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PD들이 말하는 뒷이야기

SBS ‘동물농장’천경석(왼쪽)ㆍ김재원 PD는 “동물들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다룰 때면 마음이 찢어지지만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때 느끼는 뿌듯함이 방송을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인턴기자

SBS ‘동물농장’ 천경석(34) PD에게 지난 6개월은 충격과 공포의 시간이었다. 입사 후 7년 동안 온갖 동물의 희로애락을 카메라에 담아온 그였지만 지난 겨울 처음 목격한 전남 화순군 ‘강아지 공장’의 현실은 참혹 그 자체였다. 지난 4일 서울 목동 SBS홀에서 만난 천 PD는 “새끼 낳는 기계로 전락한 강아지들보다 19년 동안 당연한 일상처럼 이들을 학대해 온 인간에게 더 충격을 받았다”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5월 ‘동물농장-강아지 공장의 불편한 진실’편은 큰 방향을 일으켰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강제 교배와 강제 인공수정에 시달리며 1년 내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개들의 비극이 그대로 전파를 타며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나이가 들어 출산이 어려운 개에게 무면허 제왕절개 수술까지 일삼아 온 번식업자의 야만적인 모습에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는 전국의 강아지 공장 실태조사에 나섰고 동물보호법 개정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촬영까지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업자를 설득해 번식장 내부로 들어가는 데만 꼬박 6개월이 걸렸다. 워낙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탓이었다. 천 PD는 “환경은 엉망진창인데 보안은 철저했다”며 “늘 동물과 함께 지내온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나 수의사들도 처음 본 모습에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공들인 잠입취재로 처참한 실태를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방송에 내보내기까지엔 고민이 많았다. 현장은 방송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처참했기 때문이다. 수컷 강아지의 정액을 빼내 암컷에게 강제로 주입하는 장면은 실제로 5분 이상 이뤄졌고 업자는 적나라한 표현을 써가며 이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5월 15일 방송된 SBS‘동물농장-강아지 공장’편에선 1년 내내 임신과 출산에 시달리는 개들의 참혹한 현장이 전파를 탔다. SBS 방송화면 캡처

방송 영상을 최종 편집했던 김재원(38) PD는 “수 차례 편집을 하면서 거른다고 거른 게 그 정도”였다며 “방송 중 내레이션으로 나온 ‘오로지 모든 게 돈이었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 잔인한 상황들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방송 이후 제작진에게도 거센 후폭풍이 몰아 닥쳤다. 현행법상 번식업자의 사유재산인 개들을 모두 구조할 수 없는 상황이 전파를 타자 일부 시청자들은 “아이(개)들을 구조하지 않고 카메라만 들이대고 있다. 시청률만 올리면 다냐”는 비난을 했다. 하지만 동물 학대 같은 소재는 보기 불편해 하는 시청자들이 많아 오히려 시청률은 떨어진다는 게 제작진의 입장이다. 매주 시청률 10%대를 유지하는 ‘동물농장’의 이날 방송은 8%대로 떨어졌다. 김 PD는 “제작진이 동물들이 위험한 상황까지 기다린다거나 오로지 방송을 위해 구조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오해를 받을 때는 정말 억울하다”며 하소연했다.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난 새끼들이 거래되는 경매장과 애견숍이 함께 도마에 오르자 “방송 이후 장사가 안 된다”며 협박성 항의 전화를 하는 업주들에게 시달리기도 했다. 천 PD는 한 경매장 업주로부터 최근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당했다. 천 PD는 “번식업자나 경매업자 개인을 망하게 하려고 방송을 내보낸 게 아니다”라며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제도가 변해야 한다는 방송의 취지를 한 번 더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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