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사진 찍는 김승우 사진작가와 조두영 다큐멘터리 감독

6ㆍ25 참전용사 사진 찍는 김승우(오른쪽) 사진작가와 조두영 다큐멘터리 감독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포털 다음서 스토리펀딩도 연재

“애국심을 고취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6ㆍ25 전쟁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세대가 그분들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영정사진을 찍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젊은 사진작가 김승우(28)씨는 최근 서울 명륜동 작업실에서 “한국 현대사의 근간이 되는 사건을 자국민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파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위해 다큐멘터리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영화감독 조두영(43)씨도 “전후 60년이 지났는데 아직 6ㆍ25 전쟁 당시의 참혹한 경험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5년 전 군대에서 사진병으로 근무하며 6ㆍ25 참전용사의 영정사진을 처음 촬영했다. 미국 뉴욕대에서 사진을 전공하다 귀국해 군 복무하던 그가 소속 부대의 6ㆍ25 기념 대민(對民)행사로 낸 아이디어였다. 참전용사 19명의 사진을 찍어 액자에 넣은 뒤 선물했다. 그는 “처음엔 단지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던 건데 외국인은 물론이고 한국 학생들도 6ㆍ25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참전용사들의 아픔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김씨는 한국전에 참가한 미국인 살바토레 스칼라토 씨의 사진을 찍고 전쟁 이후 걸어온 고통스런 삶의 궤적을 들었다. 지난해 졸업전시회에 스칼라토 씨와 참전용사 19명의 사진을 걸었고, 뉴욕에서 열린 ‘포토빌 사진 페스티벌’에도 작품을 전시했다. 미국에서 참전용사를 계속 만나고 싶었지만 소재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고 촬영을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는 비용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워 국내에서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김씨가 대학 졸업 후 귀국해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 있게 해준 사람 중에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1년여 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찍어드리지 못한 아쉬움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김씨의 할아버지도 참전용사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임종 전에는 고통이 극심해 병원에서 마약 성분 진통제를 투약해야 할 정도였어요. 환각 상태에서 전쟁터 이야기를 주로 하셨죠. 전쟁에서 누가 죽었고 시체 옆에 풀 한 포기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계셨어요.”

미국 유학 당시 김씨와 친하게 지냈던 조씨는 최근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자신의 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던 조씨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억할 만한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참전용사들의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전시회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3월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의 스토리펀딩에 ‘한국전쟁 장수사진 촬영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연재를 시작했다. “많은 사람의 아픔과 희생으로 치러낸 전쟁이니만큼 꼭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스칼라토 씨를 시작으로 이종희(89)씨, 간호장교로 전쟁에 뛰어들었던 박옥선(84)씨 등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달 말까지 10여명의 이야기를 더 전달할 예정이다.

김씨와 조씨는 참전용사들을 만나면서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거대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나 남북 정치 문제가 아니라 전쟁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었다. “전쟁의 트라우마 때문에 아직도 괴로워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세대 간의 갈등이 크다고 하지만 10대 중후반의 어린 나이에 전쟁의 참혹함을 겪은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안고 사는 분들을 젊은 세대가 마음 깊이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안타까워하는 마음이라도 가졌으면 합니다.”(조두영)

전시회를 열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사진과 영상 제작에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전시를 열 공간도 아직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표 금액의 20%도 아직 모으지 못했다. “전쟁에 동원됐던 막내 학도병이 이제 80대 중반이라고 합니다. 생존 참전용사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요. 한 분이라도 더 사진을 찍어드려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김승우)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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