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과 0.3%P 박빙에 고무

트럼프 “2등으로 끝났지만 영광”

버니 샌더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1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코커스 개표 결과가 전해진 뒤 지지자 모임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디모인=AP 연합뉴스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 승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었다. 하지만 아이오와의 민주당원들은 흔쾌히 마음을 열지 않았다. 때문에 일부 미국 언론은 “사실상 샌더스의 승리였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클린턴이나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은 서로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1일 당원대회 직후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디모인 드레이크 대학 강당에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딸 첼시를 대동한 채 나타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CNN 등 미 언론들은 최근 확산된 이메일 스캔들 악재로 인해 지친 클린턴이 “견디기 어려운 힘든 밤을 보냈다”고 보도하며 승리를 확신하는 연설이라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 클린턴은 연설을 마친 후 개표가 마무리되는 과정을 지켜보지 않은 채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 이에 CNN은 “그는 2008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경선 후보에게 패했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여러 결점을 보완했다”며 클린턴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실망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클린턴 캠프도 승리를 자축하기보다 다음 행선지에 공을 기울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도리어 샌더스 캠프의 분위기가 고무적이었다. 샌더스는 이날 밤 디모인에서 열린 지지자 모임에 참석해 “아이오와가 오늘 정치혁명을 시작했다”면서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뉴햄프셔에서 클린턴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캠프 전체적으로도 아이오와 코커스를 ‘사실상의 승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연했다.

샌더스 캠프는 특히 자금력과 조직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불과 0.3%포인트 뒤지는 정도의 박빙 승부를 펼쳤다는 점에 한껏 고무돼 있다. 샌더스는 “9개월 전 아이오와에 왔을 때는 정치적 기반이나 자금도 없었고 이름을 알리지도 못했다”면서 “오늘의 결과는 기성 정치권과 기성 경제(제도), 기성 언론에 아이오와 주민들이 매우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버니’를 연호했고, 샌더스는 잠시 연설을 멈춘 채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이어 “월스트리트와 미국 기업, 대형 캠페인 기부자들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대통령 혼자서만 일할 수는 없다”며 “우리가 함께 이 나라를 변화시키자”고 강조했다.

공화당의 패배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또 다른 의미에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코커스 직후 “지난해 6월 이 여정을 시작했을 때 모두가 내게 ‘톱 10에 들지 못할 테니 아이오와주로 가지 말라’고 했다”며 “우리는 2등으로 마무리했지만 나는 영광스럽다”고 도리어 지지자들을 위로했다. 트럼프는 이어 선두를 차지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승리를 축하하면서 “다음 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는 내가 1위를 할 것이고 결국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돼서 백악관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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