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禹ㆍ李 향해 칼 빼든 검찰… 권언유착 ‘민낯’ 드러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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禹ㆍ李 향해 칼 빼든 검찰… 권언유착 ‘민낯’ 드러나나

입력
2016.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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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석수 수사 촉구

“감찰 내용 누설이면 국기문란”

언론사들과 파워게임 양상

일각선 ‘우-反우 라인 충돌’

“형사사법적으론 작은 사건인데

정치적 논란 때문에 커졌다”

왼쪽부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이석수 특별감찰관.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왼쪽부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이석수 특별감찰관.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53) 특별감찰관 관련 의혹 사건을 맡은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25일 이 특별감찰관을 고발한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공동대표 이모씨 등을 불러 조사했다. 특수팀이 꾸려진 지 하루 만에 본격 수사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이번 수사가 매우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사정(司正)의 컨트롤타워인 현직 민정수석과 대통령 직속이라는 위상을 가진 특별감찰관, 이들의 의혹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에 휘말린 언론 등 수사팀이 상대해야 할 ‘벽’은 많고도 높다. 특별수사팀 카드가 제대로 먹힐지 미지수라는 얘기가 수사 초기부터 나오는 이유다.

우병우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18일자 조선일보 보도였다. 이 신문은 ‘우 수석 처가 소유의 강남 땅을 넥슨이 5년 전 1,326억원에 매입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 거래를 진경준(49ㆍ구속기소) 전 검사장이 주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대가로 우 수석이 진 전 검사장의 검사장 승진에 도움을 준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졌다. 당시 진 전 검사장은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48) NXC 회장으로부터 넥슨 주식을 무상제공받은 혐의로 특임검사팀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지난 4월 불거진 진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 사건이 우 수석에게로 불똥이 튀면서 메가톤급 사안으로 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의 사실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의심스런 주변 정황들에 대한 보도는 이어져 왔지만 ‘결정타’는 현재까지 없다. 그러나 별개의 우 수석의 개인 비위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우 수석 아들의 ‘의경 꽃보직’ 특혜 의혹 ▦우 수석의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 의혹 ▦우 수석 가족회사인 ㈜정강의 법인재산 유용 의혹 ▦우 수석 처가 보유 화성 농지 차명부동산 의혹 등이다. 우 수석은 아들의 의경보직 특혜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김 회장에게 (땅을 사달라고) 부탁한 사실도, 진 전 검사장이 다리를 놔 준 일도 없다. 아들의 보직변경도 나와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한 이후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우 수석이 곧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히려 지난달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참모들에게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시기 바란다”면서 우 수석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다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 관련 의혹에 대해 지난달 23일쯤 감찰에 착수한 사실이 같은 달 25일 KBS 보도로 알려졌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측근 비리 방지를 위해 작년 3월 신설된 제도다. 대통령 직속인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정면 겨냥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우 수석의 자진사퇴 전망이 다시 나왔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특별감찰관이 ‘타깃’이 된 것은 이달 16일 MBC가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우 수석 감찰조사 내용을 누설한 정황이 담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입수했다’고 보도하면서다. 이 특별감찰관은 이튿날 “그러한 SNS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MBC는 당일 뉴스에서 “모 언론사 기자가 이 특별감찰관과의 전화통화 내용이라며 회사에 보고한 게 SNS를 통해 외부로 유출된 것”이라고 내용을 수정했다. 해당 SNS의 유출경로나 MBC의 입수 경위와 관련, 사정기관 및 언론계 일각에서는 ‘이 특별감찰관과 대립양상을 빚고 있던 우 수석 라인의 작품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검찰 수사로 진위가 규명돼야 할 대목이다.

이 특별감찰관은 지난 18일 우 수석을 직권남용과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같은 날 한 보수단체는 이 특별감찰관을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상 초유의 민정수석ㆍ특별감찰관 동시 수사라는 난제를 접한 김수남 검찰총장은 엿새 동안 고민한 끝에 지난 23일 윤 고검장에게 특별수사팀장을 맡기면서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검찰이 과연 어떠한 프레임으로 이번 사안을 바라보느냐이다. 사태의 몸통인 ‘우병우 의혹’에 검찰의 수사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지만, 청와대는 “감찰내용 누설이 사실이면 국기문란 행위”라면서 사실상 이 특별감찰관쪽에 무게를 둘 것을 촉구했다. “부패기득권 세력이 식물정부를 만들려 한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특정 언론사를 겨냥하고 있다. 공개된 이 특별감찰관과 기자의 통화 녹취록의 진위 여부, 이것이 MBC에 보도된 경위를 조사하다 보면 권력과 언론 유착의 민낯이 드러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청와대 내의 ‘우병우 라인’과 ‘반 우병우 라인’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인식에 따라 수사방향과 강도는 천양지차로 달라지게 된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형사사법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이번 사건은 대형 사건이 될 사안이 아닌데도 오로지 정치적 논란 때문에 커져 버렸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또 ‘정치검찰’ 비판을 들을 게 뻔하다”며 씁쓸해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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