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났는데도 찜통 더위가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열대야도 이미 한달 전인 지난달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서울의 경우 15일이나 발생했다. 올해 열대야 발생일 수는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해가 될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가 5월 23일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후 이달 5일까지 열사병 등 온열 질환자가 1,016명이나 발생했고, 이 가운데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광복절(15일)까지 폭염이 지속된다니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이번 폭염은 일시적인 기상 이변이 아니다. 지구온난화 탓에 중국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기록적인 무더위로 고통받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상반기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3도 올랐다고 밝혔다. 지구 기온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한반도 기온은 지구 평균보다 1.5배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폭염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게 분명하다. 2036년 폭염 사망자는 지금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폭염은 태풍이나 호우보다 더 많은 인명피해를 낳는다. 무더위가 극심했던 1994년 한국의 폭염 사망자 수는 모든 종류의 자연재해를 통틀어 역대 최고였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의 고민이나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국민안전처가 기온을 감안해 폭염주의보ㆍ경보를 발령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이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는 게 고작이다. 이제 폭염을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재난으로 간주하고 체계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폭염은 특히 저소득층 노약자에게 치명적이다. 전기요금이 무서워 선풍기조차 틀지 못하는 국내 에너지 빈곤층이 130만 가구를 넘는다. 폭염 대책은 우선 주거 환경이 열악한 영세민이나 독거노인,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보살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난 겨울부터 빈곤층 대상으로 시행 중인 난방 바우처 제도를 확대해 폭염 바우처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만이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다. 값싼 석탄과 전기에 기댄 기존 에너지ㆍ산업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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