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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감으론 우리 정환이가 택이보다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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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감으론 우리 정환이가 택이보다 낫죠"

입력
2016.01.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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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응답하라 1988’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라미란은 드라마 종영 소회를 털어놨다. 이정현 인턴기자
29일 오후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응답하라 1988’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라미란은 드라마 종영 소회를 털어놨다. 이정현 인턴기자

유치한 개그로 시시덕거리는 남편에게는 “나가!”라며 고성을 지르다가도 형편 어려운 옆 집 보라엄마와 선우엄마에게는 더 퍼주지 못 해 안달이 난 이 따뜻한 아줌마를 한동안 그리워할 것 같다.

29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배우 라미란(41)도 “‘응답하라 1988’은 아마 인생작품이 될 것 같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동네에서 ‘정봉이 엄마’로 불린다는 라미란은 “지금 인기가 얼마나 가겠냐”며 몸을 낮추고 오랜 무명시절을 떠올린 듯 “눈에 안 띄어도 가늘고 길게 연기생활을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라미란과의 일문일답.

-‘응팔’의 치타 여사로 큰 인기를 얻었다. 소감은?

“처음 시작할 때는 신원호 감독이 하도 엄살을 피워서 시작하는 배우들도 잘 될까? 란 생각으로 촬영을 했다. (첫회 방송을 앞두고 맛보기 형식으로 나온) 0회를 봤는데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더라. 나한테는 인생작품이 되지 않을까? 촬영할 때도 즐거웠고 끝나고 나서도 사랑을 느끼게 해준 감사한 작품으로 남았다.”

-촬영 시작 때를 회상해보면 어떤가?

“다른 사람들 다 사투리를 쓰고 나만 표준어를 쓰라고 해서 이걸 어쩌나 싶었다. ‘응답하라’시리즈가 사투리 맛이 살아있는 작품이어서 나만 망했다고 생각했다. (웃음) 저 틈바구니 속에서 어색하게 따로 놀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출연하는 아이들(덕선 등)도 사투리를 안 써서 애들한테 얹혀갈 수 있었다.”

-쌍문동 ‘3인방 태티서’(이일화ㆍ라미란ㆍ김선영) 인기가 대단하다.

“우리 셋 순회공연이 한 120회 정도 잡혔으면 했는데 아직 아무 연락이 없다. (웃음)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를 떠올려보니 일화언니가 많이 외로웠을 것 같더라. 이번에는 우리가 있어서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대본 리딩 때 처음 만난 날 이대로 헤어질 수 없다며 셋이 모여 차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었다. 셋이 ‘케미’가 살아야 하니까. 신 감독이 하도 평상에서 수다를 떠는 장면을 강조해서 지금부터 떨어야 된다며 그날 엄청 대화를 많이 했다.”

-남편 김성균과 아들 정봉(안재홍), 정환(류준열) 형제와 돈독해졌을 것 같다.

“김성균이 유행어를 하면 식구들이 나는 화내고 정봉이는 딴 데 빠져있고 정환이는 시크했다. 계속 그러니까 남편이 안쓰럽더라. 받아주고 웃어줘야 되는데. 재미없는데 계속 하니 결국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미 그는 즐기는 단계에 접어들었더라. 무시해도 굴하지 않고. 그 모습에 또 웃음이 터졌다.”

-극중 ‘치타 여사’ 의상은 누구 아이디어인가?

“‘치타 무늬 카디건을 입는다’라고 대본에 원래 써 있었다. 의외로 호피 무늬 옷이 많이 없어서 의상팀이 재래시장을 많이 돌아다녔다. 겨울인데 차가운 천으로 된 호피무늬를 입고 촬영해서 애를 먹었다.”

-아줌마 역할을 주로 했다. 본인만의 아줌마 역할 기술이 있다면?

“나는 대본에 충실하다. 써 주는 대로 한다. 극중 고구마를 집어 들고 ‘이거거든’하거나 무뚝뚝한 정환에게 ‘엄마가 쪽 팔려서 그래’라고 말하는 게 다 애드리브가 아니고 대본에 있는 대사였다. 남편을 때리거나 발로 밟는 것만 빼고(웃음). 김성균이 잘 맞아주더라. 특별히 아줌마라고 해서 따로 준비하는 건 없다. 이미 아줌마인 상태로 연기를 시작을 했고 상황에 충실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코믹한 모습이 많다. 너무 내려놓은 것 아닌가?

“나는 하얗게 불태운다. 신 감독한테 ‘딴 데 가서 할 거 없다. 밑천 다 떨어졌다’ 징징대면 신 감독은 ‘알 바 아니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웃음). 전국노래자랑 장면 대본을 보면 ‘계란이 왔어요 하며 입반주로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란 지문이 있는데 그걸 보고 윤수일의 노래 ‘황홀한 고백’을 부른 거다. 대본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덜컹거렸다. 지문이 가진 힘이 크고 디테일이 강한 대본이다. 아들에게 영어를 읽을 줄 모른다고 고백했던 일명 ‘여권 신’도 ‘무안한 듯 멋쩍은 웃음’이라고 적혀있다. 그럼 어떤 웃음이지? 고민을 해야 한다. 재미있는 장면인 줄 알았는데 슬프거나 슬픈 장면도 웃음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대본이 가지는 신선함이 컸다.”

-전국노래자랑 장면이 압권이었다.

“그렇게 웃긴 장면이라고 생각 안 했다. 극중에서 미란은 얼마나 절실하고 떨렸겠나. 5년 전 떨어진 이후 이를 갈고 나왔는데 말이다. 입 반주를 하면서까지 노래를 부르고(웃음). NG도 없이 한번에 갔다. 원래 NG 잘 안 낸다.”

-‘선우엄마’ 김선영이 극중 라미란 여사와 실제 라미란의 모습이 비슷하다고 하던데.

“많이 닮았다. 나는 평소에 잘 웃지 않는다. 누가 웃겨도 더 웃기라고 잘 안 웃는다. 이웃한테 퍼주고 그런 건 나도 많이 없어서 잘 못하는데 마음만은 퍼주고 싶다. 비슷한 부분 있고 다른 모습도 있다. 김선영은 워낙 ‘순두부 심장’이어서 리액션이 좋다. 내가 울컥한 장면을 찍을 때 본인이 오열하고 있다. 내가 ‘왜 네가 울어’라고 할 정도다.”

-아들 정환이가 덕선의 남편이 아닌 것에 대해 서운한 건 없나?

“막판에 정환이 사천 내려갈 때 내가 운전 조심하라고 하는데 짠하고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극중에서 울먹였더니 온라인 댓글에 정환이가 사천 내려가다 죽는 것 아니냐고 올라왔더라. 안타깝다. 사실 택(박보검)이는 바둑밖에 모르고 약도 먹고 남편감으로는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다(웃음). 정환이와 결혼하면 더 재미있고 행복할 것 같다. 박보검을 예뻐하긴 하지만 우리 아들, 내 손가락이라 그런가 덕선이에게 서운하더라.”

‘응답하라 1988’에서 인정 많은 ‘치타 여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라미란. 이정현 인턴기자
‘응답하라 1988’에서 인정 많은 ‘치타 여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라미란. 이정현 인턴기자

-류준열과는 나이 차이가 아홉 살밖에 안 난다. 평소에도 누나라고 하던데 아들 역할 한다고 하니 기분이 어땠나?

“신 감독이 아들 2명 나오는데 기대하지 말라더라. 진짜 못생겼다고(웃음). 잘생기고 젊은 배우 아니면 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환이를 보니 나와 정말 닮았더라. 못생기긴 했는데 뭐 나도 못생겼으니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볼수록 매력 있다. 못생긴 남자한테 빠지면 답도 없다고 한다.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다.”

-‘응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정환이네 가족은 워낙 큰 결핍이나 슬픔이 없는 가족이다. 정봉이가 아픈 것도 복권 당첨을 통해 해결했고. 여권 장면이 아닐까? 생각지 못한 감정이 와서 새로웠다. 첫 회에 무뚝뚝한 정환이에게 서운함을 표현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아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라미란의 1980년대 추억이 궁금하다.

“쌍문동은 그래도 서울 도시다. 어린 시절을 강원도 탄광촌인 고한에서 보냈다. ‘1988년도에 누가 곤로를 썼냐, 나는 아파트 살았다’ 이런 글들을 보면 신기했다. 정작 나는 연탄 쓰고 곤로로 냄비밥 해먹고 온수도 연탄 돌려서 썼다. 1988년은 중학교 1년 때였다. 중학교가 산 중턱에 있었고 늘 산을 타면서 등교했다. 눈이 많이 오면 아예 학교 못 갔다. 귀를 다 드러냈을 정도로 짧은 머리를 하고 다녔다. 그래서 입학식 때 동상이 걸렸다. 반 장갑을 끼고 반달가방을 어깨에 메고 남자처럼 다녔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껄렁껄렁, 터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까지 남자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완전 여자 된 거다.”

-쌍문동 태티서에서 실제 나이로는 둘째다. 맏언니 역을 했는데 에피소드 없나?

“처음엔 이일화 언니가 하도 아름다워서 주눅 들었다. 김선영은 나보다 언니인 줄 알았는데 동생이라고 해서 놀랐고(웃음). 일화 언니는 자연스럽게 나한테 형님이라고 하더라. 나도 시간이 지나면서 ‘보라엄마’ ‘선우엄마’라고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지냈다. 실제 화면을 보니까 내가 제일 나이 들어 보이더라. 팔자주름을 펴든가 해야지.”

-영화 ‘국제시장’ ‘히말라야’ 등 출연작이 다 잘 됐다. 확실히 떴구나 느낄 것 같다.

“지금 이게 뜬 거다. 내가 어디 기자들을 모아놓고 호텔에서 이런 간담회를 하겠나. 요즘도 세수 안하고 동네 마트를 잘 가는데 주민들이 ‘정봉이 엄마’라고 부른다. 그걸 또 나는 돌아본다(웃음). ‘막돼먹은 영애씨’ 할 때는 ‘라 과장님’이라고 불렀는데 바뀌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알아봐 줘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비슷한 시기에 영화도 개봉을 해서 시너지가 생겼다. 한꺼번에 우박 쏟아지듯이 내려오고 있다. 얼떨떨한데 즐겨야지 뭐 어쩌겠나. 내가 언제 또 이러겠나.”

-최근 학창시절 사진으로 주목 받았다. 소녀 라미란은 어땠나?

“댓글 중에 ‘오늘 낮에 찍으셨나’란 댓글이 있더라(웃음). 별로 놀랍지도 않다. 나이도 어렸는데 왜 지금보다 더 못한 건지 궁금할 뿐이다. 화장기술이 좋아졌다는 증거다. 아마 그 사진을 친구 딸이 올린 것 같더라. 엄마 졸업사진에서 찾았다고 올린 것 같다. 나는 60세가 돼도 이 얼굴일 것 같다.”

-‘라미란표 멜로연기’ 기대할 수 있나?

“아무도 안 불러주는 것 보면 이 얼굴로는 멜로를 하기엔 어렵다는 거다. 그래도 멜로는 꼭 해보고 싶다. 다른 건 다 해봤다. 항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다음 ‘응답’시리즈에 출연할 의사가 있나?

“안 불러주지 않을까? 신 감독이 워낙 새로운 얼굴들 좋아하시니 말이다. 불러주면 감사하다. 그 때는 ‘라미란 남편 찾기’로 하면 어떨까? 분명 댓글에 ‘철컹철컹’(수갑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 달리겠지. 누가 남편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그래서 못하겠다. 얼마 전에 누가 물어봐서 배우 유해진 선배 정도로 수준을 낮췄는데 반응이 별로 없더라.”

-워낙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에너지가 소진되지는 않나?

“계속 쉬면서 다음 작품은 도대체 언제 들어갈까 생각할 때에 비하면 행복할 뿐이다. 일을 안 하면 배우가 아니지 않나. 연기를 계속 하고 있어야 배우로서 살아갈 수 있다. 다른 작품에선 다른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게끔 노력을 할 것이다. 쉬어야겠다는 생각은 건방진 생각이다.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더 열심히 할거다.”

-본인이 평가하는 배우로서의 입지는 어떠한가?

“작품이 흥행한 건 나 때문만은 아니다. 잘돼서 너무 좋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이만큼 올라왔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반짝이라고 생각한다. 주연을 해서 말아 먹은 게 아니니 부담은 많이 안 느낀다. 내가 얼마나 톱스타가 되겠나? 가늘고 길게 가는 게 내 목표다.”

-수년 전 아들이 라면 끓일 수 있을 정도면 연극무대로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 애가 라면은 끓이고 혼자 참기름도 첨가한다. 6학년 올라간다. 3년 전부터 공연하자는 섭외가 오고 있는데 공연에 워낙 시간이 많이 투자되니 일을 병행할 수가 없다. 잠깐 가서 연습한 걸로는 불안해서 무대에 못 설 것 같다. 공연에 올인할 수 있을 때 하겠다는 생각으로 거절하는 중이다.”

-극중 미란네처럼 복권에 당첨되면 뭐하고 싶나?

“복권이나 경품 당첨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런 행운 없을 것 같다. 촬영하면서 단칸방에서 복권 당첨 됐을 때 정말 웃겼다. 아무 말도 안 나오더라. 당첨 된다면 마트에서 자동차 주는 경품이나 한 번 됐으면 좋겠다. 3등이라도 좋으니….”

-‘응팔’ 배우들 중 진짜 내 자식 삼았으면 싶은 사람은?

“딸이 없으니 덕선이? 착하고 싹싹하고 밝고 잘 웃는 면이 좋다. 딸 있는 사람이 너무 부럽다. 물론 정봉이 같은 아들도 좋다. 손으로 소라빵도 만들 수 있고 복권도 당첨되고. 아마 정봉이가 수집했던 모든 것들이 돈이 돼 돌아오지 않을까? 오히려 선우처럼 딸 같은 아들은 재미 없을 것 같고 택이는 너무 뒷바라지하기 힘들 것 같다.”

-덕선의 남편이 못 된 정환에게 위로의 말을 해줬나?

“끝까지 한 가닥 희망을 놓치지 않았는데 나도 아쉽다. 준열이도 ‘여기서 끝인 것 같아요’ 그러더라. ‘응팔’ 끝나면 금방 거품 빠지니까 너무 역할에 빠지지 말고 빨리 나오라고 했다. 젊은 배우들이라 역할에 너무 빠져있었다. 선배로서 수렁에서 얼른 빠져 나오라고 조언해줬다. 너무 고르지 말고 다양한 작품들 많이 해 보라고도 말해줬다.”

-온라인 댓글 다 읽나?

“3,000~5,000개 달려도 밤을 새서 다 읽을 정도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궁금하다. 욕하는 악플은 그냥 넘긴다.”

-쌍문동을 떠나면서 드라마도 끝이 났다. 이후 정환이 가족은 어떻게 됐을까?

“판교로 이사를 간 걸로 설정이 됐는데 성균이 선견지명이 있는 것 같다. 판교에서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 정환이가 사천에서 가 있는데 가끔 보겠지 뭐. 정봉이야 만옥이랑 잘 살 것이고. 나중에 내가 정환이 마음을 알게 되면 덕선이한테 ‘우리 아들 왜 찼냐’고 물어보고 싶다.”

-과거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예능프로그램에 또 출연할 계획이 있나?

“라디오스타는 첫 예능이었는데 시키지도 않은 얘기를 막 하고 나도 나한테 놀랐다. 19금 토크나 입담이 좋다고 하시는데 정작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했다.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방송불가 언어들이 많았다. 원래는 말수가 없고 말소리가 작은 편이다. 그냥 할 얘기 다 할 뿐이다. 예능은 이제 무섭다. 자꾸 ‘정글의 법칙’ 나가라고 하고 노래도 못하는데 ‘복면가왕’ 나가라고 하시는데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응팔’이 드라마로서 특별한 점은 무엇이었을까?

“근래에 보기 드문 드라마였다. 보통 가족들이 뒤로 빠져서 배경이 되기 마련인데 전면에 가족이 등장해서 에피소드를 다뤄줬다. 배우로서 이런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다. ‘전원일기’ 같다고도 하시는데 이제 그런 드라마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젊은 애들의 퐁당퐁당 러브라인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올해 80세가 된 우리 어머니가 ‘이제 응팔 끝나면 뭐 보냐’고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 놀랐다. 어머니가 다른 드라마를 보시고는 ‘왜 저리 싸우고 때리니?’ 하실 정도니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많이 없는 것 같다. ‘응팔’ 같은 드라마 많이 만들어달라.”

-배우로서 갖고 있는 욕심은?

“무조건 가늘고 길게~. 너무 도드라지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잘 스며드는 연기를 하는 게 꿈이다. 꼭대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안 했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또 내려와야 되는데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단역이든 상관 없다.”

-연기하는 원동력은 뭔가?

“재미있다. 아줌마를 열 몇 번 연기해도 늘 다른 아줌마가 되니 좋다. 잠깐이나마 다른 삶을 사는 게 좋다. 못해 본 것도 해보고. 치악산도 안 가는 내가 언제 히말라야를 가보겠나. 연기자는 나에게 최고의 직업이다.”

-2016년 기대를 말해달라.

“2015년에는 작품이 봇물 터지듯 다 잘 돼서 바쁜 한 해였다. 지금까지 받았던 사랑이나 관심에 비하면 뻥튀기처럼 불어난 해였다. 올해는 그 뻥튀기를 먹어야 할 것 같다.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데 그런 소리 안 듣게 숨어서 잘 하겠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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