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기자의 TV다시보기]

21일 종영한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는 극중 종철(이순재)의 죽음으로 끝을 맺어 시청자들을 울렸다. SBS 제공

김수현(73) 작가의 드라마에는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없다. 그저 ‘인생살이 뭐 있나’ ‘다 그렇게 사는 거야’ 라고 우리네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관조적인 삶의 자세가 고스란히 담겨 있을 뿐이다. 허울 좋은 성공보다 욕심을 걷어내고 더불어 사는 인생이 진짜더라는 ‘인생살이 민간요법’을 제시하는 것처럼.

그러나 21일 종방한 SBS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를 지켜본 시청자와 평단의 시선은 곱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냉혹해졌다. 몇몇 언론매체는 이번 드라마를 두고 ‘김 작가 최대의 실패작’이라거나 ‘억대 작가의 뼈 아픈 결과’ 등으로 표현하며 마치 김 작가가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도 끝낸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우선 김 작가가 혹평을 받는 이유는 시청률이라는 성적표 때문이다. 방영했다 하면 20~30%는 맡아놓고 시작했던 그였지만, ‘그래 그런거야’는 방송 내내 8~10%대를 머물렀다. 쓰는 작품마다 광고 완판이라는 신화를 썼던 것도 옛일이 됐다. 방송사는 결국 조기 종방을 결정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 맞춘 편성을 이유로 댔지만 실은 광고가 붙지 않아 내린 방침이었을 게다. 60부작을 54부로 끝내며 김 작가의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것이다.

방송계는 시청률 하락의 원인을 그간 김 작가가 고수했던 드라마 법칙이 바뀌지 않았다는 데서 찾는다. 일명 ‘김수현 사단’이라고 불리는 배우들의 재등장, 대가족을 중심으로 한 예측할 만한 이야기 구도, 작가만큼이나 카랑카랑한 인물 대사 등 김수현 하면 떠오르는 전매특허들이 또 다시 펼쳐졌다. ‘자기복제’라는 말까지 나온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일부 방송작가들은 “뭘 모르는 소리”라고 입을 모은다. 40년간 소신을 지킨 작가를 몰라본다는 거다. 부와 명예를 위해 가족을 버리는 건 예사이고 살인에 살인미수, 강간, 납치 등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는 안방극장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 3사의 아침, 저녁 일일극에선 가족해체로 인한 복수극이 난무하다. 김 작가는 이런 막장드라마의 홍수 속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지지고 볶으며 사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지를 풀어내 전했다. 동성애 아들을 다독이며 인정했던 부모(‘인생은 아름다워’), 미혼모가 된 딸의 선택에 눈물을 삼킨 가족(‘무자식 상팔자’) 등에는 ‘정답은 가족’이라는 김 작가 특유의 신념이 묻어 있다. 이러한 대쪽 같은 원칙주의는 여전히 방송계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통한다. 칠순을 넘긴 나이까지 현역으로 뛴 원동력이다. 오죽했으면 후배 작가들은 “김 작가가 은퇴하는 나이가 곧 드라마 작가의 정년”이라는 말까지 한다.

김 작가에게 ‘그래 그런거야’는 분명 아픈 손가락일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강단 있는 몸짓을 보였다. 남편(이순재)의 죽음을 부정하듯 잠시 정신을 놓은 숙자(강부자)에게 결국 위로와 위안을 주는 영원한 정답은 가족이라는 것.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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