복귀를 노리고 있다. 사드를 놓고 한ㆍ미와 불편한 관계를 계속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중국 역시 G20 정상회의의 주최국이라는 점, 남중국해ㆍ동중국해 분쟁으로 미ㆍ일과 감정이 격해져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지 출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많다.

지난 24일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규탄 언론성명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이 같은 고민의 일단이 묻어난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이번 SLBM뿐 아니라 7, 8월의 탄도미사일 도발까지 모두 포함해 “강력히 규탄한다” “더욱 중대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 등의 강한 내용을 담았다. 사드 배치결정 이후 북한의 세 차례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안보리의 대응에 번번이 제동을 걸었던 중국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그것도 앞선 미사일 도발까지 포함해 대북 비난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사드를 빌미로 북한의 도발을 감싸기에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묵과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중국도 인식하고 있는 반증이다. 박 대통령이 일련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집중해야 할 대목도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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