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페이스북에만 있는 트렌딩 토픽. 현재 인기 있는 이슈를 보여준다.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하며 승승장구하던 페이스북이 곤경에 처했다. 페이스북 미국판에서만 제공되는 실시간 이슈 목록인 ‘트렌딩 토픽’이 화근이다. 그동안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수집해 보여주는 기능으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인간 편집자의 손을 거치고 있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관심이 높더라도 보수적인 주제는 걸러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정치문제로 비화했다. 미 상원 상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사를 요구하는 서신까지 보냈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한국에선 사실상 ‘인터넷’이란 단어와 동의어인 거대 플랫폼이 된 후로 뉴스 편집과 실시간 검색어 조작 논란에 끊임없이 시달려 온 포털 네이버다.

둘 다 미디어로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논란이 됐고, 정치권의 압박을 받았다는 것도 비슷한 점이다. 물론 페이스북은 수정헌법 1조 덕분에 미 상원의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할 의무가 없는 반면, 네이버에 가해지는 정부나 정치권의 압박 강도는 훨씬 강하다는 차이는 있다.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9월 20일, 당시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뉴미디어 팀장이었던 진성호 전 의원의 “네이버는 이미 평정됐다. 다음은 손 봐야 한다”는 말은 아마 한국 미디어 업계에 영원히 기억될 발언 중 하나일 것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인스턴트 아티클’이라는 것을 선보였을 때 미국 언론들이 보였던 당혹감 역시 한국 언론에는 ‘데자뷔’였다. 이미 오래 전에 네이버에 통째로 기사를 주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닷컴들이 당장의 수익을 위해 헐값에 네이버에 기사를 넘기던 당시만 해도, 그것이 결국 ‘뉴스는 네이버에서 소비하는 것’이란 생각이 당연시될 정도로 네이버라는 플랫폼을 강화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다. 지금 한국 미디어 생태계는 좋은 기사를 써도 네이버 편집자가 골라서 올려주지 않으면 사라지는 천수답이다.

국내 언론사들이 요즘 페이스북에 열심인 이유는 네이버에 빼앗겼던 편집권을 그나마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다. 편집자의 간택을 기다릴 필요 없이 직접 단독 기사를 올리면 되니까. 게다가 도대체 어떤 기사를 몇 명이 봤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 네이버와 달리 도달, 좋아요, 공유, 클릭 수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독자 반응까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엄밀하게 보자면 언론사는 페이스북에서도 독자적인 편집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변화하는 페이스북 뉴스피드 알고리즘에 맞춰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신문 1면에 나간 기사라도 페이스북에서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 공식 페이지에는 올리지 않고 개인 계정에 올리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

결국 미디어에 가장 불리한 환경은 하나의 플랫폼이 과도한 영향력을 지녔을 때이다. 그렇다고 언론사가 직접 플랫폼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사람들에게 뉴스란 여러 콘텐츠의 하나일 뿐이지 자신의 삶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를 위해서도, 독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서도, 삶에 밀착되어 그들의 시간을 빼앗을 만한 2등, 3등 플랫폼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에 인수된 후 본연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네이버 따라 하기’만 하고 있는 듯한 다음이 안타깝다. 최근 업데이트된 다음 모바일 앱은 사람들의 관심사 탭을 맨 위에 배치한 네이버와 거의 유사했다. 고유의 강점을 내세워 사람들의 시간을 훔칠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최진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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