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67) 위원장 체제로 말을 갈아탄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평창조직위는 최근 주 사무소를 서울에서 강원 평창으로 옮겼다. 이 위원장은 첫 해외 일정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국제 스포츠계 신고식도 마쳤다. 이 위원장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내게)‘직접 만나 보니 믿음이 간다’고 강한 신뢰감을 표명했다”고 흡족해했다.

스포츠계 문외한인 이 위원장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컸던 점에 비춰보면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누려야 할 칭찬과 상찬은 딱 여기까지다. 이제 그는 야전침대를 조직위 집무실에 들여놓겠다는 각오로 올림픽 성공 개최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평창에 남은 시간은 불과 19개월. 무엇보다 더 이상 조직의 수장을 교체할 시간과 명분이 없다.

‘발등의 불’은 스폰서십 확보다. 행시에 수석 합격해 30여년 간 공직생활을 거친 이 위원장은 산자부 장관을 역임해 재계에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면권자가 이 위원장을 올림픽 책임자로 지명한 이유가 분명한 대목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8,500억원을 목표로 한 스폰서십은 순항 중이다. 이 가운데 6월 현재 약 78%를 달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 보면 현물과 현금 비율이 약 70 대 30으로 정작 쓸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래 가지고선 올림픽 성공 개최를 입에 올릴 수 없다.

평창올림픽은 88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우리나라가 개최하는 매머드 지구촌 축제다. 88올림픽 성공 개최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다면 평창올림픽이 남기고자 하는 유산은 과연 무엇일까. 평창올림픽이 가진 함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조직위는 문화, 환경, 평화, 경제 올림픽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에 앞서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국제 스포츠계에 우리의 영향력과 발언권을 강화해야 한다.

평창 이후 차기 올림픽이 도쿄(2020년)와 베이징(2022년)에서 열리는 건 행운이다. 평창의 대회 개최 노하우와 인력, 자원을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은 초라하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사실상 IOC위원의 공백 상태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해외 매체에서 한국의 IOC위원 제로 상태를 꼬집고 있다. 실제 지난 3일 발표된 신임 IOC위원 후보 8명의 명단에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재 한국의 IOC위원은 와병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8월 리우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8년 임기를 마치는 문대성 선수위원 2명뿐이다. 물론 탁구스타 유승민이 8월 선수위원 몫으로 IOC위원 선거전에 나서지만 최종후보 24명 중 4명을 뽑는 선거에서 당선될 확률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악의 경우 한국은 사상 초유의 IOC위원 0명 상태를 맞을 수도 있다. 우리의 스포츠외교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긴 설명이 필요치 않으리라.

그런 측면에서 정부는 전략적 접근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IOC위원 추가 쿼터를 배정해 줄 것을 IOC에 요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현재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가 국제연맹(IFs) 수장 자격으로 잠재적 IOC위원 지명자 파일에 등재돼 있다. IOC위원 연령제한 상한선(70세)을 이유로 올해 69세인 조 총재에게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안도 내지 못하는 태클 걸기에 불과하다.

더구나 조 총재는 2020년 도쿄장애인올림픽 정식 종목에 태권도의 채택과 전 세계 난민촌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태권도박애재단을 출범시키는 등 수년째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평창올림픽까지 남은 1년 7개월, 한국 스포츠외교의 골든 타임이 흘러가고 있다.

최형철 스포츠부장 hc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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