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대한야구협회장. 연합뉴스

기금 전용, 업무 추진비 논란으로 심판대에 선 박상희(65) 대한야구협회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는 최근 협회 이사들과 언론을 통해 사의를 표명, 지난해 5월 취임한 뒤 10개월 만에 하차하게 됐다.

박 회장은 지난달 초 기자 간담회를 열고 “그 동안 협회 회계와 행정 등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면서 “이제 내가 직접 나서 챙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협회 외부 회계 감사 보고서를 통해 기금 과실금(이자 수입)을 전용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여기에 박 회장 개인의 업무 추진비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달 24일 대의원 총회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7개월 동안 2,800여 만원을 협회 명의 카드로 썼다는 사실이 부각됐다. 협회 상임 이사들은 이 문제를 덮기 위해 하지도 않은 회의를 열었다는 사문서 위조 의혹까지 받고 있다.

잇단 추문이 폭로되자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는 야구협회에 대해 특별 감사를 진행 중이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협회 지원금을 전격 보류하기에 이르렀다.

박 회장은 국회의원 출신에 재정위원장까지 역임했다. 취임하자마자 ‘패거리’ 운운하면서 야구계의 화합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 박 회장은 옷을 벗는 마당에도 “진절머리가 났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박 회장은 4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주변에서 마치 나를 범죄자로 몰고 가는데 나는 법적으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모두 합법적으로 경비를 사용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한 원로 야구인은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이 지경에 이른 협회의 최고 책임자로서 끝까지 단 한마디 유감 표명 없이 피해자 행세만 하고 있다. 진절머리는 우리가 났다”고 혀를 찼다.

박 회장만의 퇴진이 능사는 아니다. 협회 내 뿌리 깊은 유령 행정과 입시 비리, 파벌 싸움, 낙하산 인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 참에 전면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야구계의 목소리가 드높다. 야구협회는 전임 이병석 회장 재임 시절부터 일부 특정 인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조직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박 회장을 추대하다시피 해 자리를 보존한 이들의 눈먼 사리사욕과 거기서 비롯된 이전투구에 야구 꿈나무들과 학부모들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났다.

격랑 속에 빠진 야구협회는 아마추어 야구 발전을 위해 분골쇄신할 수 있는 수장, 그에 걸맞은 ‘충신’을 발탁해 새 출발하는 것이 야구 새싹들의 요람으로 환골탈태 하는 길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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