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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끝까지 갈 각오는 돼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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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끝까지 갈 각오는 돼있나

입력
2016.02.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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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박이 완전단절로 냉온탕 정책

보수에선 위험천만한 핵무장론 거론

군사긴장 고조 경제리스크 감당 못해

개성공단 조업 중단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1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지상 배치형 요격 미사일 패트리엇(PAC-3)이 설치돼 있다.
개성공단 조업 중단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1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지상 배치형 요격 미사일 패트리엇(PAC-3)이 설치돼 있다.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둘러싼 찬반이 비등하다. 개성공단이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제재가 타당하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대북정책 실패’‘햇볕정책 포기’라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팽팽한 의견 대립의 기저에는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근본적 문제가 깔려있다. 인민을 인질 삼아 정권을 유지하는 북한 체제를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보수 우파의 인식이라면, 진보 좌파는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해 북한을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단 체제에서 야기된 이념적 대립구도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추고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사드 배치 공론화 등 정부의 초강경 대처의 적절성 여부도 판가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역대 정부가 예외 없이 남북 평화구조 정착과 공동번영을 위해 애썼다는 사실이다. 박정희 정부는 7ㆍ4 남북공동성명을 이뤄냈고, 전두환ㆍ노태우 군사정부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선언 등 교류협력 체제 구축에 진전을 보였다. 이런 기반 위에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후퇴했지만 남북 대화의 성과이자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손대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대북관계의 기본 틀이 완전히 무너졌다. 개성공단 폐쇄와 남북 통신선 차단으로 그나마 유지되던 한 가닥의 연결고리마저 끊어졌다. 남북이 그 동안 어렵게 쌓아온 손바닥만한 신뢰도 사라지고 반세기 전의 ‘적화통일’과 ‘북진통일’의 긴장관계로 돌아갔다. 당장 부분적 군사충돌이 벌어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 돼버렸다.

문제는 이런 역사적 단절과 후퇴가 치열한 고민과 심사숙고 끝에 도출됐느냐는 점이다.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서 우려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까지 ‘통일 대박’을 외치다 갑자기 전면 대치로 치달으며 극과 극을 오가는 걸 보면 의심이 커진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는데도 뒤통수를 쳤다는 박 대통령의 분노가 중대 결단의 배경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주변국의 견제를 무릅쓰고 중국에 기울었는데도 도움을 외면한 데 대한 서운함도 컸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 최고 지도자의 심기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효용성 측면을 따져봐도 득보다 실이 훨씬 커 보인다. 이란 식의 국제적 제재 모델을 염두에 뒀다고 하나 경제규모와 처한 상황이 달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실행이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미ㆍ중의 경제ㆍ전략적 관계를 감안하면 속단하기 힘들다. 더 걱정되는 건 보수 일각에서 주장하는 핵 무장론이다. 이 기회에 안보와 대북관계의 새 틀을 짜자는 말도 쏟아내고 있다. 사실상 전쟁까지도 불사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무책임한 주장이다. 동아시아 세력균형 유지가 기본 전략인 미국의 반대와 국제사회의 제재를 견뎌낼 방법이 없다. 전시작전권도 없는 정부에서 핵무장론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남북 강대 강 대치 국면은 언제든지 우발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자칫 국지전과 한반도 확전으로 번질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 사회가 그런 미증유의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에 앞서 전쟁 분위기만 고조돼도 엄청난 혼란과 불안이 닥칠 게 뻔하다. 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 발언 때 빚어졌던 사재기 파동과 경제적 여파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무역 급감과 외국인 자금 이탈, 내수 위축 등 경제적 리스크는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기득권 층에서부터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반대 목소리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작 군사적 대결에 직면하기도 전에 내부의 갈등과 분열로 무너지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국가 위기를 관리해야 할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 어떤 핑계나 변명도 허락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준비나 각오가 돼있는지 묻고 싶다.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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