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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특권 내려놓기, 알맹이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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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특권 내려놓기, 알맹이는 빠졌다

입력
2016.07.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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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여론에 떠밀려 경쟁적 논의

불체포ㆍ면책 특권 공방서 맴돌아

김영란법서 도려낸 ‘이해충돌방지’ 법제화 됐다면 친인척 채용 불가능

국회의원 민원청탁은 ‘부정청탁 예외’로 두기도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교섭 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교섭 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들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을 계기로 여야가 ‘의원 특권 내려놓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논의가 친인척 보좌진 채용 규제와 불체포ㆍ면책 특권의 제한 공방에 머물고 있어, 여론 비판을 의식한 ‘이벤트 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는 특수활동비 폐지나 실질적인 국회의원 징계절차 마련 등 정작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의원 특권 폐지 논의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다.

이번에 불거진 친인척 보좌진 채용은 그간 여의도 의사당에선 공공연한 관행이었다. 논란이 되자 채용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보좌진에게 정치 후원금을 강요했는지를 따지기 보다 여론에 떠밀려 친인척 관계 여부만 파악해 면직해 버리는 촌극이 잇따르고 있다. 채용에서 면직까지 의원과 보좌진 관계가 ‘갑을 관계’임을 재확인한 셈이 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 10년 간 의원 6명을 보좌한 경력의 비서관이 짐을 쌀 수밖에 없는 사례도 나왔다.

이 같은 국회의 마녀사냥 식 찍어내기와 특권 공방은 정치권이 관련 제도 마련을 방기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3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입법 과정에서 여야는 당초 원안에 포함돼 있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에 대한 조항의 대부분을 삭제했다. 원안에는 공직자가 4촌 이내의 친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할 경우 업무에서 배제하는 제척(除斥)제도와 공직자 가족의 공공기관ㆍ산하기관 특채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당연히 국회의원도 적용 대상이었다. 김영란법이 본래 취지대로 법제화되었다면, 의원들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은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는 적용 대상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해당조항을 통째로 삭제했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고위 공직자의 범위를 두고 논란이 제기된 것도 이유였다. 당시에도 국회의원 자신들이 이해충돌 방지 조항의 적용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입법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의원들은 김영란법 원안에 있던 청탁 방지와 관련,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공직자 등이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부정 청탁 대상에서 제외했다. 공익에 부합하는 만큼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예외 조항을 두어 입법 로비의 통로를 열어둔 것이다. 2014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의 입법로비로 현역의원 3명이 기소됐지만, 이후 이를 피해 갈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만들어 준 셈이다. 미국 의회가 2006년 ‘아브라모프 뇌물로비 스캔들’이 터지자 이듬해 기존의 로비공개법을 강화한 법안을 마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작 여야 지도부는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제한 공방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나 국회 정치발전특위에서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지 72시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면책특권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야당에선 국회의 행정부 견제가 제약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정치권이 불체포특권을 손 보는 선에서 의원 특권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비껴가는 양상이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논의와 별개로 의원들이 각종 출판기념회를 빙자해 유관기관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모으고, 혁신을 강조하면서 세비 삭감ㆍ동결 선언을 하지만 이후 실천하지 않는 관행 등에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 입장에선 특권이라고 과도하게 비판 받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 동안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며 “정작 의원들이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면서도 이해에 따라 선별하는 모습이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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