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용품 판매 신장세 제자리

워터파크ㆍ캠핑장 등 입장객 급감

극장ㆍ할인점 등은 북적북적

“피서지에 가면 시원할 것”이라는 믿음 사라진 탓

대구경북지역 최고의 워터파크로 유명한 경주 블루원 워터파크. 피서철이지만 폭염 탓에 의외로 한산하다.

찜통더위가 전국을 뒤덮으면서 피서철 특수가 기대된 캠핑, 레저업계가 되레 울상이다. 기온이 너무 높아 캠핑장이나 계곡도 무더운데다 워터파크도 날이 너무 뜨거워 나서기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일 낮최고기온 38.2도 등 한 달 이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경주 지역 관광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역사문화도시인데다 수년 전부터 2개의 대형워터파크가 들어서고 동해안 해수욕장 등 여름 피서지로 부상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날이 더워도 너무 더운 탓에 피서객들이 아예 나서질 않기 때문이다.

경주시 블루원 워터파크는 지역 최대 규모인데다 최고의 파도풀 등으로 지난해까지 여름철에는 하루 평균 1만 명 가량이 입장했지만 올해는 딴판이다. 평균 33도를 웃도는 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하루 평균 6,000명 가량 입장하는 데 그치고 있다.

워터파크 관계자는 “투숙객들도 리조트 안에 워터파크가 있는데도 뜨거운 햇살 때문에 노천풀에 들어가기 겁난다며 실내풀에서만 놀거나 객실 에어컨 아래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라며 “다른 지역 손님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인근 경주월드 캘리포니아비치도 올해 입장객이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경주월드 워터파크 관계자는“지난해 성수기 주말엔 하루 평균 6,000명 가량이 입장했지만 올해는 되레 10% 이상 줄었다”며 “개학이 다가오는데다 무더위가 계속된다면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울산지역의 노동계파업과 경기침체, 포항-울산간 고속도로 개통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너무 더워 집에서 워터파크까지 가는 일도 만만찮아 주저하는 것 같다”며 “더워야 먹고 사는 워터파크가 무더위 때문에 손님이 준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폭염은 캠핑장과 캠핑ㆍ레저용품 판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성수기엔 2개월 전에 예약이 끝날 정도로 인기를 끌던 경주시 남산캠핑랜드는 올해는 막상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자 딴판이다. 기온이 치솟으면서 예약취소가 잇따라 실제 이용객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신춘모 남산캠핑랜드 대표는 “지난해는 5월부터 9월 초까지 60개의 대형 텐트 가동률이 거의 100%에 달했지만 올해는 예약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피서철 특수를 기대했던 캠핑레저용품 판매업계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해마다 20~30% 매출이 신장됐지만 올해는 주춤하고 있다. 대구지역 유력 쇼핑몰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캠핑용품 매출이 크게 늘었고, 올해도 방학이 시작되면서 맑은 날씨가 계속돼 큰 기대를 했는데 의외로 성장세가 주춤하고 일부 품목은 감소해 당황스럽다”며 “관련 장비가 어느 정도 보급된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더워 바깥나들이 자체를 포기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도심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극장 등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오후 11~12시까지 영업을 하는 대형할인점은 밤 10시가 넘어서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극장도 평일 저녁에도 하루 전에 예매하지 않으면 보기 어려울 정도다. 대구지역 한 백화점 관계자는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이 눈에 띄게 늘고, 특히 음식ㆍ식품관은 매출 증대가 뚜렷하다”며 “이달 말부터 가을 옷을 팔아야 하는데, 무더위가 9월까지 계속될 것 같다는 예보 때문에 되레 걱정”이라고 말했다.

관광ㆍ유통업계가 무더위로 울고 웃는데 대해 변우희 한국관광경영학회장은 “우리나라 여름철 기후가 점차 아열대성으로 바뀌는 경향이 뚜렷해지는데, 관광산업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경주 같은 경우 여름엔 밤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경주 동해안에는 동남아에서 인기가 좋은 수상 레포츠를 벤치마킹해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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