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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봉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배트맨 대 슈퍼맨)은 한 편의 블록버스터로만 볼 수 없다. 최근 약세를 보여온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가 다시 할리우드의 패권을 잡을 계기로 작용할 수 있고, 만화 명가 DC코믹스가 자존심을 되찾을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최근 할리우드는 월트디즈니 천하다. 마블스튜디오와 손잡고 DC코믹스의 라이벌인 마블코믹스의 만화들을 밑그림으로 삼은 여러 히어로물을 내놓으며 영토를 넓히고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워너브러더스-DC코믹스 연합이 펼치려는 반격의 서막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은 DC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고, 워너브러더스는 두 캐릭터의 영화화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15년 전 성사될 뻔한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1980년대 국내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만화시리즈 ‘슈퍼특공대’를 보며 시청자들이 품었던 의문이다. 유치하면서도 근원적인 이 질문이 애정 관계로 번지면 원더우먼은 배트맨과 슈퍼맨 중 누구를 더 좋아할까다. 인간계를 대표하는 히어로와 우주에서 온 신적 존재의 대결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하지만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 스크린에서 구현되기는 어려웠다.

2001년 대결이 성사될 기회가 왔다. 팀 버튼의 재능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었던 영화 ‘배트맨’시리즈는 ‘배트맨4: 배트맨과 로빈’(1997)으로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워너브러더스는 배트맨을 재활용할 방법을 찾았고, 슈퍼맨과의 대결을 묘안으로 여겼다. 슈퍼맨은 ‘슈퍼맨4’(1987)을 끝으로 인기가 추락한 데다가 슈퍼맨의 동의어라 할 배우 크리스토프 리브가 사고로 반신불수가 되며 영화적 생명을 다한 것으로 보였다. 워너브러더스는 대중의 사랑이 다한 듯한 두 히어로를 맞대결시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특전 유보트’(1981)와 ‘퍼펙트 스톰’(2000) 등으로 지명도를 얻은 독일 감독 볼프강 페테젠이 메가폰을 잡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제작 계획이 잡혔으나 결국 제작은 무산됐다.

2000년대 초반은 영화 캐릭터들의 대결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인간을 위협한 외계생명체들 사이의 대결을 그린 ‘에일리언 vs. 프레데터’(2004)가 만들어져 2편까지 선보였고, ‘13일의 금요일’의 살인마 제이슨 부히스와 ‘나이트메어’의 연쇄살인범 프레디 크루거의 싸움을 그린 ‘프레디 vs. 제이슨’(2003)도 개봉했다.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은 당시 유행을 따라 성사될 뻔했던 빅매치였던 셈이다. 하지만 워너브러더스는 시나리오의 문제점 등을 들며 제작을 연기했고 새로운 ‘배트맨’과 ‘슈퍼맨’ 시리즈를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다시 잡았다. 배트맨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2005)로 새 출발에 성공했고 ‘다크나이트’ 시리즈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슈퍼맨은 ‘엑스맨’ 시리즈로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슈퍼맨 리턴즈’) 2006년 재활을 시도했으나 영화팬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300’의 잭 스나이더에게 ‘맨 오브 스틸’(2013)을 의뢰하면서 21세기 형 슈퍼맨(헨리 카빌)이 재탄생하게 됐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캐릭터들. 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마블 유니버스에 대한 도전장

2010년대 들어서야 이뤄진 배트맨(벤 애플렉)과 슈퍼맨의 대결은 마블이라는 충격으로부터 비롯됐다. 마블엔터테인먼트는 각개약진과 연합이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마블코믹스 캐릭터들을 스크린 속에 투입하며 세계 영화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 토르가 각각 주인공인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 ‘토르’시리즈를 각각 내놓으면서 마블 캐릭터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어벤져스’시리즈를 동시에 제작하고 있다. 각각의 영화 속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며 마블만의 소우주를 만들어낸다. 일명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형성된 것이다. 개별 영화들만으로도 소비해도 되지만 마블이 내놓은 영화들을 이어서 보면 좀 더 큰 그림을 보게 된다. 마블이 2010년대 들어 할리우드의 키워드가 된 이유다.

마블의 위세는 스파이더맨의 합류에서 가늠 할 수 있다. 스파이더맨은 마블코믹스의 캐릭터이나 소니픽처스가 영화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21세기 초입 영화팬들의 갈채를 받았으나, 2012년 첫 선을 보인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시리즈는 환대 받지 못했다. 소니픽처스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마블과 손잡고 마블 유니버스에 합류하기로. 내달 28일 개봉하는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캡틴아메리카3)는 스파이더맨의 마블 유니버스 ‘데뷔작’이다. ‘캡틴아메리카3’의 이야기는 ‘어벤져스2’의 연속선상에 있다. 등장하는 캐릭터도 ‘어벤져스’급이다.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가 서로 갈등하며 슈퍼히어로도 두 편으로 갈라지는데 블랙 위도우(스칼렛 조핸슨), 팔콘(안소니 마키),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앤트맨(폴 러드), 블랙팬서(티 찰라) 등이 ‘내전’에 참전한다.

워너브러더스-DC코믹스 연합은 ‘배트맨 대 슈퍼맨’를 첫 대항마로 극장가로 내보내며 마블 유니버스에 맞선다. 원더우먼(갤 가돗)이 등장하기도 하는 이 영화는 부제목을 주목해야 한다.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저스티스(Justice)를 정의라고 해석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DC코믹스는 자사 캐릭터를 저스티스 리그라는 한 범주 안에 넣고 있는데 ‘저스티스의 시작’은 곧 마블 유니버스에 해당하는 ‘DC 유니버스’가 출발점에 섰음을 의미한다.

워너브러더스는 스크린에 새롭게 창조할 DC 유니버스 소속 ‘행성’들의 생성 계획을 이미 밝혔다. ‘원더우먼’과 ‘저스티스 리그’가 내년 선보이고, ‘저스티스 리그2’는 2019년 개봉예정이다. 스나이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엔 배트맨과 슈퍼맨, 원더우먼,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플래시(에즈라 밀러), 사이보그(레이 피셔) 등이 참여한다. DC코믹스의 유명 캐릭터 중 하나인 그린 랜턴이 저스티스 리그에 합류할지는 팬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한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2011)은 실망스러운 흥행성적을 남겼다. 2억 달러나 들여 만든 이 영화는 전세계적 흥행 수입이 2억1,900만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흥행 보증수표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서는 재앙 수준이다. 그린 랜턴이 ‘저스티스 리그’에 아직 합류하지 못하는 이유로 추정된다(레이놀즈는 최근작 ‘데드풀’에서 녹색 영웅은 싫다는 애드리브 대사를 구사하며 자신의 이런 과거를 패러디한다).

벤 애플렉은 마블의 영화 '데어데블'에서 처음으로 슈퍼히어로를 연기했다.
마블에서 DC로 갈아탄 벤 애플렉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배트슈트를 입고 배트모빌을 몰게 된 새 주인공은 애플렉이다. ‘아르고’(2012)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수상한 그는 할리우드의 재간꾼이다. 친구 맷 데이먼의 지적 이미지에 한 때 밀리는 듯했으나 메가폰을 잡으며 다시 앞서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상처 입은 날보다 영광의 나날이 더 많았을 이 배우에게도 감추고 ‘과거’가 있다. ‘데어데블’(2001)에 출연하며 눈이 보이지 않는 슈퍼 히어로로 변신했으나 악평에 시달려야 했다. 흥행 성적은 1억7,800만달러 정도로 제작비(7,800만달러 추정)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으나 할리우드에선 실패작으로 기억된다. 마블코믹스의 캐릭터를 스크린으로 불러낸 ‘데어데블’은 마블이 제작했다. 애플렉은 배트맨을 연기하며 13년 만에 영화 인생 두 번째 슈퍼히어로를 맡게 됐는데 공교롭게도 DC코믹스 캐릭터다. 마블 캐릭터로 상처 입은 할리우드 스타가 DC코믹스의 캐릭터로 새로운 성공 시대를 열 수 있을까도 ‘배트맨 대 슈퍼맨’의 관람 포인트다. 애플렉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드’ 시리즈와는 별도로 새로운 ‘배트맨’ 3부작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워너브러더스가 애플렉에게 출연 제안을 했을 때 오히려 조심스러워했다는 후문이 있는데 ‘배트맨 대 슈퍼맨’은 시사회장에서 워너브러더스 중역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레이놀즈는 DC코믹스의 캐릭터 그린랜턴을 연기하며 추락을 경험한 뒤 마블의 캐릭터 데드풀로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애플렉의 배트맨이 영화팬들의 갈채를 받는다면 또 다른 ‘이적 신화’가 빚어지게 된다. 물론 워너브러더스-DC코믹스의 반(反) 마블 연대가 성공했음을 의미하기도 하겠지만.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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