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CEO, 법원의 테러범 휴대폰 잠금해제 명령 거부

FBI, 테러범 아이폰 잠금 해제 요구
애플 “개인 정보 보호에 타협 없다”
쿡 CEO 선언에 구글도 지지 표명
美 대선서도 새로운 쟁점 떠오를듯
공개 게시물을 통해 미국 수사당국의 아이폰 잠금해제 명령에 반발한 팀 쿡 CEO. AP 연합뉴스

개인 프라이버시인가, 국가 안보인가.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애플이 미국 정부와 정면 충돌했다. 소비자 정보 보호를 내세워 테러리스트가 이용한 아이폰의 잠금 해제를 거부했다. IT업계와 시민단체가 애플을 지지하고 도널드 트럼프 등 정치권이 애플 논쟁에 나서면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대선 의제로 떠오를 조짐도 보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고객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전날 셰리 핌 연방 치안법원 로스앤젤레스지원 판사가 내린 ‘연방수사국(FBI)에 아이폰 잠금해제를 위한 기술지원을 제공하라’는 명령을 거부한다며 “이 문제를 공개 토론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핌 판사는 애플에 미국 샌버나디노 총기 테러범 사예드 파룩이 사용하던 아이폰 5C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무제한 잠금해제’ 기능을 지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FBI는 파룩의 아이폰에서 그가 테러리즘 단체 이슬람 국가(IS)와 연결된 증거를 찾으려 했으나 2개월째 암호를 풀지 못하자 애플에 암호해독 기술을 요구했다.

애플은 FBI와 법원의 요구가 자사의 보안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쿡 CEO는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무제한 잠금해제 기능을 제공할 경우 정부는 사실상 모든 사람의 기기에 담긴 개인정보에 접근할 권력을 갖게 된다”며 “고객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데 타협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쿡 CEO의 선언에 실리콘밸리의 IT기업과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지지를 표명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기업들에 (자사 제품의) 해킹이 가능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결국 이용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적었다. 전자 프론티어 재단(EFF)과 미국시민자유동맹(ACLU) 등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를 주창해온 시민단체들도 “고객 정보 보호에 나선 애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플을 비롯한 IT업체들이 테러리즘 관련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제임스 코미 미국 FBI 국장. AP 연합뉴스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미국 수사당국과 IT업계 사이의 논쟁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컴퓨터 기술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정보당국이 주요 IT기업의 협조를 얻어 개인 통신을 감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애플과 구글은 자신들을 포함해 누구도 암호를 모른 채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변경했다. 수사당국이 영장을 가져와도 곧바로 개인 휴대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IT업계의 비협조에 불만을 토로하며 국가 안보를 위해 정보 공유를 강제하는 입법을 추진해 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상원 대정부질문에서 “정부가 감시할 수 없는 방식의 통신 때문에 테러 예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의 주요 IT 기업들로 구성된 정보기술산업협의회(ITI)는 더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가 오히려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모든 암호화 약화 시도는 정부뿐 아니라 범죄자들에게도 취약점을 열어주는 꼴”이라는 것이다.

테러리즘 대응이 중요한 의제인 미국 대선에서 개인 정보 보호를 둘러싼 논쟁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크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17일 MSNBC 타운홀 미팅에서 “애플이 수사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도록 강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론 와이든 상원의원(오리건)은 “FBI의 주장은 미국인들의 온라인 안전과 안보에 반한다”고 주장하며 애플 지지 편에 섰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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