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자못 궁금하다. 여당과 야권 모두 첫 단추인 공천이 큰 실망을 안겨준 터라 선거에 대한 관심이 2012년 총선보다 높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총선이 내년 대선으로 가는 전초전이자 예행연습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선거를 코앞에 둔 현재 나는 이번 총선에 담긴 다섯 가지 코드를 주목하고 싶다.

첫째는 총선의 역사학이다. 이번 총선은 내년 대선과 묶어서 생각해 보는 게 좋다. 그 역사적 의의는 민주화 시대 30년을 결산하는 선거들이라는 점이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열린 민주화 시대에 우리 정치의 기본 구도를 이룬 것은 산업화 세력 대 민주화 세력의 대결이었다. 공천 결과가 보여주듯 이 대결 구도는 적잖이 약화됐다. 산업화를 이끌었다는 자부심도, 민주화를 선도했다는 당당함도 부재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이번 총선은 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총선의 인구학이다. 이번 총선에서 2030세대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1%이고, 50대 이상 유권자가 점유하는 규모는 43.2%다. 젊은 세대가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보여준다면, 고령 세대는 아무래도 보수적 성향이 두드러진다. 점점 빨라지는 고령화 경향 속에서 이번 총선은 향후 선거들의 중요한 예고 표지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령 세대를 위한 공약 경쟁에서 볼 수 있듯, 유권자 구성의 변화가 정치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 세대인 2030세대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품게 하는 상황이다.

셋째는 총선의 경제학이다. 이번 총선의 화두는 ‘경제 활성화냐 경제 민주화냐’다. 국민의당의 ‘공정 성장론’과 정의당의 ‘정의로운 복지국가론’에도 경제 민주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는 점을 주목할 때 성장을 강조하는 활성화론과 분배를 중시하는 민주화론이 맞서는 형국이다. 저성장을 해결하기 위한 활성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민주화는 모두 중차대한 과제다. 하지만 어떤 과제를 더 우선시하느냐가 우리 경제의 기본 패러다임 재구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최종 선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넷째는 총선의 정치학이다. 이번 선거를 특징짓는 정치적 구도는 ‘일여다야(一與多野)’다. 새누리당이 180석을 넘는다면 일당 독주가 이뤄질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국회선진화법을 고려할 때 국민의당이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에 따라 과거와는 다른 정치 지형이 등장할 수 있다. 중도적인 제3당을 표방하는 국민의당의 존재는 빛과 그늘을 동시에 갖고 있다. 양당 체제의 기득권 구조에 균열을 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이른바 ‘호남 자민련’으로 머물러 있게 될 경우 결과적으로 보수 우위의 정치 지형을 공고화시키는 세력으로 자리매김 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섯째는 총선의 미래학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전년보다 2.6% 줄어둔 2만7,34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제의 둔화, 계속되는 내수의 침체를 고려할 때 현 정부 아래서 3만 달러를 넘어서기는 어렵다. 더불어 점증해온 불평등과 이와 연관된 사회해체 경향은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매일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각종 흉악범죄·분노범죄·패륜범죄 등은 공동체로서의 대한민국이 일대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증거한다.

선거와 이로부터 시작하는 정치가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효율적이고 포용적인 정치제도를 일궈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점이다. 나라를 풍요롭게 하는 부국(富國)과 국민을 자유롭게 하는 민주주의 모두 중요한 가치다. ‘부국 없는 민주주의’ ‘민주주의 없는 부국’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민주주의를 갖춘 부국으로 가기 위해선 법과 제도의 최종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정치가 더욱 성숙해야 한다. 이 하나만으로도 투표를 해야 할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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