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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특권, 묻지마 폭로 안 되지만 법률로 제한 땐 위헌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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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특권, 묻지마 폭로 안 되지만 법률로 제한 땐 위헌 소지”

입력
2016.07.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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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회 독립성 취지엔 동의

새누리 “중상적 명에훼손은 제외, 국회ㆍ당 윤리위 징계 규정 필요”

야당 “포기할 수 없는 의원 권한, 국회 윤리특위가 책임 물으면 돼”

선진국들도 의원 면책특권 인정…비방적 모욕행위만 규제

MBC 고위 간부가 성추행했다는 근거없는 사실을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MBC 고위 간부가 성추행했다는 근거없는 사실을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으로 촉발된 여야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공방이 '면책특권' 제한으로 번졌다.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대법원 양형위 업무보고 보도자료를 통해 모 방송국의 양형위원이 성추행을 저질러 내부징계를 받았다며 실명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허위로 드러났고, 조 의원은 하루 뒤 공개 사과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기회에 면책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야의 기류는 면책특권의 전면 폐지 쪽은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의 자주ㆍ독립성 확보를 위한 수단이라는 취지에 여야 모두 동의하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은 면책특권이란 성역 뒤에 숨은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성 폭로만은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책임한 허위 폭로로 명예를 훼손했을 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여당의 논리에는 그간 면책 발언이 주로 여당이나 정부를 겨냥했던 경험이 작용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김희옥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비대위 회의에서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는 면책특권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면책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적용범위에 일부 예외를 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본보 통화에서 "허위사실로 명예를 손상한 경우엔 당 윤리위나 국회 윤리특위의 결정으로 징계가 가능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의원의 허위폭로 문제는 국회개혁 의제로 다뤄야 하며, 법ㆍ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조 의원의 해당 발언을 '실수'로 규정하며 비호에 나섰지만,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절충적 입장을 피력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면책특권은 포기할 수 없는 의원의 권한으로 폐지하면 국회가 마비된다"며 "다만, 증거가 없고 그 사실이 허위라면 (국회) 윤리특위에서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다"고 했다. 면책특권의 취지를 살리되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는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될 때마다 여당은 중상적(中傷的)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발언은 면책특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상대적 면책설을 펼쳐왔다. 야당은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발언과 표결을 보장해 권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절대적 면책설을 주장해왔다.

야당은 특히 면책특권이 행정부에 대한 견제역할을 해온 순기능이 더 많다고 보고 있다. 제한할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잃게 되는 사회적 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한탕’하려는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는 ‘제약’을 둬야 하지만, 이를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의회 선진국들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일부 예외조항을 둬 묻지마식 폭로나 의혹 제기에는 제한을 가한다. 미국 연방법원은 '발언ㆍ토의의 면책조항'(Speech or Debate Clause)을 보장하되 '입법적 행위'와 '정치적 행위'를 구별하면서 정치적 행위는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기본법은 '비방적 모욕행위'는 면책특권 적용범위에서 배제하고 있고, 프랑스는 의원의 명예훼손행위는 소추 대상이 된다. 일본은 면책특권을 '원내에서 행한 연설, 토론, 표결'에 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국회법 제146조는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엔 같은 법에서 '윤리특별위의 심사를 거쳐 그 의결로써 이를 징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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