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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되면 김연아 안된다는 말에 서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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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되면 김연아 안된다는 말에 서운했죠"

입력
2016.08.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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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먹으러 다녀올 시간이면

선수 50명 더 만나 설득 가능

투표 뒤에야 코리아하우스 찾아

경쟁 후보들도 감동받아 엄지 척

일반 선수들에 용기주고 싶었죠”

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유승민이 19일 올림픽선수촌에서 본보와 인터뷰 후 리우올림픽 로고와 오륜기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리우=윤태석 기자
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유승민이 19일 올림픽선수촌에서 본보와 인터뷰 후 리우올림픽 로고와 오륜기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리우=윤태석 기자

유승민(34)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당선은 그야말로 깜짝 소식이었다. 그는 19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잠시 뒤 유승민은 올림픽선수촌에서 본보와 다시 따로 만나 기자회견에서 미처 털어놓지 못한 그 간의 마음고생과 소회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지난 달 23일 리우에 도착해 25일 동안 선거활동을 한 그는 “선거 전략은 따로 없었다”고 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15시간을 발로 뛰며 선수들을 만났다.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고 끊임없이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선수촌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한국선수단의 전진기지 코리아하우스에서는 한식 도시락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배달한다. 유승민도 “밥 먹으러 오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가지 않았다. “코리아하우스에서 밥 먹고 오면 1시간이 더 걸린다. 이 시간에 50명을 더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투표 종료 후에야 처음 코리아하우스를 찾아 한식을 먹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후보들은 종종 자국 선수단을 응원하거나 경기 구경을 갔지만 유승민은 선거 활동에만 집중했다. 남녀탁구대표팀 경기장만 딱 두 번 갔다. “탁구 후배들은 꼭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모습을 본 경쟁 후보들은 “너는 당선 자격이 충분하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징조도 있었다. 지난 5일이 그의 생일이었는데 벌에 목을 쏘였다. 혹시 몸에 탈이라도 날까 서둘러 벌침을 뽑고 치료받았는데 한국에 있는 아내가 “벌은 한 번 침을 쏘면 죽지 않느냐. 오빠 대신 벌이 희생했다고 생각하라”고 말해줬다. 꿈보다 해몽이 좋았던 셈이다.

유승민(왼쪽)이 지난 2일 올림픽선수촌에서 외국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선거 기간 동안 선수위원과 관련돼 미디어활동을 일체 금지하는 IOC규정이 있어 이 사진은 유승민이 당선된 뒤 공개됐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유승민(왼쪽)이 지난 2일 올림픽선수촌에서 외국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선거 기간 동안 선수위원과 관련돼 미디어활동을 일체 금지하는 IOC규정이 있어 이 사진은 유승민이 당선된 뒤 공개됐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선거 활동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당선 확률이 높지 않다는 시선이었다.

대한체육회 후보로 선발될 때부터 경쟁자인 사격 진종오(37)나 역도 장미란(32)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유승민은 “현실적으로 두 사람이 (선수위원) 꿈에 가까워 보여 포기한 적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해보라는 지인들의 말에 용기를 얻어 출마 했다”며 “사실 나도 운이 좋은 케이스다. 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탁구계에서는 나름 인정받는다. 이번 도전을 통해 나보다 더 여건이 좋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유승민이 당선되면 ‘피겨여왕’ 김연아(26)의 기회가 사라진다는 말도 상처였다.

IOC 선수위원은 각 국가올림픽위원회(NOC)별로 1명만 가능하다. 또 IOC는 후보 자격을 선출 당해 연도와 직전 대회 출전자로 제한하고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고 선수위원 출마 의사를 밝힌 김연아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에는 후보로 나설 수 없다. 그는 “난 김연아 선수의 굉장한 팬이다. 하지만 ‘유승민이 되면 김연아가 안 된다’는 기사나 댓글을 보며 서운한 적도 있었다. 사람들이 내가 안 되길 바라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며 “내가 떨어져도 4년 뒤 누가 후보로 나올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라며 내심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때 큰 힘을 준 사람 중 한 명이 조양호(67) 대한탁구협회장이다. 유승민은 “은퇴할 때도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며 유학을 주선해 주신 적이 있고 이번에도 문자나 SNS 댓글로 많이 응원해주셨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또한 현재 삼성생명 코치 신분인데 선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구단과 제자들에게도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선수 시절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리스마를 과시했던 그는 “이제는 따뜻한 눈빛으로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위원이 되겠다. 기쁨도 있지만 책임감이 무겁다. 한국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임기가 끝나는 8년 뒤 “모든 선수들이 박수치는 위원으로 기억되고 싶다. 나아가 선수출신과 별도의 IOC 위원도 해보고 싶다”고 새로운 도전 의지도 드러냈다.

21일 총회 참석 후 다음 날 폐막식을 보고 귀국할 예정인 그는 이날 선수촌의 밤하늘을 보며 “리우에서의 하루하루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일이 주어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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